CAFE

이영근 신부 강론

2023년 1월 8일 주님 공현 대축일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3.01.08|조회수251 목록 댓글 9

▥ 제1독서
<이사야서의 말씀 60,1-6>


예루살렘아, 

1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2 자 보라, 어둠이 땅을 덮고 암흑이 겨레들을 덮으리라.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께서 떠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
3 민족들이 너의 빛을 향하여, 임금들이 떠오르는 너의 광명을 향하여 오리라.
4 네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아라. 

그들이 모두 모여 네게로 온다.
너의 아들들이 먼 곳에서 오고 너의 딸들이 팔에 안겨 온다.
5 그때 이것을 보는 너는 기쁜 빛으로 가득하고 
너의 마음은 두근거리며 벅차오르리라.
바다의 보화가 너에게로 흘러들고 민족들의 재물이 너에게로 들어온다.
6 낙타 무리가 너를 덮고 미디안과 에파의 수낙타들이 너를 덮으리라.
그들은 모두 스바에서 오면서 금과 유향을 가져와 주님께서 찬미받으실 일들을 알리리라.

 


▥ 제2독서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 3,2.3ㄴ.5-6>


형제 여러분,
2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위하여 나에게 주신 은총의 직무를 여러분은 들었을 줄 압니다.
3 나는 계시를 통하여 그 신비를 알게 되었습니다.
5 그 신비가 과거의 모든 세대에서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성령을 통하여 그분의 거룩한 사도들과 예언자들에게 계시되었습니다.
6 곧 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 복음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 2,1-12>

 

1 예수님께서는 헤로데 임금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
그러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2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3 이 말을 듣고 헤로데 임금을 비롯하여 온 예루살렘이 깜짝 놀랐다.
4 헤로데는 백성의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을 모두 모아 놓고, 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어디인지 물어보았다.
5 그들이 헤로데에게 말하였다.
“유다 베들레헴입니다. 

사실 예언자가 이렇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6 ‘유다 땅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의 주요 고을 가운데 결코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너에게서 통치자가 나와 내 백성 이스라엘을 보살피리라.’”
7 그때에 헤로데는 박사들을 몰래 불러 별이 나타난 시간을 정확히 알아내고서는,
8 그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내면서 말하였다.
“가서 그 아기에 관하여 잘 알아보시오.
그리고 그 아기를 찾거든 나에게 알려 주시오. 

나도 가서 경배하겠소.”
9 그들은 임금의 말을 듣고 길을 떠났다.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10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
11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12 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

 

 

 

<“그분의 별”>


찬미 성탄! 

오늘은 '제2의 성탄절'이라고도 불리는 '주님 공현 대축일' 입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목동들에게만 알려져 있고 감추어져 있었던 메시아의 탄생이 비로소 오늘 동방박사들을 통해 전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이방인들에게도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를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 신비가 과거의 모든 세대에서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 계시되었습니다.”

(에페 2,5)

그래서 동방교회에서는 오늘을 '거룩한 빛의 축제일'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말합니다. 
“그때 이것을 보는 너는 기쁜 빛으로 가득하고, 너의 마음은 두근거리며, 벅차오르리라.”

(이사 60,5)

오늘 우리는 바로 이 벅찬 기쁨을 찾아, 동방박사와 함께 임을 찾아나서는 ‘길’을 떠나고자 합니다.

‘길’은 성경의 핵심 단어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길”이라고 말씀하셨고(요한 14,6), 프란치스코 교종은 친구인 ‘한 랍비와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이 하느님을 인격적으로 체험할 때, 그는 길을 떠나야 합니다. 
사람은 걸어가면서, 앞으로 나아가면서, 하느님을 찾으면서, 그리고 하느님께서 자기를 찾아 나서도록 허락하면서, 하느님을 만나는 법입니다.”

오늘 복음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한 부류는 ‘길을 떠난 이들’이요, 또 한 부류는 ‘길을 떠나지 않는 이들’입니다.

 

‘길을 떠난 이들’은 빛을 따라나선 동방박사들과 예루살렘으로 길을 떠나온 마리아와 요셉이 있고, 멀리 하늘에서 길을 떠나온 아기 예수님이 있습니다.

한편 ‘길을 떠나지 않은 이들’에는 왕궁에 머물러 있는 이들, 수석 사제들, 율법학자들입니다. 

우리는 이 둘 중, 어떤 부류의 사람인가요? 

빛과 진리를 찾아 길을 떠나 여행하는 사람일인가요? 
아니면, 자신의 안전과 편리에 머물러 안주하고 있는 사람인가요?

또 오늘 복음에는 두 명의 ‘왕’이 있습니다.

한 ‘왕’은 황포를 걸치고 화려한 왕궁에 사는 지상의 예루살렘을 통치하는 ‘헤로데 왕’이요, 또 한 ‘왕’은 포대기로 둘러싸여 무력하게 누추한 마구간에 누워있는 ‘새 이스라엘의 왕’이신 아기 예수님입니다. 

우리는 어떤 왕을 만나려고 길을 떠나 여행을 하고 있나요? 
지상이 화려한 왕인가요? 

아니면 가난하고 힘없는 아기 예수 왕인가요?

또 오늘 복음에는 세 번의 ‘길 떠남’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기의 터전에서 예루살렘으로의 길 떠남이요, 두 번째는 헤로데 왕궁에서 마구간으로의 길 떠남이요, 세 번째는 마구간에서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길 떠남입니다.

‘길 떠남’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먼저 ‘빛’이 비추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먼저 별이 나타나 우리를 비추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나 그 별을 보는 것은 아닙니다.

하늘을 바라보는 자만이 그 빛을 볼 수 있으며, 그 별을 보는 자만이 그 별이 자신을 끌어당기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지만 아무나 길을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분을 애타게 갈망하고 고대하는 자만이 “그분의 별”(마태 2,2)을 따라 그분을 만나 경배하러 길을 떠납니다. 

사실 우리는 그렇게 ‘떠나와 길을 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를 비추고 계시는 그분을 향한 갈망과 목마름으로 ‘떠나와 길을 가는 사람들’입니다.

 

이 첫 번째 길 떠남을 위해 우리는 온갖 편리와 안주를 포기해야 했고, 위험과 위기의 십자가도 져야 했습니다.

이 길을 오면서 때로는 사막처럼 무미건조하고 쓸쓸할 때도 있었고, 빛을 놓치고 어둠에 쌓여 길을 분별하지 못할 때도 있었고, 길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고, 반항할 때도 있었습니다.

더러는 좌절하기도 하고 방황하기도 했고, 그분이 계실만한 화려한 하려한 왕궁을 찾아 기웃거리기도 했습니다.

마치 동방박사들이 예루살렘 왕궁을 기웃거렸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동방박사들처럼 별의 안내를 받아서 이스라엘까지는 왔지만, 메시아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메시아를 찾아 만나는 데에는 “꼭 필요한 한 가지”(루가 10,41)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참된 빛이신 말씀”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어디인지”(마태 2,3)를 이미 “말씀” 속에 계시해 주셨습니다. 

예언자 미카를 통하여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 에프라타의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 부족들 가운데에서 보잘것없지만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너에게서 나오리라.”

(미카 5,1) 

그리하여 마침내 동방박사들이 “말씀”을 따라 다시 두 번째 길을 떠났듯이, 우리도 ‘말씀을 따라’ 여행 중입니다.

잠시 착각하고 머문 허황한 왕궁인 자기를 떠나 작은 고을 베들레헴을 향하여 갑니다.

이제 오로지 “참 빛이신 말씀”의 비추임을 따라 걷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빛”을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빛”이 비추는 곳을 따라 걷습니다.

그리고 “말씀의 빛” 이 비추는 낮은 곳, 누추한 마구간에서 “말씀이신 아기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이제 우리는 자신을 낮은 곳, 마구간에 내려놓고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려야 할 때입니다. 

비로소 ‘참된 빛’이 낮게 엎드린 우리를 비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경배 드리는 일, 자신을 땅에 내려놓는 일, 낮아져 예물이 되면 우리 안에 참 빛이 들고, 우리 안에 말씀이신 예수님이 탄생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마침내 세 번째 길을 떠납니다.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우리 안에 탄생한 빛이신 말씀이신 아기 예수님을 품고 새로운 길을 떠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세 번째 길을 떠남이 바로 오늘 주님의 공현이 우리에게 이끄는 “길”입니다. 

이제는 빛이 되어 걸어야 할 일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은 헤맬 필요가 없습니다.

더 이상은 자신을 채우기 위해 온갖 화려함으로 꾸미고 있는 왕궁을 향해 갈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는 찬란히 빛나는 예수님과 동행하여 빛을 비추며 가야 할 일입니다.

그리스도의 빛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세상을 맞이해야 할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 · 샘 기도>

 

“그분의 별”

(마태 2,2)

 

주님!

당신은 먼저 저를 찾아와 비추셨습니다.

제 마음에 열망을 불러일으키셨습니다.

사랑을 심으셨습니다.

그 사랑 안에 살게 하소서.

그 사랑으로 살게 하소서.

빛이 되어 당신 사랑을 드러내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돈보스코 | 작성시간 23.01.08 아멘
  • 작성자stranger | 작성시간 23.01.08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3.01.08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들꽃1 | 작성시간 23.01.08 감사합니다!
  • 작성자가을비 | 작성시간 23.01.09 아멘~♡감사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