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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신부 강론

2023년 3월 5일 사순 제2주일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3.03.04|조회수283 목록 댓글 10

제1독서
▥ 창세기의 말씀 12,1-4ㄱ

 

그 무렵 

1 주님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2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
3 너에게 축복하는 이들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를 내리겠다.
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4 아브람은 주님께서 이르신 대로 길을 떠났다.

 


제2독서
▥ 사도 바오로의 티모테오 2서 말씀 1,8ㄴ-10

 

사랑하는 그대여,
8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하십시오.
9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행실이 아니라 당신의 목적과 은총에 따라 우리를 구원하시고 거룩히 살게 하시려고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이 은총은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이미 우리에게 주신 것인데,
10 이제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나타나시어 환히 드러났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폐지하시고, 복음으로 생명과 불멸을 환히 보여 주셨습니다.

 


복음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 17,1-9

 

그 무렵 

1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2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는데, 그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
3 그때에 모세와 엘리야가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4 그러자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원하시면 제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5 베드로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빛나는 구름이 그들을 덮었다.
그리고 그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났다.
6 이 소리를 들은 제자들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린 채 몹시 두려워하였다.
7 예수님께서 다가오시어 그들에게 손을 대시며, “일어나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 하고 이르셨다.
8 그들이 눈을 들어 보니 예수님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9 그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하고 명령하셨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오늘은 ‘사순 제2주일’입니다. 

오늘 말씀전례는 우리가 사순시기에 가고 있는 ‘길’이 어떤 ‘길’이며, 어디로 가는 ‘길’인지를 밝혀줍니다. 

제1독서에서 “아브람은 주님께서 이르신 대로 길을 떠났습니다.”(창세 12,4)

그 길은 비록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는 길이지만, 당신께서 미리 준비해 놓은 ‘주님께서 보여줄 땅’으로 가는 ‘길’입니다.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 ‘길’에 우리의 동참을 촉구합니다.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하십시오.”

(2티모 1,8)
그런데 사실 이 ‘길’은 예수님께서 이미 이루신 ‘길’로,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폐지하시고, 복음으로 생명과 불멸을 환히 보여주셨습니다.”(2티모 9-10)라고 말합니다.

복음은 예수님에게서 환히 드러난 영광된 변모를 보여주십니다.

곧 예수님께서는 당신 본래의 신적 초월성을 드러내 보이십니다.

이는 지금 우리가 가는 이 ‘사순의 길’이 어디로 향하여 가는 ‘길’인지를 보여줍니다. 

사실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수난과 부활에 대한 예고(마태 16,21-28)를 하신 다음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다가올 수난으로 닥쳐올 절망과 위기를 견디어 낼 수 있도록 예수님의 영광된 모습을 미리 보여주시면서 준비시키십니다.

 

그러니 이 ‘수난의 길’은 동시에 생명과 부활의 빛나는 ‘길’임을 밝혀줍니다.

그러기에 내적 기쁨으로 차오르는 ‘은총의 길’이 됩니다. 

<그리움이 길이 된다>는 박노해 님의 시가 떠오릅니다.  

"나는 기다리는 사람

그리움을 좋아한다

나는 그리움에 지치지 않는 사람

너에게 사무치는 걸 좋아한다

기다림이 지켜간다

그리움이 걸어간다

이 소란하고 쓸쓸한 지구에
그대가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눈물 나는 내 사랑은
그리움이 가득하여

나 어디에도 가지 않았다

기다림이 걸어간다

그리움이 길이 된다"

그렇습니다. 

기다림으로 ‘변모의 길’을 걸어갑니다. 

‘길’이 되는 그리움으로 ‘부활의 길’, ‘영광의 길’을 갑니다. 

그리고 오늘 말씀은 이 ‘길을 가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그것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구름 속에서 들려주신 가르침입니다. 

 

곧 신약의 ‘쉐마’입니다. 

‘들어라’는 가르침입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이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마태 17,5)

 

하느님께서는 직접 예수님이 누구신지를 확인시켜주시면서, 그를 ‘따르는 길’을 가르쳐 주십니다.

곧 그를 따라 ‘변모의 길’을 가르쳐주십니다.

곧 “그의 말을 들어라.”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우리도 그분과 함께 변모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말씀 아래 머물러 있는가?
그리고 들은 말씀으로 인하여 변모되고 있는가? 

그렇습니다. 

지금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말씀 아래에 머무는 일입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말씀이 내 안에서 성취되도록 말씀께 승복하는 일입니다. 

 

변화의 힘이신 말씀께서 나를 맘껏 쪼물딱거릴 수 있도록 말씀께 자신을 건네 드리는 일입니다. 

곧 나 자신을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초막집으로 내어드리는 일입니다. 

자신을 말씀이 이루어져야 할 공간이요 장소로 내어드리는 일입니다. 

 

그러면 사도 바오로가 말한 것처럼 ‘이 건물(초막)은 주님 안에서 거룩한 성전으로 자라나고,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거처로 함께 지어지게 됩니다.’(에페 21-22 참조).

그러면, 우리는 변모할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가 말한 대로 “더욱더 영광스럽게 그분의 모습으로 바뀌어 갈 것입니다.”(2코린 3,18 참조)

오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진정 변모되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내 아들의 말을 들어라!’ 

 

예수님께서는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린 채 몹시 두려워하고 있는 제자들에게 “손을 대시며”(마태 17,7) 말씀하십니다.
“일어나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

(마태 17,7)

 

그리고 ‘의연히 변모의 길을 가라!’ 하십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마태 17,5)

 

주님!

말씀 아래에 머물게 하소서.

말씀께 제 자신을 건네 드리게 하소서.

맘껏 쪼물딱거릴 수 있도록 제 자신을 허용하게 하소서.

말씀이 제 안에서 성취도록 승복하게 하소서.

제 자신이 말씀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되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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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들꽃1 | 작성시간 23.03.05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가을비 | 작성시간 23.03.05 아멘~♡감사합니다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3.03.05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stranger | 작성시간 23.03.05 아멘, 신부님감사합니다
  • 작성자쉬리* | 작성시간 23.03.05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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