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이영근 신부 강론

2023년 5월 10일 부활 제5주간 수요일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3.05.10|조회수251 목록 댓글 8

제1독서
▥ 사도행전의 말씀 15,1-6

 

그 무렵 

1 유다에서 어떤 사람들이 내려와, “모세의 관습에 따라 할례를 받지 않으면 여러분은 구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하고 형제들을 가르쳤다.
2 그리하여 바오로와 바르나바 두 사람과 그들 사이에 적지 않은 분쟁과 논란이 일어나, 그 문제 때문에 바오로와 바르나바와 신자들 가운데 다른 몇 사람이 예루살렘에 있는 사도들과 원로들에게 올라가기로 하였다.
3 이렇게 안티오키아 교회에서 파견된 그들은 페니키아와 사마리아를 거쳐 가면서, 다른 민족들이 하느님께 돌아선 이야기를 해 주어 모든 형제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4 그들은 예루살렘에 도착하여 교회와 사도들과 원로들의 영접을 받고, 하느님께서 자기들과 함께 해 주신 모든 일을 보고하였다.
5 그런데 바리사이파에 속하였다가 믿게 된 사람 몇이 나서서, “그들에게 할례를 베풀고 또 모세의 율법을 지키라고 명령해야 합니다.” 하고 말하였다.
6 사도들과 원로들이 이 문제를 검토하려고 모였다.

 


복음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 15,1-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 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잘린 가지처럼 밖에 던져져 말라 버린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런 가지들을 모아 불에 던져 태워 버린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내 제자가 되면, 그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이다.”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오늘 복음은 “참 포도나무와 가지”에 대한 비유입니다.

 

구약성경에서 “포도나무”는 ‘이스라엘 백성’을 지칭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참”이라는 형용사가 붙어서, 예수님의 진리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참된 진리는 “참 포도나무와 가지와의 관계”, 곧 “참된 진리이신 예수님과 제자들의 관계”를 통해서 드러납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이 ‘관계’를 “붙어있다, 머물다, 열매 맺다”라는 세 가지 동사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여덟 번이나 반복되고 있는 “머물다”라는 단어입니다. 

“머물다”라는 말의 의미는 오늘 복음에서 우선 “붙어있음”을 말합니다.

곧 포도나무에 붙어있어서, 다른 데서가 아닌 바로 그 포도나무로부터 수액을 받아먹는 것, 그리하여 “열매를 맺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 제자는 예수님께 ‘붙어있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열매 맺으실 수 있도록 자신을 비워드림이요, 그분의 말씀의 권능이 자신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허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하여 그분의 ‘참 생명’을 공유하고, 그분과 결합하여 있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사도 바오로 코린토인들에게 보내는 둘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과 결합하는 이는 그 분과 한 영이 됩니다.”

(1코린 6,17)

그러기에 “머물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상호 불가분의 긴밀한 관계”로 ‘붙어있음’ 말합니다.

곧 “상호내주 혹은 상호공유의 관계”로 하느님과 인간이 함께 벌리는 역동적인 활동이 벌어지는 ‘상호 친교’요, ‘상호교제’요, ‘상호 교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토록 예수님께서는 사도 베드로가 그의 둘째 편지에서 밝히듯, 우리를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게 하셨습니다.”(2베드 1,4).

참으로 우리는 참 포도나무이신 그분과 이토록 신비롭게 결합되어 있고, 참으로 신비로운 방식으로 예수님께서는 우리 안에 계시며 활동하십니다.

 

바로 이 ‘공동본성’이 우리에게 신적 진리, 참된 진리를 가능케 하는 자리요, 사랑이 피어나는 곳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신비로운 “공동본성”(Connaturality) 결합을 두고, 천사적 박사라 불렸던 토마스 아퀴나스는 경탄하여 이렇게 탄성을 질렀습니다.

“아, 우리가 하나라는 걸 그토록 모르는가?”

그리고 그는 공동본성에서 오는 사랑의 지혜를 ‘하느님 사랑으로 주어지는 신적 지혜’ 혹은 ‘관상’이라고 일컫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 신적 진리, 참된 진리에 참으로 머물러 있고, 많은 열매를 맺을 수가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을 오늘 복음에서 찾아본다면, “너희는 나 없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라는 말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곧 가지는 나무에 속해 있을 뿐 스스로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을, 곧 가지가 나무를 지탱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가지를 존속시킨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요, 그분께 승복하여 그분의 사랑을 받아들여 참된 사랑의 열매를 풍성히 맺는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요한 15,4)

 

주님!

당신께서는 무너뜨리지만 열매를 맺어주셨고, 부서뜨리지만 새싹을 틔워주셨습니다.

이토록 제 자신이 부서지고서야, 제 자신을 건네주고서야, 당신께 머무르는 법을 배워갑니다.

꽃이 지듯, 제가 무너지는 것을 안타까워하지 않게 하소서.

열매가 떨어지듯, 제가 사라지는 것을 서러워하지 않게 하소서.

주님, 저는 오늘도 떨어져야 머물게 되는 이 신비로운 사랑 앞에 떨어지지 못함이 부끄럽고 죄송스러워 고개를 떨굽니다.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조나단 | 작성시간 23.05.10 아멘 신부님 푸른잎새님 고맙습니다.
  • 작성자쉬리* | 작성시간 23.05.10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들꽃1 | 작성시간 23.05.10 감사합니다!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3.05.10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가을비 | 작성시간 23.05.10 아멘~♡감사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