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이영근 신부 강론

2023년 7월 11일 화요일 ·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3.07.11|조회수239 목록 댓글 9

제1독서
▥ 창세기의 말씀 32,23-33

 

그 무렵 야곱은 밤에 

23 일어나, 두 아내와 두 여종과 열한 아들을 데리고 야뽁 건널목을 건넜다.
24 야곱은 이렇게 그들을 이끌어 내를 건네 보낸 다음, 자기에게 딸린 모든 것도 건네 보냈다.
25 그러나 야곱은 혼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나타나 동이 틀 때까지 야곱과 씨름을 하였다.
26 그는 야곱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야곱의 엉덩이뼈를 쳤다.
그래서 야곱은 그와 씨름을 하다 엉덩이뼈를 다치게 되었다.
27 그가 “동이 트려고 하니 나를 놓아 다오.” 하고 말하였지만, 야곱은 “저에게 축복해 주시지 않으면 놓아 드리지 않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28 그가 야곱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묻자, “야곱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29 그러자 그가 말하였다.
“네가 하느님과 겨루고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으니, 너의 이름은 이제 더 이상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 불릴 것이다.”
30 야곱이 “당신의 이름을 알려 주십시오.” 하고 여쭈었지만, 그는 “내 이름은 무엇 때문에 물어보느냐?” 하고는, 그곳에서 야곱에게 복을 내려 주었다.
31 야곱은 “내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하느님을 뵈었는데도 내 목숨을 건졌구나.” 하면서, 그곳의 이름을 프니엘이라 하였다.
32 야곱이 프니엘을 지날 때 해가 그의 위로 떠올랐다.
그는 엉덩이뼈 때문에 절뚝거렸다.
33 그래서 이스라엘 자손들은 오늘날까지도 짐승의 엉덩이뼈에 있는 허벅지 힘줄을 먹지 않는다.
그분께서 야곱의 허벅지 힘줄이 있는 엉덩이뼈를 치셨기 때문이다.

 


복음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 9,32-38

 

그때에 

32 사람들이 마귀 들려 말못하는 사람 하나를 예수님께 데려왔다.
33 마귀가 쫓겨나자 말못하는 이가 말을 하였다.
그러자 군중은 놀라워하며, “이런 일은 이스라엘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하고 말하였다.
34 그러나 바리사이들은, “저 사람은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하였다.
35 예수님께서는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
36 그분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
37 그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38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성 베네딕도 대축일>


오늘은 사부 베네딕도의 대축일입니다. 

‘베네딕도’(Benedictus)라는 이름의 말뜻은 “좋게 말한다.”, “복 받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레고리오 성인은 그의 <대화편>에서 말합니다.
“베네딕도는 은총과 이름으로 복 받은 분이었다.”

주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리라.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되리라.”

(창시 12,2) 

이는 단지 복을 주리라는 것을 넘어서, “네 자신이 복이 되리라”는 말씀입니다. 

아브라함에게 하신 이 말씀은 사부 성 베네딕도께도 해당되는 말씀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참으로 베네딕도의 후손인 우리도 축복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도 다른 이들에게 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그레고리오 성인의 말씀처럼, “은총으로도 복이 되고, 이름으로도 복 받은” 삶은 어떤 삶, 어떤 사람일까요? 

 

그것은 무엇보다도 ‘말 그대로’ 우선 형제들에게 좋게 말하는 것, 형제들을 축복하는 것이 아닐까요? 

곧 입에 항상 찬양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 아닐까요? 

“내 입에 늘 그분에 대한 찬양이 있으리라.”(시편 33,1)라고 노래한 시편 작가처럼, 언제나 주님을 찬양하고, 형제들의 축복을 빌어주는 사람이 아닐까요? 

베네딕도께서는 <수도규칙> ‘머리말’에서 “자신 안에서 활동하시는 주님을 찬양하라.”(머리말 30)고 하시고, 72장에서는 형제들 간에 “서로 존경하기를 먼저 하라”(72,4)고 하십니다. 

곧 ‘복받은 이’는 하느님을 찬양하고 형제를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이처럼 우리 안에서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기에, 베네딕도께서는 수도원을 “하느님의 집”(베규 31,19)이라 명명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집”, 이는 참으로 놀라운 표현입니다. 

 

베네딕도께서는 그냥 ‘집’이라 하지 않으시고, 또는 ‘하느님을 위한 집’이나, 혹은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이라 하지 않으시고, 굳이 “하느님의 집”이라고 명명하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하느님의 집”에서 함께 사는 하느님의 가족들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하느님에 대해서 말하며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요, 하느님을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하느님과 더불어 ‘살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살림”(Economia)라는 말은 아주 의미 있는 단어입니다. 

이는 ‘집’을 뜻하는 말(oikos)와 '규율'을 뜻하는 말(nomos)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이를 우리 말로는 “살림살이”, 혹은 줄여서 “살림”이라 표현합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표현입니다. 

 

이는 서로를 살리면서 살아간다는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곧 서로를 살리며 서로에게 복이 되어주며 산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살림”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하느님 집”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사부 성 베네딕도께서는 수도원에서 함께 공동으로 드리는 성무일도기도를 “하느님의 일”이라고 명명하셨습니다. 

이 또한 참으로 놀라운 표현입니다. 

 

그저 ‘기도’라 하지 않으시고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그것도 그냥 ‘일’이라 하지 않으시고, 또는 ‘하느님께 바치는 일’이나 혹은 ‘하느님을 섬기는 일’이라 하지 않으시고, 굳이 “하느님의 일”이라고 명명하신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하느님의 집”에서 하느님과 함께 살며, “하느님의 일”을 하는 하느님의 가족들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위해서’ 일하기보다는 하느님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하신 분과 함께, ‘섬기면서 섬기기’를 배우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일”을 한다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느님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시고 싶어 하시는 일을 나와 함께 하실 수 있도록 자신을 허용해드리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곧 자신의 관심이나 계획, 혹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중심을 하느님께 두고 사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사는 이 “하느님의 집”에서 “하느님의 일”을 하며, 하느님을 관상해야 할 일입니다.

만약, “하느님의 집”에서 하느님이 아닌 다른 것이 보이거든, 눈을 돌려 바로 그것을 비추고 있는 빛을 바라보아야 할 일입니다.

빛이 비추인 곳의 어둠을 보기보다 그 어둠을 비추는 빛을 보아야 할 일입니다. 

이제 우리는 빛으로 빛을 관상해야 할 일입니다. 

곧 “하느님의 집”에서 우리와 함께 일하시며, 우리 “자신 안에서 활동하시는 주님을 찬양”(머리말 30)해야 할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그분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마태 9,36)

주님!

시달리며 기가 꺾인 이들을 측은히 여기시는 당신의 마음을 제 마음에 심으소서.

제 손이 상한 갈대를 꺾지 않게 하시고, 제 말이 꺼져가는 불씨를 끄지 않게 하소서.

우리 가운데 있는 그들을 더 이상은 못 본 척 무시하지 않게 하소서.

모르는 척 업신여기지 않게 하시고, 병고와 세파에 시달리고 절망과 슬픔에 기가 꺾인 이들의 바람막이가 되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감사하는 사람 | 작성시간 23.07.11 아멘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3.07.11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Sfssesil | 작성시간 23.07.11 감사합니다 ~♡
  • 작성자앞동산 | 작성시간 23.07.11 아 멘 !
    감사합니다 ^^
  • 작성자들꽃1 | 작성시간 23.07.11 아멘! 감사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