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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신부 강론

2023년 7월 28일 연중 제16주간 금요일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3.07.27|조회수265 목록 댓글 11

제1독서
▥ 탈출기의 말씀 20,1-17

 

그 무렵 주님께서 

1 이 모든 말씀을 하셨다.
2 “나는 너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낸 주 너의 하느님이다.
3 너에게는 나 말고 다른 신이 있어서는 안 된다.
4 너는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든, 아래로 땅 위에 있는 것이든, 땅 아래로 물속에 있는 것이든 그 모습을 본뜬 어떤 신상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
5 너는 그것들에게 경배하거나, 그것들을 섬기지 못한다.
주 너의 하느님인 나는 질투하는 하느님이다.
나를 미워하는 자들에게는 조상들의 죄악을 삼 대 사 대 자손들에게까지 갚는다.
6 그러나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이들에게는 천대에 이르기까지 자애를 베푼다.
7 주 너의 하느님의 이름을 부당하게 불러서는 안 된다.
주님은 자기 이름을 부당하게 부르는 자를 벌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두지 않는다.
8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켜라.
9 엿새 동안 일하면서 네 할 일을 다 하여라.
10 그러나 이렛날은 주 너의 하느님을 위한 안식일이다.
그날 너와 너의 아들과 딸, 너의 남종과 여종, 그리고 너의 집짐승과 네 동네에 사는 이방인은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
11 이는 주님이 엿새 동안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들고, 이렛날에는 쉬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님이 안식일에 강복하고 그날을 거룩하게 한 것이다.
12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그러면 너는 주 너의 하느님이 너에게 주는 땅에서 오래 살 것이다.
13 살인해서는 안 된다. 

14 간음해서는 안 된다.

15 도둑질해서는 안 된다.
16 이웃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
17 이웃의 집을 탐내서는 안 된다.
이웃의 아내나 남종이나 여종, 소나 나귀 할 것 없이 이웃의 소유는 무엇이든 탐내서는 안 된다.”

 


복음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 13,18-23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8 “너희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새겨들어라.
19 누구든지 하늘 나라에 관한 말을 듣고 깨닫지 못하면, 악한 자가 와서 그 마음에 뿌려진 것을 빼앗아 간다.
길에 뿌려진 씨는 바로 그러한 사람이다.
20 돌밭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들으면 곧 기쁘게 받는다.
21 그러나 그 사람 안에 뿌리가 없어서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말씀 때문에 환난이나 박해가 일어나면 그는 곧 걸려 넘어지고 만다.
22 가시덤불 속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이 그 말씀의 숨을 막아 버려 열매를 맺지 못한다.
23 좋은 땅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듣고 깨닫는다.
그런 사람은 열매를 맺는데, 어떤 사람은 백 배, 어떤 사람은 예순 배, 어떤 사람은 서른 배를 낸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설명해주십니다.

 

그런데 정작 “씨 뿌리는 사람”에 대해서는 말씀하지 않으시고, ‘뿌려진 씨’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이는 “말씀”이 “씨앗”으로 뿌려졌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동시에 ‘뿌려진 씨’는 사람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뿌려진 씨’라는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세상에 뿌려진 하느님의 씨앗’입니다.

‘밭’이 아니라 ‘씨앗’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먼저 알아들어야 할 것은 말씀이 열매가 아닌 ‘씨앗’으로 뿌려졌듯이, 사람도 열매가 아니라 ‘씨앗’으로 뿌려졌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선사된 선물일 뿐만 아니라, 열매를 맺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기에 이는 우리에게 결실을 맺어야 할 소명이 주어졌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그 소명은 자신이 원하는 열매가 아니라, 씨앗(말씀)이 원하는 열매를 맺는 일입니다.

곧 우리 자신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뿌려진 씨앗(말씀)을 실현시키는 일입니다.

 

이처럼 말씀은 우리의 목적을 이루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를 도구로 하여 당신의 뜻을 이룹니다. 
그런데 그 소명은 자신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세상이라는 환경(조건)과의 관계에서 맺는 결실입니다.

 

곧 ‘길’, ‘돌’, ‘가시덤불’, ‘좋은 땅’과의 관계 안에서 맺는 결실입니다.

예컨대, 씨앗을 물어가는 새(악한 생각)와, 씨앗이 뿌리내리지 못하게 막는 돌(시련과 박해)과, 씨앗을 숨 막히게 하는 가시덤불(재물과 유혹) 등과의 관계 안에서 맺게 되는 열매입니다. 

동시에 이는 우리가 형제와 더불어 구원의 길을 함께 가도록 짝 지워진 구원의 동반자요, 동행자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곧 형제나 공동체가 열매를 잘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협조자로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곧 형제나 공동체가 열매를 맺도록 자신이 거름이 되는 것, 죽어 거름이 되는 것, 그리스도처럼 세상을 위하여 자신을 내어놓는 일입니다. 

한편 우리는 밭이 씨앗을 일구는 줄로 알지만, 사실은 씨앗이 밭을 일굽니다.

씨앗이 밭을 규명하는 것이지, 밭이 씨앗을 규명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곧 밀 씨가 뿌려지면 밀밭이 되고, 콩이 뿌려지면 콩밭이 됩니다.

돌이 깔려 있으면 돌밭이 되고, 가시덤불이 덮고 있으면 가시덤불 밭이 됩니다.

쓰레기가 가득하며 쓰레기 밭이요, 똥이 뿌려지면 똥밭입니다.

그러니 결코 밭이 스스로 밀밭이 되거나 콩밭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사실은 지금 내 안에 무엇이 자라고 있는지, 내가 어떤 밭인지를 알게 해 줍니다. 

곧 내 안에 말씀이 자라고 있으면 향기를 뿜는 좋은 밭이요, 쓰레기로 쌓여 가고 있으면 온갖 악취가 뒤범벅이 된 오물 밭일 것입니다. 

 

옛 교부들은 “그리스도인은 한 권의 책, 곧 한 권의 복음서다.”라고 표현했으며, 특히 “성모님은 말씀의 도서관이다.”라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그분 안에는 말씀으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내 안에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고, 무엇이 자라고 있을까요? 
말씀이 자라고 있는 ‘말씀의 도서관’인가요? 

아니면 자신의 욕망이 자라는 잡초 밭인가요? 
 
하오니, 주님! 

좋은 땅의 사람 되게 하소서.
좋은 땅일수록 뿌린 씨앗만이 아니라 뿌리지 않은 잡초도 잘 자랄 수 있기에 시련을 끌어안고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열매를 맺는 데 당연히 있기 마련인 죽음의 길에서 도망치지 않게 하소서! 
기꺼이 죽어서 뿌린 씨앗의 열매를 맺게 하소서!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좋은 땅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마태 13,23)

 

주님!

좋은 땅의 사람 되게 하소서.

하늘을 쳐다보며 땅의 노래를 부르는,

땅을 지배하지 않고 윽박지르지 않고 보살펴 매만지며 뿌려진 씨앗을 소중히 여기는,

뿌린 씨를 거부하지 않고 지지하며 북돋우는,

열매를 맺어야 하는 씨앗의 소명을 도와주는,

마음 안에 사랑이 부어졌음을 받아들이는,

그래서 누구에게나 사랑하기를 마다하지 않고, 결코 사랑하기를 그치지 않는,

그런 좋은 땅의 사람 되게 하소서.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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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들꽃1 | 작성시간 23.07.28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감사하는 사람 | 작성시간 23.07.28 아멘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3.07.28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앞동산 | 작성시간 23.07.28 아 멘 !
    감사합니다 ^^
  • 작성자가을비 | 작성시간 23.07.28 아멘~♡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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