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이영근 신부 강론

2023년 9월 14일 목요일 ·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3.09.13|조회수406 목록 댓글 10

제1독서
 민수기의 말씀 21,4ㄴ-9

 

4 길을 가는 동안에 백성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5 그래서 백성은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하였다.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
6 그러자 주님께서 백성에게 불 뱀들을 보내셨다.
그것들이 백성을 물어,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죽었다.
7 백성이 모세에게 와서 간청하였다.
“우리가 주님과 당신께 불평하여 죄를 지었습니다.
이 뱀을 우리에게서 치워 주시도록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그래서 모세가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였다.
8 그러자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불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
9 그리하여 모세는 구리 뱀을 만들어 그것을 기둥 위에 달아 놓았다.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

 


복음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 3,13-17

 

그때에 예수님께서 니코데모에게 말씀하셨다.
13 “하늘에서 내려온 이, 곧 사람의 아들 말고는 하늘로 올라간 이가 없다.
14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15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16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17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주시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요한 3,16)

그렇습니다.

이 큰일을 그리스도께서는 바로 ‘십자가’를 통하여 이루셨습니다.

 

사실 ‘십자가의 형벌’은 손과 발이 못박인 채 철저히 무력해진 참으로 무력하기 짝이 없는 비참함의 끝이요, 노예 죄수에게나 행해지는 참으로 냉혹하기 짝이 없는 철저하게 버림받음이요, 그야말로 완전한 패배요, 저주의 상징이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말합니다.
“‘나무에 달린 자는 누구나 저주받을 자다’라고 성서에 기록되어 있듯이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달려 저주받은 자가 되셔서 우리를 율법의 저주에서 구원해 내셨습니다.”

(갈라 3,13)

그래서 십자가는 유대인들에게는 걸림돌이요, 그리스인들에게는 어리석음이었습니다(1코린 1,23 참조). 

그러나 “멸망할 자들에게는 십자가에 관한 말씀이 어리석은 것이지만, 구원을 받을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힘입니다.”(1코린 1,18)

오늘은 ‘십자가’에서 세 가지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십자가는 ‘죄인임을 공적으로 인정하는 곳’입니다.

십자가는 죄인이 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먼저 우리가 죄인임을 인정할 때라야 십자가는 지게 됩니다.

그러기에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하지 않을 때 우리는 십자가를 피하고 도피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용서해야 할 존재’이기에 앞서, ‘용서받아야 할 존재’임을 깨달아야 할 일입니다.

동시에, 나아가서는 죄인이라서가 아니라 ‘죄 없음에도 죄를 뒤집어쓸 줄을 아는 일’입니다.

이해받지 못하고 오해받고 곡해 받고 누명쓰는 일을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둘째는 십자가는 ‘죽는 곳’입니다.

십자가는 죽음의 장소입니다.

 

곧 죽이는 일이 아니라 죽음 당하는 일이요,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는 일이요, 앞서는 일이 아니라 물러나는 일입니다.

승리하는 일이 아니라 패배당하는 일이요, 중심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변두리로 밀려나는 일입니다.

동시에, 나아가는 틀려서가 아니라 옳으면서도 지는 일이요, 힘 있으면서도 눌리는 일입니다. 

셋째는 ‘타인을 위하여 건네주는 곳’입니다.

마지못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그가 잘 되기를 바라며 하는 것이요, 그가 구원되기를 희망하여 자신을 건네주는 일이요, 사랑으로 하는 일입니다. 

그러기에 십자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승리요, 구원이 됩니다.

곧 십자가는 죽음이지만, 동시에 죽음을 죽이고 진정으로 참 생명으로 살아납니다.

 

이처럼 십자가는 무력함이지만, 구원을 이루는 전능함이 됩니다.

낮아짐으로써 진정 높아지며, 패배이지만 사랑의 승리가 됩니다.

지면서도 쳐부수며, 승리의 깃발이 되고, 영광의 월계관이 됩니다.

 

이토록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로 인류를 구원하셨습니다.

그야말로 십자가는 우리 삶의 의미가 되었고, 역사의 역전이며 혁명이요, 하느님 사랑의 표상이며, 완전한 승리의 표상이요, 현양이며 영광이 되었습니다.

 

이 십자가가 바로 우리의 자랑입니다.

그렇습니다.

십자가를 통하여 구원을 베푸신 하느님 사랑이 바로 우리의 자랑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고백합니다.
“나에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밖에는 아무 것도 자랑할 것이 없습니다.”

(갈라 6,14)

오늘 십자가를 드높여 이 고귀한 그리스도의 구원과 하느님의 사랑을 찬미합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세상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요한 3,16)

 

주님!

당신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손에 못이 박히고 가슴이 창에 찔리고 머리에는 가시관을 쓰시면서도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저도 당신 사랑의 멍에를 지고 거부되고 배척받을지라도

사랑하기를 멈추지 말게 하소서!

이해받지 못하고 부당한 처사를 받을지라도

사랑으로 져줄 줄을 알게 하소서.

사랑으로 눈감을 줄을 알고,

죄 없으면서도 뒤집어쓸 줄을 알며,

약해져 꺾일 줄 알고,

낮아져 밟힐 줄을 알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atti | 작성시간 23.09.14 Amen.
  • 작성자안나쌤 | 작성시간 23.09.14 아멘!
  • 작성자하늘빛 | 작성시간 23.09.14 제 십자가를 제대로 지고 가게 하소서.아멘.
  • 작성자혜원 | 작성시간 23.09.14 아멘. 감사합니다 ~♡♡
  • 작성자가을비 | 작성시간 23.09.15 아멘 ~♡감사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