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이영근 신부 강론

2023년 10월 4일 수요일 ·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3.10.03|조회수389 목록 댓글 9

제1독서
▥ 느헤미야기의 말씀 2,1-8

 

1 아르타크세르크세스 임금 제이십년 니산 달, 내가 술 시중 담당이었을 때, 나는 술을 가져다가 임금님께 올렸다.

그런데 내가 이제까지 임금님 앞에서 슬퍼한 적이 없기 때문에,
2 임금님께서 나에게 물으셨다. 

“어째서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느냐?
네가 아픈 것 같지는 않으니, 마음의 슬픔일 수밖에 없겠구나.”
나는 크게 두려워하면서, 

3 임금님께 아뢰었다.
“임금님께서 만수무강하시기를 빕니다.
제 조상들의 묘지가 있는 도성은 폐허가 되고 성문들은 불에 타 버렸는데, 제가 어찌 슬픈 얼굴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4 그러자 임금님께서 나에게, “네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시기에, 나는 하늘의 하느님께 기도를 올리고, 

5 임금님께 아뢰었다.
“임금님께서 좋으시다면, 그리고 이 종을 곱게 보아 주신다면, 저를 유다로, 제 조상들의 묘지가 있는 도성으로 보내 주셔서, 그 도성을 다시 세우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6 그때에 왕비께서도 옆에 계셨는데, 임금님께서는 “얼마 동안 가 있어야 하느냐? 언제면 돌아올 수 있겠느냐?” 하고 나에게 물으셨다.
임금님께서 이렇게 나를 보내시는 것을 좋게 여기셨으므로, 나는 임금님께 기간을 말씀드렸다.
7 나는 또 임금님께 아뢰었다. 

“임금님께서 좋으시다면, 유프라테스 서부 지방관들에게 가는 서신 몇 통을 저에게 내리게 하시어, 제가 유다에 다다를 때까지 그들이 저를 통과시키도록 해 주십시오.
8 또 왕실 숲지기 아삽에게도 서신을 내리시어, 하느님의 집 곁 성채의 문과 도성의 벽, 그리고 제가 들어가 살 집에 필요한 목재를 대게 해 주십시오.”
내 하느님의 너그러우신 손길이 나를 보살펴 주셨으므로, 임금님께서는 내 청을 들어주셨다.

 


복음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9,57-62

 

그때에 예수님과 제자들이 

57 길을 가는데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스승님을 따르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58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
59 예수님께서는 다른 사람에게 “나를 따라라.” 하고 이르셨다.
그러나 그는 “주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60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고, 너는 가서 하느님의 나라를 알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61 또 다른 사람이 “주님, 저는 주님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먼저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게 허락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62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오늘 복음에는 대조되는 세 인물과 그에 따른 예수님의 세 가지 태도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사람은 예수님께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스승님을 따르겠습니다.”라고 말하는데, 이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두 번째 사람은 예수님께서 먼저 “나를 따라라”하는데, 그는 “주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말합니다. 
세 번째 사람은 “주님 저는 주님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먼저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게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말하는데, 예수님께서는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되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따라나서겠다는 사람은 내치는가 하면,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러 집에 다녀오겠다는 이는 가지 못하게 하고, 먼저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겠다는 이에게는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하십니다. 

바로 여기에 참된 제자 됨의 가르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첫 번째 사람을 내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설익은 고백을 깨우치면서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는' 낮고 겸손한 삶에로 부르십니다.

당신을 따르는 이가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말해주기 위함입니다.

두 번째 사람에게 ‘아버지의 장사를 치르도록 허락하지 않은 것’ 역시, 당신을 진정 따르는 길이 무엇인지를 말해줍니다.

곧 당신의 제자는 죽음의 나라를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하늘나라를 더 앞세우는 이라는 것을 깨우쳐줍니다. 

또 '먼저'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도록 해 달라고 하는 세 번째 사람에게는 ‘대체 무엇을 먼저 앞세워야 하는지’를 깨우쳐줍니다.

곧 인간의 일보다 하느님의 일을 앞세우라는 말씀입니다.

'먼저' ‘하늘나라와 하느님의 의를 구하라’는 말씀이요, 그 아무 것도 그리스도보다 앞세우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바로 이것이 그리스도의 제자됨의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곧 무엇보다도 ‘앞서 먼저’, 자신의 ‘머리 위에’ 그리스도를 두고 사는 일입니다. 

이는 자신이 그리스도께 속한 이임을 말해줍니다. 

결국, 뒤를 돌아다보지도 말며, 오로지 임을 향하여 진리를 따라 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기에 제자됨은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비본질인지, 무엇이 우선적이고 무엇이 부차적인 것인지를 잘 아는 일입니다.

 

그것은 거처를 지상에 두지 않는 삶, 곧 순례자요 거류민으로의 삶입니다.

자신의 편리와 안정을 추구하는 삶이 아니라, 오히려 떠돌이로서 불투명한 삶에 자신을 맡기는 일입니다.

 

믿음을 하늘에 두고, 땅에서 자신이 가난해지고 보잘 것 없어지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세상의 가치를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신뢰를 두고 사는 일이요, 죽음의 나라를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게 하늘나라를 앞세우는 일입니다.

거처할 곳이 묻혀 썩는 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하느님과 더불어 하늘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대체 어디에 머리를 두고 있는가?'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루카 9,62)

 

주님!

제 몸이 당신 밭에 머물게 하소서.

제 손이 당신 말씀의 쟁기를 잡고 진리의 밭을 갈게 하소서.

당신은 저의 탯줄, 저의 보금자리, 저의 무덤이오니,

제 머리가 항상 당신 가슴에 기대어 있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atti | 작성시간 23.10.04 Amen.
  • 작성자들꽃1 | 작성시간 23.10.04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안나쌤 | 작성시간 23.10.04 아멘!
  • 작성자가을비 | 작성시간 23.10.04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앞동산 | 작성시간 23.10.04 아 멘 !
    감사합니다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