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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신부 강론

2023년 10월 15일 연중 제28주일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3.10.15|조회수291 목록 댓글 8

제1독서
▥ 이사야서의 말씀 25,6-10ㄱ

 

6 만군의 주님께서는 이 산 위에서 모든 민족들을 위하여 살진 음식과 잘 익은 술로 잔치를, 살지고 기름진 음식과 잘 익고 잘 거른 술로 잔치를 베푸시리라.
7 그분께서는 이 산 위에서 모든 겨레들에게 씌워진 너울과 모든 민족들에게 덮인 덮개를 없애시리라.
8 그분께서는 죽음을 영원히 없애 버리시리라.
주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 내시고 당신 백성의 수치를 온 세상에서 치워 주시리라.
정녕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9 그날에 이렇게들 말하리라.
“보라, 이분은 우리의 하느님이시다.
우리는 이분께 희망을 걸었고 이분께서는 우리를 구원해 주셨다.
이분이야말로 우리가 희망을 걸었던 주님이시다.
이분의 구원으로 우리 기뻐하고 즐거워하자.
10 주님의 손이 이 산 위에 머무르신다.”

 


제2독서
 사도 바오로의 필리피서 말씀 4,12-14.19-20

 

형제 여러분,

12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13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14 그러나 내가 겪는 환난에 여러분이 동참한 것은 잘한 일입니다.
19 나의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영광스럽게 베푸시는 당신의 그 풍요로움으로, 여러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 주실 것입니다.
20 우리의 하느님 아버지께 영원무궁토록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 

아멘.

 


복음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 22,1-14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여러 가지 비유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1 말씀하셨다.
2 “하늘 나라는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
그는 종들을 보내어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을 불러오게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오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다른 종들을 보내며 이렇게 일렀다.
‘초대받은 이들에게, ′내가 잔칫상을 이미 차렸소. 황소와 살진 짐승을 잡고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어서 혼인 잔치에 오시오.′하고 말하여라.’
그러나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떤 자는 밭으로 가고 어떤 자는 장사하러 갔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종들을 붙잡아 때리고 죽였다.
임금은 진노하였다.
그래서 군대를 보내어 그 살인자들을 없애고 그들의 고을을 불살라 버렸다.
그러고 나서 종들에게 말하였다.
‘혼인 잔치는 준비되었는데 초대받은 자들은 마땅하지 않구나.
그러니 고을 어귀로 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오너라.’
10 그래서 그 종들은 거리에 나가 악한 사람 선한 사람 할 것 없이 만나는 대로 데려왔다.
잔칫방은 손님들로 가득 찼다.
11 임금이 손님들을 둘러보려고 들어왔다가,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 하나를 보고,
12 ‘친구여, 그대는 혼인 예복도 갖추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나?’ 하고 물으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13 그러자 임금이 하인들에게 말하였다.
‘이자의 손과 발을 묶어서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버려라.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14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

 

 

 

<“그대는 혼인예복도 갖추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나?”>


연중 제28주일입니다. 

우리는 전 주일에는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를, 그 전 주일에는 ‘두 아들의 비유’를, 오늘은 ‘혼인잔치의 비유’를 들었습니다. 

 

이 세 비유의 배경은 모두 동일합니다.

곧 이 비유들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어 성전을 정화하시자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예수님께 찾아와 권위에 대해 따져 추궁하자 들려주신 비유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는 수석사제와 백성의 원로들에게 들려주는 말씀입니다.

오늘 말씀전례는 ‘잔치’에 대한 말씀입니다.

‘잔치’는 유대인들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더구나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혼인잔치’는 성경에서 하느님과 그분 백성의 기쁘고 결정적인 일치의 상징으로 쓰이며(마태 15,1-12), 구원과 그 기쁨을 의미합니다.

곧 하느님께서 벌리시는 이 ‘혼인잔치’에 신랑은 그리스도이시며, 신부는 그리스도께서 사랑하시는 교회입니다.

이 잔치에 차려진 메뉴는 평화와 자비, 사랑과 기쁨, 봉사와 순명, 정의와 진리 등으로 차고 넘쳐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는 주님께서 특별히 마련하시는 잔치와 그 풍성함을 드러내줍니다.

곧 산 위에서 모든 민족들을 위하여 벌어지는 이 잔치는 음식과 술이 풍성할 뿐만 아니라, 모든 민족들의 너울이 벗겨지고, 죽음은 영원히 사라지고, 모든 사람에게서 눈물과 수치가 치워지는 잔치입니다.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 풍요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나의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영광스럽게 베푸시는 당신의 그 풍요로움으로, 여러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주실 것입니다.”

(필리 4,19)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는 이상하게도 이 천상의 잔치에 초대받고도 응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심부름꾼들을 붙잡아 때리고 죽이기까지 합니다.

사실 그들은 하느님을 믿는 충실한 신앙인들이었습니다.

메시아를 간절히 기다렸던 종교지도자들이었으며 유대백성들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는 크게 두 부류의 사람들이 나옵니다.

초대에 응답한 이들과 응답하지 않는 이들입니다.

 

그리고 응답하지 않은 이들에는 또 다시 두 부류가 있으니, 자신들의 생업을 핑계 삼아 응답하지 않은 이들과 심부름꾼들을 붙잡아 때리거나 죽이기까지 하는 박해자들입니다.

이들 모두는 먼저 하느님께 초대를 초대받았으나 응답하지 않은 유대인들을 상징합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특별하신 섭리로 선택받았으나, 세속적인 탐욕과 진리에 대한 곡해로 하느님의 초대를 거부하고 박해하였습니다. 

비유에서 임금은 말합니다. 

구약성경과 유대교에서는 흔히 하느님을 임금으로 말합니다.

“혼인잔치는 준비되었는데 초대받은 이들은 마땅하지 않구나. 
그러니 고을 어귀로 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 오너라.”

(마태 22,8-9)

이는 하느님의 초대에는 악한 사람이나 선한 사람이나 아무런 차별이 없으며, 누구든지 응하기만 하면 잔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곧 구원은 인간적인 기준으로서의 선악과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의 은혜와 그 은혜에 대한 응답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하늘나라는 하느님의 선물이요 자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설령 초대에 응답했다 하더라도, 그에 합당한 예복을 갖춰 입지 않으면 잔치에서 쫓겨난다는 사실입니다. 

당시의 유대인들은 잔치를 베풀 때 반드시 대문에다 예복을 미리 준비해두었고, 이렇게 손님들이 예복을 입고 잔치에 들어가는 것은 주인에 대한 각별한 예의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예복을 입지 않고 들어감은 주인을 모독하는 태도였던 것입니다. 

그러니 초대에 응했다 하더라도 예복을 갖추어 입지 않으면 다시 쫓겨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초대받은 자가 입고 들어가야 하는 예복은 무엇인가?
예수님께서는 산상설교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더러 ‘주님, 주님’하고 부른다고 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

(마태 7,21)

그러니 ‘아버지 뜻의 실행’이라는 예복입니다. 

그것은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거룩한 덕행의 예복이요, 우리 주님 그리스도의 ‘말씀의 실천’이라는 예복입니다. 

 

중요한 것은 하늘나라는 먼 훗날의 나라가 아니며, 하늘나라에로의 초대 역시 먼 훗날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초대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하늘나라의 잔치 역시 먼 훗날의 벌어지는 잔치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말씀의 잔치인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말씀의 옷을 입어야 할 일입니다. 

바로 오늘의 삶 한가운데서 말씀의 실현이라는 이 잔치가 구체화되고 실현되고 증거되어야 할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이 잔치에 초대하십니다. 

우리는 낡은 인간을 벗어버리고 새 인간의 예복을 갈아입고 이 은혜로운 잔치에 참여해야 할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친구여, 그대는 혼인 예복도 갖추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나?" 

(마태 22,12)

 

주님!

잔치에 합당한 자 되게 하소서.

찬미와 감사의 거룩한 예복을 갖추게 하소서!

행동하는 신앙, 실천하는 사랑, 꺾이지 않는 희망으로 당신의 갑옷을 차려 입게 하소서!

당신 진리의 옷을 입고, 빛을 살게 하소서!

기쁨의 옷을 입고,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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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걸레 | 작성시간 23.10.15 예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몰라서궁금했는데
    가르쳐주시니 황혼길인
    지금부터라도 옷감구해
    마련하렵니다,
  • 작성자엘리 | 작성시간 23.10.15 감사합니다
    아멘입니다
  • 작성자들꽃1 | 작성시간 23.10.15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조나단 | 작성시간 23.10.15 아멘 신부님 푸른잎새님 고맙습니다.
  • 작성자가을비 | 작성시간 23.10.15 아멘~♡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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