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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신부 강론

2023년 11월 1일 수요일 · 모든 성인 대축일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3.10.31|조회수393 목록 댓글 11

제1독서
▥ 요한 묵시록의 말씀 7,2-4.9-14


나 요한은 

2 다른 한 천사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인장을 가지고 해 돋는 쪽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가 땅과 바다를 해칠 권한을 받은 네 천사에게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3 “우리가 우리 하느님의 종들의 이마에 인장을 찍을 때까지 땅도 바다도 나무도 해치지 마라.”
4 나는 인장을 받은 이들의 수가 십사만 사천 명이라고 들었습니다.
인장을 받은 이들은 이스라엘 자손들의 모든 지파에서 나온 사람들이었습니다.
9 그다음에 내가 보니, 아무도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큰 무리가 있었습니다.
모든 민족과 종족과 백성과 언어권에서 나온 그들은, 희고 긴 겉옷을 입고 손에는 야자나무 가지를 들고서 어좌 앞에 또 어린양 앞에 서 있었습니다.
10 그들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구원은 어좌에 앉아 계신 우리 하느님과 어린양의 것입니다.”
11 그러자 모든 천사가 어좌와 원로들과 네 생물 둘레에 서 있다가, 어좌 앞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하느님께 경배하며

12 말하였습니다.
“아멘. 우리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과 지혜와 감사와 영예와 권능과 힘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아멘.”
13 그때에 원로 가운데 하나가, “희고 긴 겉옷을 입은 저 사람들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느냐?” 하고 나에게 물었습니다.
14 “원로님, 원로님께서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하고 내가 대답하였더니, 그가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저 사람들은 큰 환난을 겪어 낸 사람들이다.
저들은 어린양의 피로 자기들의 긴 겉옷을 깨끗이 빨아 희게 하였다.”

 


제2독서
▥ 요한 1서의 말씀 3,1-3

 

사랑하는 여러분,
1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리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과연 우리는 그분의 자녀입니다.
세상이 우리를 알지 못하는 까닭은 세상이 그분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2 사랑하는 여러분, 

이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분께서 나타나시면 우리도 그분처럼 되리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분을 있는 그대로 뵙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3 그분께 이러한 희망을 두는 사람은 모두, 그리스도께서 순결하신 것처럼 자신도 순결하게 합니다.

 


복음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 5,1-12ㄴ


그때에 

1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보시고 산으로 오르셨다.
그분께서 자리에 앉으시자 제자들이 그분께 다가왔다.
2 예수님께서 입을 여시어 그들을 이렇게 가르치셨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10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11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12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행복하여라.">


오늘은 '모든 성인 대축일'입니다.

잘 익어 가는 11월의 가을처럼, 우리 모두에게도 주님의 축복과 자비가 잘 익어 ‘성덕’의 열매가 맺혔으면 좋겠습니다. 

정녕 가을은 하나의 변화의 극점입니다.

자신을 찬란하게 꾸며오던 일에서, 자신을 내려놓고 비우는 일에로의 건너감입니다.

 

그것은 붙들고 있던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바람 부는 대로 나뒹구는 낙엽처럼, 매여 있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영의 이끄심에 끌려 다니는 일입니다.

임을 찾아 바삐 달리던 일에서, 찾아 만난 임과의 속삭임에로의 건너가는 일입니다.

이제는 뒹구는 낙엽처럼, 강해지기보다는 약해지기를, 능력을 갖추기보다는 무력해지기를, 현명하기보다는 어리석어지기를 배워야 할 때입니다.

부서져 사라지는 것이 생명의 길이요, 옳고도 지는 것이 사랑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비워지고서야 타인의 존귀함이 보이고, 허물을 뒤집어쓰고서야 자신이 비워지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자신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해결 받기를 즐겨해야 할 때입니다.

자신이 해결사가 아니라, 해결 받아야 할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보다, 주님을 주님 되게 해 드려야 할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제는 주님 안의 자신과 홀로 고독할 줄을 배워야 할 때입니다. 

지금까지는 공동체에 힘입어 살아왔다면, 이제는 공동체에 거름으로 자신을 내어주어야 할 일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는 '참된 행복'입니다. 

그것은 ‘가난을 사는 일’입니다. 

이미 그분을 차지한 까닭입니다. 

그러면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할 것입니다. 

그것은 ‘슬퍼할 줄을 아는 일’입니다. 

자신과 세상의 죄를 슬퍼하되, 자비 안에서 위로를 받고 기쁠 것입니다. 

이미 깨어, 항상 임을 바라보며 기도할 줄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온유해지는 일’입니다.

그것은 진정 있어야 할 하느님 품에 안겨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멍에’를 메고 그분의 감미로움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의로움에 주리고 목말라하는 일’입니다. 

곧 그분 외에는 아무 것에도 목마르지 않는 일입니다. 

주님을 극단적으로 필요로 하는 일 외에는 결코 아무 것도 내세우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자비를 베푸는 일’입니다. 

이미 주님의 마음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마음을 깨끗이 하는 일’입니다.

그분의 손길에 매만져진 까닭입니다.

 

그것은 ‘평화를 위해 일하는 일’입니다.

그분의 영에 끌려 다스림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의로움 때문에 박해받고 모욕을 받으면서도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일’입니다. 

그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주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진정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클 것입니다.
오늘 '모든 성인 대축일'에 이토록 우리는 복된 삶에로 초대를 받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현대 세계에서 성덕의 소명에 관한 권고 문헌’인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마태 5,12)에서 “모든 이가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은 하나의 사명입니다.”(9항)라고 밝히셨습니다.

사부 성 베네딕도의 <수도규칙> 제4장 62절의 성구를 새겨봅니다.
“성인이 되기 전에 성인으로 불리기를 바라지 말고, 참으로 성인으로 불리어지도록 먼저 성인이 되십시오.”

 

<오늘의 말·샘 기도>

 

“행복하여라, ~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마태 5,1-12)

 

주님!

제가 가난을 살게 하소서.

비록 ‘쓸모없는 종’이지만, 당신 앞에서는 부유하게 하소서.

슬퍼할 줄을 알게 하소서.

측은히 여기는 당신의 마음이 제 가슴에 부어지게 하소서.

온유하게 하소서.

겸손하고 양순하신 ‘당신의 멍에’를 메게 하소서.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르게 하소서.

당신 외에는 결코 아무 것에도 목마르지 않게 하소서.

당신을 필요로 하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내세우지 않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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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안나쌤 | 작성시간 23.11.01 아멘!
  • 작성자바람의노래 | 작성시간 23.11.01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감사하는 사람 | 작성시간 23.11.01 아멘
  • 작성자엘리24 | 작성시간 23.11.01 부서져 사라지는 것이 생명의 길이요, 옳고도 지는 것이 사랑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비워지고서야 타인의 존귀함이 보이고, 허물을 뒤집어쓰고서야 자신이 비워지기 때문입니다.

    ......아멘
  • 작성자가을비 | 작성시간 23.11.01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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