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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신부 강론

2023년 11월 18일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3.11.17|조회수419 목록 댓글 10

제1독서
 지혜서의 말씀 18,14-16; 19,6-9

 

14 부드러운 정적이 만물을 뒤덮고 시간은 흘러 한밤중이 되었을 때
15 당신의 전능한 말씀이 하늘의 왕좌에서 사나운 전사처럼 멸망의 땅 한가운데로 뛰어내렸습니다.
16 그는 당신의 단호한 명령을 날카로운 칼처럼 차고 우뚝 서서 만물을 죽음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그가 땅 위에 서니 하늘까지 닿았습니다.
19,6 당신의 명령에 따라 온 피조물의 본성이 저마다 새롭게 형성되어 당신의 자녀들이 해를 입지 않고 보호를 받았던 것입니다.
7 진영 위는 구름이 덮어 주고 물이 있던 곳에서는 마른땅이 나타나는 것이 보였으며
홍해는 장애물이 없는 길로, 거친 파도는 풀 많은 벌판으로 바뀌었습니다.
8 당신 손길의 보호를 받는 이들은 그 놀라운 기적을 보고
온 민족이 그곳을 건너갔습니다.
9 그들은 풀을 뜯는 말들 같았습니다.
또 어린양들처럼 이리저리 뛰면서 주님, 자기들을 구해 내신 당신을 찬양하였습니다.

 


복음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18,1-8

 

그때에 

1 예수님께서는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는 뜻으로 제자들에게 비유를 말씀하셨다.
“어떤 고을에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한 재판관이 있었다.
또 그 고을에는 과부가 한 사람 있었는데 그는 줄곧 그 재판관에게 가서,
‘저와 저의 적대자 사이에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십시오.’ 하고 졸랐다.
재판관은 한동안 들어주려고 하지 않다가 마침내 속으로 말하였다.
‘나는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저 과부가 나를 이토록 귀찮게 하니 그에게는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어야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끝까지 찾아와서 나를 괴롭힐 것이다.’”
6 주님께서 다시 이르셨다.
“이 불의한 재판관이 하는 말을 새겨들어라.
하느님께서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밤낮으로 부르짖는데
그들에게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지 않으신 채, 그들을 두고 미적거리시겠느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지체 없이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막바지 길에서 '기도'에 대한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기도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의 '과부의 청을 들어주는 불의한 재판관의 비유'는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루카 18,1)는 뜻으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들려주신 비유입니다.

그런데 '끊임없이 기도하라'는 말씀은 대체 어떤 기도를 말하는 걸까?

흔히 ‘기도의 황금률’이라 불리는 이 기도를 우리는 '끊임없는 기도'(Laus perennis), ‘항구한 기도’, ‘지속적인 기도’, ‘중단 없는 기도’ 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 기도는 교회 전승 안에서, 주로 서방교회에서는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의 형태로, 동방교회에서는 ‘예수기도’(εύχη Ιησοû)의 형태로 전승되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끊임없이 기도하라’는 말씀은 대체 무슨 뜻일까? 

그것은 우선, ‘끊임없이 주 하느님을 향하라’는 말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곧 기도는 하느님을 ‘향하여’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곧 ‘마음이 동반된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기도가 주님을 향하여 있지 않다면, 그것은 하나의 넋두리요, 하소연이요, 자기 한탄이요, 독백일 뿐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기도는 그 어떤 누군가가 아닌, 바로 우리 ‘주님을 향하여’ 있고, 우리 주님과 관계 안에 머무는 것을 말합니다. 

곧 그것은 주님을 믿고 주님께 희망을 두고 주님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예언자 사무엘은 “기도하지 않는 것은 죄”(1사무 12,23)라고 말합니다. 

만약 하느님과 관계 맺지 않고 하느님께 희망을 두지 않는다면, 곧 하느님이 아닌 다른 우상을 향하게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이 말한 대로, 인간은 ‘하느님을 향하여 방향 지워진 존재’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우리보다 앞서 우리의 주 님 하느님께서 ‘우리를 향하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낙심하지 말고'(루가 18,1)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를 바라보고 계시는 그분이 계시기에, 기도하기를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희망하기를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마치 과부가 판결해주지 않는 재판관 앞에서도 실망하지 않고 간청하기를 포기하지 않듯이 말입니다. 

 

사실 낙심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음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에서 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의 마지막 구절에서 우리의 믿음을 찾으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

(루카 12,8)

그러니 이 '끊임없는 기도'는 '사람의 아들이 올 때'까지의 지속되어야 하는 기도입니다.

그래서 이를 '루카복음의 소묵시록'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기도하기를 결코 멈추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곧 하느님을 향하여 있기를 멈추지 말아야 하고,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 머물러 있기를 멈추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기도하는 한 사람이 기도하지 않는 한 민족보다 위대하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세상에서 하느님의 살아있는 증거자가 되어야 할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

(루카 18,1)

 

주님!

제 마음이 당신을 향하게 하소서.

이미 제 마음 안에 와 계신 당신을 저버리지 않게 하소서.

늘 저를 향하여 있는 당신을 외면하지 않게 하소서.

당신께 믿음을 두고 당신의 희망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당신의 희망이 저의 희망이 되게 하시고 낙심하지 말게 하소서.

늘 제 안에 살아계신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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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조나단 | 작성시간 23.11.18 아멘 신부님 푸른잎새님 고맙습니다.
  • 작성자안나쌤 | 작성시간 23.11.18 아멘!
  • 작성자atti | 작성시간 23.11.18 아멘.
  • 작성자들꽃1 | 작성시간 23.11.18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가을비 | 작성시간 23.11.18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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