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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신부 강론

2023년 11월 19일 연중 제33주일 (세계 가난한 이의 날)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3.11.19|조회수504 목록 댓글 10

제1독서
▥ 잠언의 말씀 31,10-13.19-20.30-31

 

10 훌륭한 아내를 누가 얻으리오? 

그 가치는 산호보다 높다.
11 남편은 그를 마음으로 신뢰하고 소득이 모자라지 않는다.
12 그 아내는 한평생 남편에게 해 끼치는 일 없이 잘해 준다.
13 양모와 아마를 구해다가 제 손으로 즐거이 일한다.
19 한 손으로는 물레질하고 다른 손으로는 실을 잣는다.
20 가난한 이에게 손을 펼치고 불쌍한 이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준다.
30 우아함은 거짓이고 아름다움은 헛것이지만 주님을 경외하는 여인은 칭송을 받는다.
31 그 손이 거둔 결실을 그에게 돌리고 그가 한 일을 성문에서 칭송하여라.

 


제2독서
▥ 사도 바오로의 테살로니카 1서 말씀 5,1-6

 

1 형제 여러분,
그 시간과 그 때에 관해서는 여러분에게 더 쓸 필요가 없습니다.
2 주님의 날이 마치 밤도둑처럼 온다는 것을 여러분 자신도 잘 알고 있습니다.
3 사람들이 “평화롭다, 안전하다.” 할 때, 아기를 밴 여자에게 진통이 오는 것처럼 갑자기 그들에게 파멸이 닥치는데, 아무도 그것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4 그러나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어둠 속에 있지 않으므로, 그날이 여러분을 도둑처럼 덮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5 여러분은 모두 빛의 자녀이며 낮의 자녀입니다.
우리는 밤이나 어둠에 속한 사람이 아닙니다.
6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잠들지 말고,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도록 합시다.

 


복음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 25,14-30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14 “하늘 나라는 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나면서 종들을 불러 재산을 맡기는 것과 같다.
15 그는 각자의 능력에 따라 한 사람에게는 다섯 탈렌트, 다른 사람에게는 두 탈렌트, 또 다른 사람에게는 한 탈렌트를 주고 여행을 떠났다.
16 다섯 탈렌트를 받은 이는 곧 가서 그 돈을 활용하여 다섯 탈렌트를 더 벌었다.
17 두 탈렌트를 받은 이도 그렇게 하여 두 탈렌트를 더 벌었다.
18 그러나 한 탈렌트를 받은 이는 물러가서 땅을 파고 주인의 그 돈을 숨겼다.
19 오랜 뒤에 종들의 주인이 와서 그들과 셈을 하게 되었다.
20 다섯 탈렌트를 받은 이가 나아가서 다섯 탈렌트를 더 바치며,
‘주인님, 저에게 다섯 탈렌트를 맡기셨는데, 보십시오, 다섯 탈렌트를 더 벌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21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일렀다.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22 두 탈렌트를 받은 이도 나아가서, ‘주인님, 저에게 두 탈렌트를 맡기셨는데, 보십시오, 두 탈렌트를 더 벌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23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일렀다.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24 그런데 한 탈렌트를 받은 이는 나아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주인님, 저는 주인님께서 모진 분이시어서, 심지 않은 데에서 거두시고 뿌리지 않은 데에서 모으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25 그래서 두려운 나머지 물러가서 주인님의 탈렌트를 땅에 숨겨 두었습니다.
보십시오, 주인님의 것을 도로 받으십시오.’
26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이 악하고 게으른 종아! 

내가 심지 않은 데에서 거두고 뿌리지 않은 데에서 모으는 줄로 알고 있었다는 말이냐?
27 그렇다면 내 돈을 대금업자들에게 맡겼어야지.
그리하였으면 내가 돌아왔을 때에 내 돈에 이자를 붙여 돌려받았을 것이다.
28 저자에게서 그 한 탈렌트를 빼앗아 열 탈렌트를 가진 이에게 주어라.
29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30 그리고 저 쓸모없는 종은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버려라.
거기에서 그는 울며 이를 갈 것이다.’”

 

 

 

 

<세계 가난한 이를 위한 날>

오늘은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2016년에 선포하신 '세계 가난한 이를 위한 날'입니다.

교종께서는 '자비의 희년'을 폐막하시면서 모든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가난한 이들, 약한 이들,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힌 이들에게 손을 내밀도록 부르심을 받았음을 밝히시면서, 이 날의 제정을 강력히 원하셨습니다.

그리고 연중 제33주일을 '가난한 이를 위한 날'로 정하시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사랑합시다'라는 제목으로 담화문을 발표하셨습니다. 

이 담화문에서 교종께서는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1요한 3,18)라는 “요한 사도의 이 말씀은 그리스도인이라면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책무”임을 밝히고, “모든 이는 연대와 형제애의 구체적 징표로써 가난한 이들에게 마음을 열고 나눔을 실천하도록 초대”받았음을 선언하셨습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는 특별히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일이 ‘우리의 책무’임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제1독서는 잠언의 마지막 부분으로, 주인을 위해 헌시하며, 가난한 이에게 손을 펼치고, 불쌍한 이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주는 훌륭한 아내의 모습을 통해 지혜로운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제2독서는 주님의 날이 도둑처럼 덮치지 않도록 빛의 자녀로서 맑은 정신으로 깨어있도록 촉구합니다. 

복음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들려주신 '탈렌트의 비유'입니다. 

이 비유에서, 주인은 먼 길을 떠나면서 자신의 종들에게 어마어마한 돈(1 탈렌트는 6천 데나리온이고, 1 데나리온은 하루 일당. 오늘날 하루 일당을 10 만원으로 잡으면 약 6 억원)을 맡기고 떠납니다.

이는 종들에 대한 주인의 ‘믿음’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믿음의 표시인 이 탈렌트는 주인의 ‘선물’임과 동시에 그에 따른 ‘과업’(소명)이기도 합니다.

선물은 잘 보관하라고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잘 활용하고 베풀라고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장하고 꽃피워 열매를 맺어야 하는 ‘소명’(과업)도 함께 주어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십자가가 질 수 있는 능력과 함께 주어지듯이, 탈렌트(선물)도 열매 맺기에 충분하게 '능력에 따라' 주어졌습니다. 

그래서 주인이 와서 셈을 할 때는 그 선물을 잘 활용한 첫째와 둘째 종을 “착하고 충성스런 종”이라, 탈렌트를 땅에 묻어두었던 셋째 종을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착하다는 것, 악하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여기서 ‘착하다’는 것은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착한 목자’에게서 알 수 있듯이, 주인을 위해 자신을 바치는 것이요, ‘악하다’는 것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주인의 선물을 땅에 묻어버리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선물을 주신 분에 대한 신뢰냐?’ 아니면 ‘선물을 받은 자신의 신변 안전이냐?’ 에 달린 문제입니다. 

그러니 ‘착하다’는 것은 선물을 주신 분에 대한 믿음이요 희망이요 사랑일 뿐 아니라, 자신을 ‘먼저’ 믿어주신 분께 대한 감사요 봉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충성스런 태도’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반면에 ‘악하다’는 것은 주인을 불신하고 판단할 뿐만 아니라, 주인은 심지도 않은 데서 거두고 뿌리지도 않는 데서 모으는 무서운 분, 곧 자신의 것을 빼앗아 가는 착취자로 여기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게으른 태도’를 가지게 되고 만 것입니다. 

결국 성실한 종과 게으른 종의 차이는 그 재산을 얼마나 불렸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 있습니다.

주인이 종들에게 주었던 신뢰와 사랑을 그들이 얼마나 큰 신뢰와 성실함으로 보답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물에 대한 태도는 선물을 주신 분에 대한 태도를 드러냅니다. 

그래서 주인은 첫째와 둘째 종에게 말합니다.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마태 25,21.23)

반면에 셋째 종에게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악하고 게으른 종아! 

~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 저 쓸모없는 종은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버려라.

거기에서 그는 울며 이를 갈 것이다.”

(마태 25,26-28)

그야말로 믿음은 믿음을 낳고, 불신은 불신을 낳게 됩니다. 

사실 은총의 선물은 능력에 따라 항상 충만히 주어지지만, 우리는 그 은총을 주는 대로 다 받지 못하고 비워진 만큼, 곧 나누어 비워진 만큼 받게 됩니다.

 

반면에 움켜쥐고 있으면 움켜쥔 것마저도 잃게 됩니다.

사실 그 선물은 애시 당초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탈렌트의 비유를 통해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은 선물을 받은 이가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선물을 주신 분에 대한 ‘믿음’에 달려 있음을 말해줍니다.
그렇습니다. 

주님께서 먼저 우리를 믿으셨고, 믿으셨기에 능력에 따라 충분한 선물(은총)을 주셨고, 그 선물을 통해 하늘나라로 초대하셨습니다. 

그렇기에 그 선물은 주신 분의 뜻에 따라 사용될 때에 열매를 맺게 됩니다. 

이는 하늘나라를 차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첫째는 ‘은총’ 곧 하느님의 사랑, 먼저 주신 사랑이요, 둘째는 은총에 따른 ‘소명에 충실함’, 곧 은총을 열매 맺기 위해 믿음과 사랑으로 기꺼이 ‘십자가를 지는 일’ 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서는 은총의 열매를 맺을 힘도, 십자가를 질 힘도 함께 주셨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이 둘은 이미 하느님의 은총이요, 우리에게 월계관을 씌워주기 위한 주님의 사랑이라는 사실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탈렌트를 주고 여행을 떠났다.”

(마태 25,15)

 

주님!

당신은 신랑이 신부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듯 제게 탈렌트를 맡기셨습니다.

당신의 신뢰를 신뢰하게 하소서!

당신의 사랑을 사랑하게 하소서!

진정, 그 크신 당신의 사랑을 제 안에 가두어 두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 선물이 되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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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atti | 작성시간 23.11.19 아멘.
  • 작성자가을비 | 작성시간 23.11.19 아멘~♡감사합니다
  • 작성자안나쌤 | 작성시간 23.11.19 아멘!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3.11.19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들꽃1 | 작성시간 23.11.19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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