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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신부 강론

2023년 11월 22일 수요일 ·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3.11.21|조회수502 목록 댓글 11

제1독서
▥ 마카베오기 하권의 말씀 7,1.20-31

 

그 무렵 

1 어떤 일곱 형제가 어머니와 함께 체포되어 채찍과 가죽끈으로 고초를 당하며,
법으로 금지된 돼지고기를 먹으라는 강요를 임금에게서 받은 일이 있었다.
20 특별히 그 어머니는 오래 기억될 놀라운 사람이었다.
그는 일곱 아들이 단 하루에 죽어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주님께 희망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용감하게 견디어 냈다.
21 그는 조상들의 언어로 아들 하나하나를 격려하였다.
고결한 정신으로 가득 찬 그는 여자다운 생각을 남자다운 용기로 북돋우며 그들에게 말하였다.
22 “너희가 어떻게 내 배 속에 생기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너희에게 목숨과 생명을 준 것은 내가 아니며, 너희 몸의 각 부분을 제자리에 붙여 준 것도 내가 아니다.
23 그러므로 사람이 생겨날 때 그를 빚어내시고 만물이 생겨날 때 그것을 마련해 내신 온 세상의 창조주께서,

자비로이 너희에게 목숨과 생명을 다시 주실 것이다.
너희가 지금 그분의 법을 위하여 너희 자신을 하찮게 여겼기 때문이다.”
24 안티오코스는 자기가 무시당하였다고 생각하며,
그 여자의 말투가 자기를 비난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스러워하였다.
막내아들은 아직 살아 있었다.
임금은 그에게 조상들의 관습에서 돌아서기만 하면 부자로 만들어 주고 행복하게 해 주며 벗으로 삼고 관직까지 주겠다고 하면서,
말로 타이를 뿐만 아니라 약속하며 맹세까지 하였다.
25 그러나 그 젊은이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래서 임금은 그 어머니를 가까이 불러 소년에게 충고하여 목숨을 구하게 하라고 강권하였다.
26 임금이 줄기차게 강권하자 어머니는 아들을 설득해 보겠다고 하였다.
27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에게 몸을 기울이고 그 잔인한 폭군을 비웃으며 조상들의 언어로 이렇게 말하였다.
“아들아, 나를 불쌍히 여겨 다오.
나는 아홉 달 동안 너를 배 속에 품고 다녔고 너에게 세 해 동안 젖을 먹였으며,
네가 이 나이에 이르도록 기르고 키우고 보살펴 왔다.
28 얘야, 너에게 당부한다.
하늘과 땅을 바라보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살펴보아라.
그리고 하느님께서, 이미 있는 것에서 그것들을 만들지 않으셨음을 깨달아라.
사람들이 생겨난 것도 마찬가지다.
29 이 박해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형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죽음을 받아들여라.
그래야 내가 그분의 자비로 네 형들과 함께 너를 다시 맞이하게 될 것이다.”
30 어머니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젊은이가 말하였다.
“당신들은 무엇을 기다리는 것이오?
나는 임금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겠소.
모세를 통하여 우리 조상들에게 주어진 법에만 순종할 뿐이오.
31 히브리인들을 거슬러 온갖 불행을 꾸며 낸 당신은 결코 하느님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오.”

 


복음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19,11ㄴ-28

 

그때에 

11 예수님께서는 비유 하나를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신 데다, 사람들이 하느님의 나라가 당장 나타나는 줄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2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어떤 귀족이 왕권을 받아 오려고 먼 고장으로 떠나게 되었다.
13 그래서 그는 종 열 사람을 불러 열 미나를 나누어 주며, ‘내가 올 때까지 벌이를 하여라.’ 하고 그들에게 일렀다.
14 그런데 그 나라 백성은 그를 미워하고 있었으므로 사절을 뒤따라 보내어,
‘저희는 이 사람이 저희 임금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하고 말하게 하였다.
15 그러나 그는 왕권을 받고 돌아와, 자기가 돈을 준 종들이 벌이를 얼마나 하였는지 알아볼 생각으로 그들을 불러오라고 분부하였다.
16 첫째 종이 들어와서,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로 열 미나를 벌어들였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17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일렀다.
‘잘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가져라.’
18 그다음에 둘째 종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로 다섯 미나를 만들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19 주인은 그에게도 일렀다. 

‘너도 다섯 고을을 다스려라.’
20 그런데 다른 종은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수건에 싸서 보관해 두었습니다.
21 주인님께서 냉혹하신 분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시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시기에, 저는 주인님이 두려웠습니다.’
22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이 악한 종아, 나는 네 입에서 나온 말로 너를 심판한다.
내가 냉혹한 사람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는 줄로 알고 있었다는 말이냐?
23 그렇다면 어찌하여 내 돈을 은행에 넣지 않았더냐?
그리하였으면 내가 돌아왔을 때 내 돈에 이자를 붙여 되찾았을 것이다.’
24 그러고 나서 곁에 있는 이들에게 일렀다.
‘저자에게서 그 한 미나를 빼앗아 열 미나를 가진 이에게 주어라.’
25 ─ 그러자 그들이 주인에게 말하였다.
‘주인님, 저이는 열 미나나 가지고 있습니다.’─
26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27 그리고 내가 저희들의 임금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은 그 원수들을 이리 끌어다가, 내 앞에서 처형하여라.’”
28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고 앞장서서 예루살렘으로 오르는 길을 걸어가셨다.

 

 

 

 

<“내가 올 때까지 벌이를 하여라.”>


겨울의 길목입니다. 

바퀴를 달고 달아나는 가을의 뒷모습이 을씨년스럽고, 길가에 군데군데 몰아다 놓은 가을의 노고, 가을의 땀방울이 쓸쓸합니다. 

 

그런데 잎이 떨어지고 꽃도 떨어지고 나면, 그 나무가 속이 꽉 찬 나무인지 속 텅 빈 나무인지가 훤히 드러나 보입니다. 

이 초겨울 우리의 몸을 치장하고 있던 가식과 허영의 옷들을 벗어버리고, 우리의 속내를 들여다보아야 할 때입니다.

오늘 복음인 '미나의 비유'는 본디 ‘하느님 나라’에 관한 비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를 통해 당신의 말씀과 행적을 통해 이루어진 ‘하느님 나라’에 대해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한 말씀입니다.

 

곧 ‘하느님 나라’는 선물이요 은총임과 동시에 그에 따른 과업과 소명이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선물인 ‘미나’는 주인이이 ‘벌이를 하라고 맡긴 것’(루카 19,13 참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인은 돌아오면 그 소명을 실현하였는지의 여부에 따라 심판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주인의 명령에 불순종했기 때문입니다. 

이 비유에서 ‘왕권을 받으러 먼 고장으로 떠난 어떤 귀족’은 예수님의 승천을, ‘다시 돌아옴’은 재림과 종말을 암시해줍니다. 

이 비유는 겉보기에는 마치 결과에 따라 평가받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사실 결과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이 비유의 핵심은 결실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결실을 많이 맺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결실을 내는 나무’가 되는 데 있습니다.

곧 결실을 통해서 나무의 본질을 보는 데 있습니다.

결국 어떤 나무가 결실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열매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열매를 맺는 나무’에 대한 비유입니다. 

 

곧 ‘착한 종’은 선물과 선물을 주신 분에 대한 믿음으로 성실하여 열매를 맺게 되었지만, ‘악한 종’은 주인에 대해서 “냉혹한 분이어서 가져다놓지 않는 것을 가져가시고 뿌리지 않는 것을 거두어 가시는 분”(루카 19,23)으로 여겼기에 결국 그에 따른 결과를 낳았음을 말해줍니다. 

그러니 이 비유의 핵심은 ‘주인과 맺는 관계성’에 있습니다. 

곧 주인에 대한 믿음과 순명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믿는 이’는 믿음의 열매를 맺을 것이고, ‘불신한 이’는 불신의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그러니 먼저 우리의 마음을 ‘믿음’으로 가꾸어야 하고, 우리의 행실을 ‘순명’으로 채워나가야 할 일입니다.

 

그러니 주인의 ‘선물’을 선으로 활용하고 충실하되, 악용하거나 안정과 보존에만 머물지만도 말아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선물’(미나)을 주신 분에 대한 감사와 믿음을 간직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할 일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선물에 충실하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아니라 자신 안에서 활동하신 분의 힘을 믿고, 그 힘을 주시는 분을 믿고 있는지 말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명령에 실행으로 순명해야 할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내가 올 때까지 벌이를 하여라.”

(루카 19,13)

 

주님!

당신이 주신 믿음의 열매를 맺게 하소서.

당신이 주신 사랑이 열매를 맺게 하소서.

제 안에서 활동하시는 그 크신 힘에 오늘도 감사할 줄 알게 하소서.

오늘도 제 희망이 아니라 당신의 희망이 제 안에서 이루어지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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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atti | 작성시간 23.11.22 Amen.
  • 작성자안나쌤 | 작성시간 23.11.22 아멘! 오늘 하루 살아갈 지혜를 깨우쳐 주심에 감사합니다.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3.11.22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가을비 | 작성시간 23.11.22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들꽃1 | 작성시간 23.11.22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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