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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신부 강론

2023년 12월 25일 주님 성탄 대축일 - 밤 미사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3.12.24|조회수416 목록 댓글 10

제1독서
▥ 이사야서의 말씀 9,1-6

 

1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
2 당신께서는 즐거움을 많게 하시고 기쁨을 크게 하십니다.
사람들이 당신 앞에서 기뻐합니다,
수확할 때 기뻐하듯 전리품을 나눌 때 즐거워하듯.
3 정녕 당신께서는 그들이 짊어진 멍에와 어깨에 멘 장대와 부역 감독관의 몽둥이를 미디안을 치신 그날처럼 부수십니다.
4 땅을 흔들며 저벅거리는 군화도 피 속에 뒹군 군복도 모조리 화염에 싸여 불꽃의 먹이가 됩니다.
5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고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습니다.
왕권이 그의 어깨에 놓이고 그의 이름은 놀라운 경륜가, 용맹한 하느님, 영원한 아버지, 평화의 군왕이라 불리리이다.
6 다윗의 왕좌와 그의 왕국 위에 놓인 그 왕권은 강대하고 그 평화는 끝이 없으리이다.
그는 이제부터 영원까지 공정과 정의로 그 왕국을 굳게 세우고 지켜 가리이다.
만군의 주님의 열정이 이를 이루시리이다.

 


제2독서
▥ 사도 바오로의 티토서 말씀 2,11-14

 

사랑하는 그대여, 

11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
12 이 은총이 우리를 교육하여, 불경함과 속된 욕망을 버리고 현세에서 신중하고 의롭고 경건하게 살도록 해 줍니다.
13 복된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우리의 위대하신 하느님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우리를 그렇게 살도록 해 줍니다.
14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시어,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해방하시고 또 깨끗하게 하시며, 선행에 열성을 기울이는 당신 소유의 백성이 되게 하셨습니다.

 


복음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2,1-14

 

1 그 무렵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서 칙령이 내려, 온 세상이 호적 등록을 하게 되었다.
2 이 첫 번째 호적 등록은 퀴리니우스가 시리아 총독으로 있을 때에 실시되었다.
3 그래서 모두 호적 등록을 하러 저마다 자기 본향으로 갔다.
4 요셉도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 고을을 떠나 유다 지방, 베들레헴이라고 불리는 다윗 고을로 올라갔다.
그가 다윗 집안의 자손이었기 때문이다.
5 그는 자기와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호적 등록을 하러 갔는데, 마리아는 임신 중이었다.
6 그들이 거기에 머무르는 동안 마리아는 해산 날이 되어, 

7 첫아들을 낳았다.
그들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8 그 고장에는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이 있었다.
9 그런데 주님의 천사가 다가오고 주님의 영광이 그 목자들의 둘레를 비추었다.
그들은 몹시 두려워하였다.
10 그러자 천사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11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12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
13 그때에 갑자기 그 천사 곁에 수많은 하늘의 군대가 나타나 하느님을 이렇게 찬미하였다.
14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찬바람 부는 한겨울에>

 

- 크리스티나 로제티, 박정은 옮김  

"찬 바람 부는 한겨울에, 성에 낀 바람은 탄식이 되고 

대지는 철갑처럼 단단하고, 물은 돌덩이 같은데, 

눈은 내려, 눈 위에 또 눈, 눈 위에 또 눈, 

찬 바람 부는 겨울, 오래 전에.

우리의 하느님, 하늘은 그분을 잡지 못하고, 땅도 더는 버틸 수 없어 

하늘과 땅은 도망쳐 버리지, 그분이 다시 오실 때는, 

찬 바람 부는 한겨울에, 마구간이면, 충분했어, 

만능의 주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께는.

천사들이 경배하는 그분께는, 

넉넉한 젖과 포근한 목초면 충분하고, 

천사들이 무릎을 꿇는 그분께는, 

사랑스러운 소와 당나귀, 그리고 낙타면 충분하지.

천사들과 대천사들이 거기에 모여서 

날갯짓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의 어머니만은 순결한 기쁨 속에서 

입맞춤으로 사랑하는 이를 경배했지.

가난한 난 그분께 무엇을 드릴 수 있을까? 

내가 목동이라면, 양을 가져다 드릴 텐데 

내가 동방박사 중 한 명이면, 나의 몫을 할 텐데 

하지만, 내가 그분께 드릴 수 있는 것: 나의 마음을 드리지."

그러네요. 

저도 이 추운 외진 양주골에 찾아오신 아기 예수님께 드릴 것이라고는 ‘고작 저의 이 작은 마음’ 뿐이네요. 

 

이 시는 영국의 시인 크리스티나 로제티(1830-1894년)의 작품으로, 영국 교회에서 널리 불리는 성탄 성가의 가사이기도 하답니다. 

오늘 복음에서, 천사가 양떼를 지키는 목자에게 나타나 말하였습니다.

곧 쉬지 못하고 집 밖으로 나와 야근하는 노동자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루카 2,11)

이는 “구세주 그리스도 여기 계시다”라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암울한 이 세상에 홀로 내버려두지 않으셨습니다. 

평화를 주시러 오셨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루카 2,14)

오늘 제1독서에서 예언자 이사야의 약속이 실현되었음 선포합니다.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고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습니다.”

(이사 9,5)

그러니 다른 표징은 필요 없습니다. 

우리에게도 단지 ‘구유에 누운 아기’를 보라고 초대합니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우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

(루카 2,12)

천사들은 목자들이 ‘구유’에서, 곧 마구간의 거주자인 짐승의 밥그릇, ‘여물통’에서 아기를 보게 되리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교부들은 이사야서(1,3)를 읽으면서 베들레헴 ‘구유 곁’에는 ‘소’와 ‘나귀’가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울러 그 짐승들은 ‘유다인’과 ‘이방인’의 상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곧 ‘아기’가 되신 하느님을 필요로 하는 ‘온 인류’를 암시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교부들은 짐승의 ‘여물통’이 ‘그리스도 자신’이고, 우리 마음의 참된 양식인 ‘빵이 놓인 제대’를 상징한다고 생각하였다고 합니다. 
오늘도 우리는 이 제대에서 당신 자신을 얼마나 ‘작게’ 하시는지, 우리는 다시 한 번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보잘 것 없는 ‘빵 한 조각(성체)’의 모습으로 ‘작게’ 하신 당신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표징입니다. 

곧 우리를 위해 ‘작게 되신 아기’, 우리에게 ‘선사된 아기’가 그 표징입니다. 

이토록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작게’ 하신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그분이 우리에게 오시는 방식이요, 우리를 사랑하는 방식이요, 우리를 다스리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분은 드러나게 권위를 띠고 오지 않으십니다.

 

그토록 전능하신 분이 ‘무능하기 짝이 없는 아기’로, 이길 자 없는 강력하신 분이 ‘연약하고 나약한 아기’로, 말씀이신 분이 ‘말못하는 아기 벙어리’로 오십니다.

그야말로 당신은 ‘무방비 상태’로, 오히려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기’로 오십니다. 

그분은 우리를 권능으로 사로잡지 않으십니다. 

당신의 위대함으로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게 하지도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분은 ‘우리에게 사랑을 간청’하십니다. 

그래서 ‘아기’가 되십니다. 

‘사랑 외에 어떤 것도 바라지 않으신 까닭’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통해’ 그분의 생각과 뜻에 들어가는 법을 배워가고, 그분과 함께 사랑하며 사랑의 본질인 ‘겸손’을 익혀갑니다. 

그토록 하느님께서는 ‘작게’ 되시어, 우리가 당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성탄'은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아기'로 내어주신 하느님을 본받기 위한 축제가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우리를 위하여, 양주골 우묵한 골짜기 여기 우고리에, “구원자 아기 예수 탄생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십니다.”

 

다시 한 번 아기 예수님의 축복이 가득한 기쁨 성탄 맞으시길 빕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루카 2,11)

 

오늘밤, 우리의 아기! 구세주 나셨습니다.

왕방울의 소의 눈이 기쁨에 경악하고, 어린양의 떨리는 탄성에 잠들었던 만물이 깨어납니다.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첫 울음 속에서, “이 사람이야말로 정말 하느님의 아들이었구나.”는 백인대장의 고백을 듣습니다.

포대에 싸여 있듯, 뭇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머리 둘 곳조차 없으시다가 눕지도 않은 채 십자가에 못 박혀 세워질 연약한 아기,

내가 휘두른 채찍에 온몸이 부서질, 그러면서도 생명을 주시고자 저를 부르신 이여!

당신을 품에 안게 하소서.

안은 당신 가슴에 머리를 묻고 새로 나게 하소서!

“목마르다”라고 외치는 당신 음성을 듣게 하소서.

제 생명을 주신 이여!

당신은 남북이 철조망으로 가로막힌 우리의 마음 속 투박한 담 벽이 세워진 이 곳에 ‘평화의 왕’으로 오십니다.

여기, 다윗의 조그마한 고을 한반도, 가로막은 울타리를 걷어내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우리의 아성을 부수소서!

오, 임마누엘, 저희와 함께 계신 아기 예수여!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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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쉬리* | 작성시간 23.12.25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안나쌤 | 작성시간 23.12.25 아멘!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3.12.25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atti | 작성시간 23.12.25 아멘.
  • 작성자들꽃1 | 작성시간 23.12.25 아멘! 감사합니다! 성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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