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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신부 강론

2024년 1월 7일 주님 공현 대축일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4.01.06|조회수521 목록 댓글 13

제1독서
▥ 이사야서의 말씀 60,1-6

 

예루살렘아, 

1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2 자 보라, 어둠이 땅을 덮고 암흑이 겨레들을 덮으리라.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께서 떠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
3 민족들이 너의 빛을 향하여, 임금들이 떠오르는 너의 광명을 향하여 오리라.
4 네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아라. 

그들이 모두 모여 네게로 온다.
너의 아들들이 먼 곳에서 오고 너의 딸들이 팔에 안겨 온다.
5 그때 이것을 보는 너는 기쁜 빛으로 가득하고 너의 마음은 두근거리며 벅차오르리라.
바다의 보화가 너에게로 흘러들고 민족들의 재물이 너에게로 들어온다.
6 낙타 무리가 너를 덮고 미디안과 에파의 수낙타들이 너를 덮으리라.
그들은 모두 스바에서 오면서 금과 유향을 가져와 주님께서 찬미받으실 일들을 알리리라.

 


제2독서
▥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 3,2.3ㄴ.5-6

 

형제 여러분,
2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위하여 나에게 주신 은총의 직무를  여러분은 들었을 줄 압니다.
3 나는 계시를 통하여 그 신비를 알게 되었습니다.
5 그 신비가 과거의 모든 세대에서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성령을 통하여 그분의 거룩한 사도들과 예언자들에게 계시되었습니다.
6 곧 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복음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 2,1-12

 

1 예수님께서는 헤로데 임금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
그러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2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3 이 말을 듣고 헤로데 임금을 비롯하여 온 예루살렘이 깜짝 놀랐다.
4 헤로데는 백성의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을 모두 모아 놓고, 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어디인지 물어보았다.
5 그들이 헤로데에게 말하였다.
“유다 베들레헴입니다. 

사실 예언자가 이렇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6 ‘유다 땅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의 주요 고을 가운데 결코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너에게서 통치자가 나와 내 백성 이스라엘을 보살피리라.’”
7 그때에 헤로데는 박사들을 몰래 불러 별이 나타난 시간을 정확히 알아내고서는,
8 그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내면서 말하였다.
“가서 그 아기에 관하여 잘 알아보시오.
그리고 그 아기를 찾거든 나에게 알려 주시오. 

나도 가서 경배하겠소.”
9 그들은 임금의 말을 듣고 길을 떠났다.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10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
11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12 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

 

 

 

 

<“그분의 별”>


찬미 성탄! 

오늘은 ‘제2의 성탄절’이라고도 불리는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목동들에게만 알려져 있고 감추어져 있었던 메시아의 탄생이 비로소 오늘 동방박사들을 통해 전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이방인들에게도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방교회에서는 오늘을 '거룩한 빛의 축제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오늘 제1독>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말합니다. 
“이것을 보는 너는 기쁜 빛으로 가득하고, 너의 마음은 두근거리며, 벅차오르리라.”

(이사 60,3-5)
오늘 우리는 이 벅찬 기쁨으로 임을 만나러 여행을 하고자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임을 찾는 여행은 ‘세 번의 길 떠남’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첫 번째 떠남은 집을 떠나 예루살렘에 이르는 여행이요,

두 번째 떠남은 예루살렘을 떠나 베들레헴 마구간에 이르는 여행이요,

세 번째 떠남은 마굿간에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여행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길을 떠나기 전에 이미 먼저 빛이 비추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먼저 별이 나타나 그들을 비추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별”(마태 2,2)을 본 이들이 그분을 애타게 갈망하여 집을 떠나 그분을 경배하러 길을 떠납니다. 

우리는 이미 그렇게 첫 번째 길을 떠나온 이들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분명 우리를 비추고 계시는 그분을 향한 갈망과 목마름으로 길을 떠나왔습니다.

그분을 경배하러 말입니다.

예물도 정성껏 준비해서 말입니다.

그리하여 여기 수도원(성당)에 와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여러분들은 어떻게 여길지 모르겠지만, 제 눈에 이곳은 아기 예수님이 계시는 누추한 마구간이라기보다는 예수님이 계실 법하게 여겨지는 화려한 예루살렘 쯤으로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만약 우리가 집과 가족은 떠나왔지만, 여전히 온갖 편리와 안주를 포기하고 있지 않다면 말입니다.

 

오로지 하늘의 별빛을 바라보아야 하지만, 여전히 빛을 놓칠 때도 있고, 길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고, 방황할 때도 있으니 말입니다.

어둠이 찾아들면 길을 분별하지 못할 때도 있고, 더러는 좌절하기도 하고, 반항하기도 하니 말입니다.

 

그러다가 이 사람 저 사람, 혹은 이곳 저곳 자신을 기댈 곳을 찾아 기웃거리기도 하니 말입니다.

마치 동방박사들이 화려한 예루살렘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어디에서도, 그 누구에게서도 그 '진정한 빛'을 만나지는 못합니다.

마치 동방박사들이 별의 안내를 받아서 이스라엘까지 와서 왕궁을 기웃거려보았지만, 메시아를 찾을 수는 없었듯이 말입니다.

우리도 이 수도원에서 그렇게 기웃거리고 있다면 말입니다.

 

그렇다면, 분명 우리는 아기 예수님이 계실 법한 수도원이라는 이 예루살렘의 왕궁에 와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종교적으로 잘 꾸며진 왕궁인 수도원이 아니라, 이 수도원 어딘가에 있는 마구간으로 찾아 내려가야 합니다.

 

참 빛은 그곳 낮은 곳을 비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낮은 곳, 형제들의 약함, 형제들의 가난을 비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곳을 찾아나가는 데는 '꼭 필요한 한 가지'(루카 10,41)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빛이신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동방박사들은 '말씀'을 찾아 만나고서야 왕궁을 떠나 다시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말씀 안에 “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어디인지”(마태 2,3) 이미 알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정, “말씀이 우리 발의 등불, 우리 길의 빛”(시 119,105)인 까닭입니다.

 

베네딕도께서도 <수도규칙> 머리말에서 말합니다.
“복음 성경의 인도를 따라 주님의 길을 걸어감으로써, 우리를 당신 나라로 부르시는 그분을 뵈옵도록 하자.”

(<수도규칙> 머리말 21)

지금 우리는 이렇게 '말씀의 빛'을 따라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분명 우리는 두 번째 길을 떠나온 사람들입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하늘만 쳐다보고 걷는 것이 아니라 빛이 비추는 땅 낮은 곳으로 찾아가야 합니다.

화려한 궁전이 아니라 작은 고을 베들레헴을 향하여 떠나야 합니다.

더 ‘더 낮아지고 더 작아지는 길’을 따라 누추한 마구간으로 달려가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 빛이 비추인 낮은 곳, 마구간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땅에 내려놓고 경배 드려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경배 드리는 일, 그것은 아기 예수님처럼 자신을 땅에 내려놓는 일입니다. 

그토록 낮아져야만, 비로소 성탄입니다. 

낮아져야만 비로소 아기 예수님이 우리 안에 탄생하십니다. 

 

이렇게 낮아지고서야, 당신을 우리 안에 모시고 마침내 우리는 세 번째 길을 떠납니다. 
우리 안에 탄생한 빛이신 말씀, 아기 예수님과 함께 말입니다.

 

진정 그렇다면, 그 빛이 우리 안에서 주님의 공현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빛이 되어 세상을 비출 것입니다.

자신이 밝히는 것이 아니라 빛이신 주님께서 밝히실 것입니다.

이곳 우리들의 베들레헴의 마구간, 낮은 곳에서 밝히실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 번째 길을 떠났는지요? 

 

바로 이 세 번째 길 떠남이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에 우리가 떠나야 할 진정한 길입니다.

우리 안에서 주님의 빛을 발하며 떠나는 길입니다.

 

참으로 벅찬 길입니다.

빛으로 가득한 기쁨이 벅차오르는 길입니다.

 

진정, 오늘 참 빛이 온 누리를 비추고, 우리는 그 빛 속을 걸으며 찬양노래를 부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그분의 별”

(마태 2,2)

 

주님!

당신은 먼저 저를 찾아와 비추셨습니다.

제 마음에 열망을 불러일으키셨습니다.

사랑을 심으셨습니다.

그 사랑 안에 살게 하소서.

그 사랑으로 살게 하소서.

빛이 되어 당신 사랑을 드러내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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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걸레 | 작성시간 24.01.07 고맙습니다 하신말씀 ㄱ
  • 작성자쉬리* | 작성시간 24.01.07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4.01.07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혜원 | 작성시간 24.01.07 아멘. 감사합니다 ~🙏💒
  • 작성자마니또 | 작성시간 24.01.07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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