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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열 신부 강론

성당 나가면 손주 태어납니까?/김웅열 토마스 아퀴나스신부

작성자하늘호수♡마리아|작성시간24.08.06|조회수184 목록 댓글 2
photo by - 느티나무신부님

+찬미 예수님
주님의 이름으로 평화를 빕니다.
몹시 무더운 여름 어떻게 이겨내고 계십니까?
저도 뭐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그냥 더우면 샤워하고, 또 일을 안 할 수 없어서 잡초도 뽑아야 하고, 정원도 정리하다 보면
하루에는 세 번, 네 번씩 샤워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아무튼 그래도 더위는 끝이 있겠죠.
처서가 지나면 아마 더위가 한풀 꺾일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요즘에는 열대야 때문에 잠 못 드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다행히 이 집은 단열을 잘해놔서 주방에 있는 에어컨 하나만 틀어도 집이 좀 시원합니다.
이렇게 시원한 데 있다가 문 열고 나가면 연옥을 만나지요.
또 심한 경우 지옥 같은 느낌을 들기도 할 겁니다.
그래도 계절이 바뀌는 것은 아무도 막지 못할 겁니다.
또 날이 추워지면 여름이 언제 더웠었나 하며 또 춥다고 하면서 따뜻한 걸 찾게 되겠죠.
 
오늘 연중 제18주일입니다.
예전에 한 할아버지가 예비자 모임에 나오신 이유를 망설임 없이 정확히 말하셨죠.
‘성당 나가면 임신 못 하는 며느리 임신할 수 있고 손주 안아볼 수 있다고 해서 나왔습니다.’
또 어떤 할머니는 미사 예물 봉헌하면서 지향이
‘그토록 기다리던 며느리가 임신했으니 떡두꺼비 같은 아들 낳게 미사 한 대 정성껏 드려주세요.’
할아버지가 성당 나온 의도나 할머니의 미사 예물 지향이 아주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죠.
그냥 순수하고 단순한 마음으로 얘기하신 겁니다.
 
오늘 복음에 비추어서 한번 우리 묵상을 해보면, 우리가 바치는 기도와 정성의 대부분이
하느님을 내 계획대로 만들려는 빗나간 기복적인 기도와 정성일 때가 많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할머니의 미사 지향처럼 ‘반드시 아들 낳게 해달라’는 기도보다는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으니 건강하게 낳게 해달라’는 기도 더 하느님이 원하시는 기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5천 명, 남자만도 5천 명이라고 했으니 대략 만 5천 명 정도 빵의 기적을 본 군중들은 더더욱 열광적으로 예수님을 쫓아다닙니다.
아마 현대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면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러면서 더욱 강한 기적, 더 드라마틱한 기적, 더 멋있는 기적, 그런 기적을 원합니다.
한마디로 기적 중독증 환자가 돼 가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예수님을 따름은 영원한 양식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저렇게 기적을 일으키시는 분을 앞세워 예수님을
세상의 왕으로 또 유대의 왕으로 떠받들고 육적이고 세속적인 축복만을 받기 위해서 쫓아다니는  따름으로 변질된 겁니다.
그러면서 오늘 복음에 뭐라고 그럽니까?
이제껏 무수한 기적을 보았는데도 불구하고 또 뭐라고 그럽니까?
‘무슨 기적을 보여서 우리를 믿게 하시렵니까?’
이것이 기적 중독증 환자의 전형적인 증세입니다.
 
처녀 때 주일학교 선생도 하고 성가대도 하고 청년 활동 청년 레지오도 열심히 했던 한 아가씨가
결혼해서 임신하더니 성당에 안 나옵니다.
입덧해서 속이 메스껍고 성당 가서 앉아 있으면 토할 것 같고 어쩌고저쩌고.
임신 된 아이 때문에 신앙을 멀리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아이를 낳으면 열심히 해질 줄 알았죠.
다시 옛날처럼 사랑받는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열심히 신앙생활 하려니 했지만 잘못된 기대였습니다.
아이 낳고 난 다음, 아이가 어릴 때는 어려서 성당에 못 간다고 하더니,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나니 아이 교육 때문에 뒷바라지하느라 신앙생활을 할 수 없다고 얘기합니다.
참으로 한심한 얘기죠.
하느님이 분명 그 아이를 선물로 주셨는데, 그 선물 때문에 신앙생활을 못 하고 있으니,
그 자매에겐 자식이 하느님의 선물이 아니라 마귀였나 봅니다.
하느님이 주신 선물을 가지고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의 노래를 하고 더더욱 열심히 살아가기는커녕,
오히려 그 선물을 하느님이 주셨다는 것을 망각하고 교만하게 사는 것은 인간만이 저지를 수 있는 죄악이요,
또한 부끄러움일 겁니다.
어느 고아원에서 수사님이 아이들에게 원하는 성탄 선물을 말하게 하였습니다.
어떤 아이가 축구공을 달라고 했고 원하는 대로 축구공을 주었습니다.
그 아이는 공을 가진 기쁨에 도취해 공만 끌어안고 잠자고 밥 먹고 소풍 갈 때도 오로지 공을 곁에서 놓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수사님 말도 잘 듣고 친구들과 함께 잘 놀던 아이가, 수사님 말도 잘 듣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오로지 공만 가지고 사는 아이로 바뀐 겁니다.
수사님이 선물로 주었던 공으로 인해 아이는 기도도 잊어버리고 고집쟁이가 되고 이기주의자가 되고 욕심쟁이가 돼버렸습니다.
우리들은 때때로 이 아이처럼 받은 선물에 도취해 선물을 주신 분의 뜻도 사랑도 망각할 수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너희는 배불리 먹은 빵 때문에 나를 따라다닌다. 그러나 그 빵이란 썩어 없어질 빵이다.
눈에 보이는 빵, 손에 잡히는 빵을 얻으려 힘쓰지 말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신비를 찾아 얻도록 힘써라’ 하고 얘기하십니다.
빵을 많게 하신 그리스도 자신보다 그 빵 자체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
선물을 주신 이보다 그 선물 자체에 더 마음을 두는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향하는 꾸짖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더 이상 기적을 보여달라는 투정을 하지 말기 바랍니다.
머리끝에서 발가락까지 다 은총 덩어리고, 내 식구들도 은총 덩어리고, 내 살아온 인생도,
주님이 도와주시지 않았으면 절대로 오늘 이 시간을 허락할 수 없는 내 역사도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하는 것을 기억하며,
내 삶 안에서, 내 역사 안에서, 내 가정 안에서 이미 기적은 일어났고
또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기적을 찾을 수 있는 겸손을 달라고 우리는 해야 할 겁니다.
 
여러분들 잠시 눈을 감으시기를 바랍니다.
좋으신 주님,
수많은 사람 가운데 저를 선택하셔서 천주교 신자로 만들어 주신 것이 기적임을 믿습니다.
너무너무 부족한 제가 주님께 선택되어 진 것 기적임을 믿습니다.
좋으신 주님,
미사에 나오고 싶어도 유혹에 빠져서, 또 몸이 아프다고 못 나오는 사람이 너무너무 많은데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미사에 나와서 말씀과 성체를 영하게 해주신 것이 기적임을 믿습니다.
좋으신 주님,
제 죄가 진홍색처럼 붉어도 고해 성사를 통해 죄 사함 해주신 것 또한 기적임을 믿습니다.
좋으신 주님.
수많은 사고와 사건이 있음에도 저녁에 온 가족이 들어와 잠자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다시 가족을 저녁에 만날 수 있는 것,
그것이 또한 기적임을 믿습니다.
좋으신 주님,
많은 이가 고통 중에 좌절하고 실망하고 또 심지어 스스로 목숨까지 끊는데, 또 의지할 데 없어 방황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데,
이렇게 하느님 앞에 기도할 수 있고 무릎 꿇을 수 있게 해주신 것이 기적임을 믿습니다.
좋으신 주님,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해 주시어 아침에 눈을 뜨게 하고, 하루하루 살아가게 해주시고 있는 것도 기적임을 믿습니다.
좋으신 주님,
화날 때, 분노할 때, 내 감정대로 하지 않고 참을 수 있는 인내의 마음을 주신 것 또한 기적임을 믿습니다.
좋으신 주님,
저에게 상처 준 사람, 물질적으로 저를 괴롭혔던 사람, 쉽게 용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용서의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생길 수 있다는 것, 그것 역시 기적임을 믿습니다. 아멘
 
교우 여러분들, 이 외에도 우리는 셀 수 없는 많은 축복의 기적을 체험하고 살아갑니다.
하느님에게 자식을 선물로 받고, 돈을 선물로 받고, 건강의 선물을 받고도 감사할 줄 모르고,
오히려 그 선물 때문에 하느님을 멀리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도록
여러분들 늘 깨어서 자기 자신을 뒤돌아보기를 바랍니다.
특히 성체를 영한 후에 내 삶이 얼마나 은총 가운데 있는 것인지,
그리고 내가 하느님에게 청하는 것이 내 뜻대로만 원하고 있는 건지,
하느님의 뜻을 헤아린 적이 없지 않은가 하는 것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 영원에 영원을 더해 사랑합니다.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이 말씀을 듣는 모든 이들에게 축복을 내려주소서. 아멘
 
♣2024년 연중 제18주일 (8/4) 김웅열(느티나무) 신부님 강론

출처: http://cafe.daum.net/thomas0714 (주님의 느티나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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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4.08.06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1만두 | 작성시간 24.08.09 신부님, 감사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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