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8일 (녹) 연중 제11주간 수요일
제1독서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2서 말씀입니다.9,6ㄴ-11
형제 여러분, 6 적게 뿌리는 이는 적게 거두어들이고
많이 뿌리는 이는 많이 거두어들입니다.
7 저마다 마음에 작정한 대로 해야지,
마지못해 하거나 억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8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모든 은총을 넘치게 주실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언제나 모든 면에서 모든 것을 넉넉히 가져
온갖 선행을 넘치도록 할 수 있게 됩니다.
9 이는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그가 가난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내주니
그의 의로움이 영원히 존속하리라.”
10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과 먹을 양식을 마련해 주시는 분께서
여러분에게도 씨앗을 마련해 주실 뿐만 아니라 그것을 여러 곱절로 늘려 주시고,
또 여러분이 실천하는 의로움의 열매도 늘려 주실 것입니다.
11 여러분은 모든 면에서 부유해져 매우 후한 인심을 베풀게 되고,
우리를 통하여 그 인심은 하느님에 대한 감사를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1-6.16-1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
2 그러므로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3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4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5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6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16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17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18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알라반의 말씀사랑
오늘 미사 독서에서는 "의로움"이라는 말씀이 자주 등장합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자선, 기도, 단식에 임하는 올바른 정신과 자세를 말씀하시는데, 과연 오늘의 가르침과 의로움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구약 시대 사람들은 의로움을 획득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선, 기도, 단식을 꼽았습니다. 이 세 가지 덕행은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여전히 신앙생활에 유익을 주는 실천 방안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 자체로는 선하고 좋은 것이지요.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마태 6,1) 그런데 예수님 보시기에 위선자들의 자선, 기도, 단식은 사람의 시선과 평판을 의식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나 봅니다. 그들은 하느님께 인정 받기보다 사람들이 주는 인정을 더 갈망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인정해 주는 "의로움"으로 충분했던 것이지요.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마태 6,3)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마태 6,6)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마태 6,18)
이처럼 다 숨기라고 하십니다. 떳떳치 못해서 감추라고 하시는 게 아니라, 자칫 떳떳함이 넘칠까 봐, 그래서 오히려 영혼에 독이 될까봐 감추라고 하시는 겁니다. 자선, 기도, 단식. 이 모든 것을 받으시는 분은 사실 하느님이시고, 그분은 숨어 계시는 "겸손"이시니까요.
숨은 자선, 숨은 기도, 숨은 단식은 비록 사람들의 시선에 감추어져 있어 인정과 존경을 비껴가게 할 수는 있지만, 하느님께서 의롭다고 하시는 진정으로 순결한 제물입니다. 어떤 불순한 동기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봉헌입니다. 즉 사람에게서가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인정 받는 의로움이지요.
그런데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의로움과 은총을 연결짓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모든 은총을 넘치게 주실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이 ... 온갖 선행을 넘치도록 할 수 있게 됩니다. ... '그의 의로움은 영원히 존속하리라.'"(2코린 9,8-9) 사도 바오로는 은총과 선행(자선, 기도, 단식)과 의로움의 관계를 이렇게 정리한 것입니다. 즉, 은총을 받은 이가 선행을 할 수 있고, 그 선행으로 그는 의롭게 된다고 말입니다.
과연 모든 것의 시작은 은총입니다. 은총이 아니고서는 아무도 스스로의 힘으로 선행을 할 수 없고, 자기 영광이라는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진정한 선행은 의로움을 가져다 줍니다. 숨어 계신 하느님 앞에서 숨어서 행하는 자선과 기도와 단식이 우리를 의롭게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의롭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우리가 행하는 영적 덕행들에 대해 사람들이 보내는 칭찬과 인정과 갈채는 맛깔지게 보이기는 하나 실상 얕은 맛에 불과한 유혹입니다. 그런 환호와 갈채가 사그라진 무대 뒤 적막 속에서 묵묵히 보이지 않는 하느님과 대면하며, 그 침묵 앞에서 여전히 기도하고 비우고 나누는 사랑의 몸짓을 계속 하는 이야말로 의로운 사람입니다.
그를 향한 시편 저자의 축복을 벗님에게 전합니다.
"가난한 이에게 넉넉히 나누어 주니 그의 의로움은 길이 이어지고 그의 뿔은 영광 속에 높이 들리리라."(화답송) 아멘.
벗님의 숨은 자선과 숨은 기도와 숨은 단식이 벗님의 참 기쁨이 되고 하느님께 큰 영광이 되시길 축원합니다.
▶ 작은형제회 오상선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