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2026.4.2.주님 만찬 성목요일
탈출12,1-8.11-14 1코림11,23-26 요한13,1-15
주님의 참 좋은 선물
“성체성사”
“내게 베푸신 모든 은혜,
무엇으로 주님께 갚으리오?
구원의 잔 받들고, 주님의 이름을 부르리라.”(시편116,12-13)
새벽 옛 현자 다산의 오늘 말씀이 새롭게 마음에 와닿습니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참으로 이상주의적 현실주의자 지혜로운 다산 정약용입니다.
“제 식구는 챙기지 못하면서 밖에서 큰 뜻을 이룰 수 있겠는가? 먼저 <살림>을 마련한 다음, <시와 예술>을 배워 가슴에 쌓으라.”
“늘 가난하면서 인의를 말하기 좋아한다면 그 역시 부끄러운 일이다.”
오늘은 주님 만찬 성목요일입니다. “파스카 성삼일”은 한 해의 전래주년에서 가장 거룩하고 뜻깊은 기간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의 파스카 신비를 기념하는 삼 일을 뜻합니다. 바로 지금 거행하는 ‘주님 만찬 성목요일 저녁 미사’부터 시작하여 파스카 성야에 절정을 이루며 ‘부활 주일의 저녁기도’로 끝나는 파스카 성삼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시고,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라는 오늘 복음의 서두 말씀이 참 감동적입니다. 아마 세상 종교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다음 주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는 장면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당신 손에 내주셨다는 것을, 또 당신이 하느님에게서 나왔다가 하느님께 돌아간다는 것을 아시고, 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두르셨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요한13,5-5)
겸손한 사랑의 극치입니다. 도대체 이보다 아름다운 장면이 어디있겠는지요? 예수님께서 세상을 떠나시면서 인류에게 가장 좋은 선물을 남기신 것입니다. 하느님에게서 나왔다가 하느님께로 돌아가신다는 대목을 통해 우리 삶의 여정은 하느님께로 나왔다가 하느님께 돌아가는 <귀가의 여정>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참으로 잘 사셨다가 참 좋은 사랑의 선물을 남기고 떠나시는 주님의 모습이 참 아름답고 거룩합니다. 겸손한 섬김의 사랑의 절정입니다. 바로 예수님께서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온인류에게 참 좋은 최고의 선물인 사랑의 성체성사를 남겨 주신 것입니다. 말씀전례후 <발씻김 예식>, 그리고 성찬전례로 미사의 원형을 보여줍니다. 참으로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시 주님께서 주시는 가르침은 셋으로 요약됩니다. 주님의 성체성사, 참 좋은 선물에 대한 응답이기도 합니다.
첫째, “기억하라!”입니다.
영성생활은 기억입니다. 과거를 기억하여 현재를 살고 미래를 살게 됩니다. 기억이 없으면 미래의 희망도 없습니다. 우리의 전례 거행도 늘 주님 사랑의 기억을 새롭게 함으로 현재를 살게 하고 희망의 미래를 열어가게 합니다. 끊임없이 기억을 새롭게 함이 영적 삶의 핵심입니다.
오늘 제1독서 탈출기는 구약의 파스카 만찬을 보여 줍니다. 이집트의 노예살이로부터 자유에의 해방 과정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해마다 축제를 지내며 구원의 기억을 새롭게 할 것을 명령하십니다. 파스카 만찬시 다음 두 묘사가 주목됩니다.
“그 날 밤에 그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불에 구워, 누룩없는 빵과 쓴 나물을 곁들여 먹어야 한다. 그것을 먹을 때는, 허리에 띠를 매고 발에는 신을 신고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서둘러 먹어야 한다. 이것이 주님을 위한 파스카 축제다.”
그대로 미사의 예형을 보여줍니다. 미사참석시도 이런 준비된 자세로 참여해야 함을 배웁니다. 주님은 다시 파스카 축제를 지키며 기억할 것을 강조합니다.
“이날이야말로 너희의 기념일이니, 이날 주님을 위하여 축제를 지내라. 이를 영원한 규칙으로 삼아 대대로 축제일로 지내야 한다.”
구약의 백성은 일년 한 번이지만 우리는 날마다 파스카 미사전례를 거행하며 구원의 기억을 새롭게 합니다.
둘째, “행하라!”입니다.
기억이 전반적인 것이라면 기억과 행함이 동시적으로 이뤄지는 파스카 만찬 미사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장엄한 고백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파스카 미사, 성체성사의 기원이 됩니다. 바오로 사도는 주님에게서 받은 것을 전해 준다며 다음 같이 말씀하시는데 바로 미사 성찬전례시 내용입니다.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 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공통적인 말마디가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주님의 모든 사랑의 언행들을 업적들을 새롭게 기억하며 미사를 거행하라는 명령입니다. 새삼 주님 사랑을 새롭게 기억하며, 기억을 훈련하며, 미사전례를 행하는 것이 얼마나 우리의 영성생활에 결정적 도움을 주는지 깨닫게 됩니다.
셋째, “실천하라!”입니다.
사랑과 섬김의 실천입니다. 주님의 사랑의 언행과 업적을 기억하며 미사를 행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 그친다면 반쪽 짜리 성체성사 미사겠습니다. 일상의 삶에서 사랑과 섬김의 실천이 뒤따라야 비로소 성체성사의 완성입니다.
바로 주님은 오늘 복음에서 겸손한 섬김의 사랑의 절정을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심으로 그 좋은 모범을 보여 주십니다. 주님은 손수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다음 그들에게 이르시니, 오늘 복음의 결론입니다. 주님은 시공을 초월하여 모든 세대 신자들에게, 또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간곡한 당부 말씀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깨닫겠느냐? 너희가 나를 ‘스승님’, 또 ‘주님’하고 부르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나는 사실 그러하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요한13,12ㄴ-15)
참으로 주 예수님께서 온 인류에게 남겨주신 최고의 참 좋은 선물이 우리를 자유롭게, 참으로 살게 하는 성체성사임을 새롭게 감사하며 깨닫게 됩니다. 오늘 주님께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가톨릭교회 신자로서 온전한 영적 삶을 위한 필수적 삶의 세 지침을 주십니다. 바로 주님의 성체성사, 참 좋은 선물에 대한 응답입니다.
1.주님의 사랑의 언행과 업적을 늘 ‘기억하는 것’입니다.
2.주님의 성체성사, 미사를 자주 ‘행하는 것’입니다.
3.주님의 모범에 따라 겸손한 섬김의 사랑을 늘 ‘실천하는 것’입니다.
“주님께 성실한 이들의 죽음이,
주님 눈에는 참으로 소중하네.”(시편116,15).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