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2026.6.16.연중 제11주간 화요일
1열왕21,17-29 마태5,43-48
우리 인간의 궁극의 평생 과제
"완전한 사람이 되는 것”
“주님을 길이길이 의지하라.
주 하느님은 영원한 바위이시다.”(이사26,4)
어제 우리는 제1독서 열왕기 상권에서 돌에 맞아 죽은, 참으로 억울한 나봇의 충격적 죽음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아합의 탐욕과 이제벨의 잔인한 처사에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 악인의 절정을 목격했습니다. 정말 천인공노할 완전범죄였고 도저히 인간이라 할 수 없을 경우였습니다. 하느님 앞에 완전범죄는 없습니다. 엘리야 예언자를 통한 아합과 이제벨에 대한 의노義怒하시는 하느님의 심판 예고가 참 엄중합니다.
“나 이제 너에게 재앙을 내리겠다. 나는 네 후손들을 쓸어버리고, 아합에게 딸린 사내는 자유인이든 종이든 이스라엘에게서 잘라 버리겠다. 개들이 이즈르엘 들판에서 이제벨을 뜯어 먹을 것이다.”
아합이 뉘우치자 주님은 일시 재앙을 보류하지만 후대에 재앙이 있을 것을 예고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알게 모르게 겪는 시련이나 어려움은 죄에 대한 보속일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겸손히 배우고 비우는 계기로 삼을 때 전화위복의 축복일 것입니다.
“그가 내 앞에서 자신을 낮추었으니,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재앙을 내리지 않겠다. 그러나 그의 아들 대에 가서 그 집안에 재앙을 내리겠다.”
후회해도, 뉘우쳐도 늦었습니다. 이들이 후대에 받을 죄과의 보속이 참 엄중합니다. 아합과 이제벨은 그대로 우리의 반면교사가 됩니다. 참으로 고귀하고 존엄한 인생을 절대로 이런 악인의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이래서 오늘 복음의 가르침이 참 고맙습니다. 참으로 천사와 악마의 양극단 사이에 있는 가능성으로의 인간 존재임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평소 제 지론이 생각납니다.
“인생광야여정에서 인간에게는 세 가능성이 존재한다. ‘성인이 되느냐, 폐인이 되느냐, 괴물이 되느냐 셋 중 하나다.’ 제대로 미치면 성인이 되지만 잘못 미치면 폐인이, 괴물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참으로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고자하는 구도자들에게 삶은 노화의 여정이 아니라 배움의 여정, 성화의 여정이라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한번뿐이 없는 소중한 인생 하느님을 닮아 참사람의 성인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하느님을 대변한 예수님의 인간에 기대 수준은 그대로 하느님의 마음을 반영합니다.
주님은 우리의 의로움이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임을 선언하십니다. 그리고 오늘 이에 대한 결정적 답을 주십니다. 예수님을 통한 하늘 아버지의 우리 인간에 대한 기대 수준이 참 높습니다. 평생 배움의 여정에 평생과제가 부과됩니다.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바로 하늘 아버지를 닮아 완전한 사람이 되는 것은 하느님의 거룩한 명령입니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책임이자 의무 사항임을 깨닫습니다. 하늘 아버지를 닮아 거룩한 사람, 자비로운 사람, 완전한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셋 인듯하나 실은 하나입니다. 자비로운 사람이 바로 거룩한 사람이요 완전한 사람입니다. 완전한 사람은 둥글둥글 온전한 사람, 바로 원만圓滿하고 원숙圓熟한 사람입니다. 바로 다음 <배>와 <원숙圓熟>이란 시가 그 전모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어쩜 저리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
꽃도 아름답지만 열매는 더 아름답다
화사한 꽃도 좋지만 성숙한 열매의 그윽한 향기는 더 좋다
긴 안거동안 봉투 안 어둠속에 숨어 커오던 배 형제들!
마침내 인고의 세월 지나 가을 해제 때 되니
봉투는 저절로 터지고 둥글둥글 황금빛 찬란한 열매 얼굴로 환히 드러냈다
나는 들었다, 침묵 중에 터져 나오는 환희의 오도송悟道頌!
태양도 배 자식들이 마냥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가을 햇살
환히 내리 쏟고 있었다”<1998.9.5.>
지금서야 나누는 놀랍게도 28년전, 제 나이 50세때 작품입니다. 둥글둥글 탐스렇게 익어가는 배 열매들이 고맙고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워 저절로 탄생된 <배>시詩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대로 성화의 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어 <원숙圓熟>이란 자작시입니다.
“가을 열매들은 태양의 자식들
호박, 배, 사과....
태양을 닮아 둥글둥글 환하다
사람도 사랑으로 익어 열매되면
얼굴도 마음도 글도 말도 행동도 하늘 아버지 닮아
둥글둥글 환하다”<1998.9.10.>
*시작노트; 둥근 태양 아래 둥글둥글(圓) 황금빛 얼굴로 찬란하게 익어가는(熟) 배 열매들을 보고 원숙圓熟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하늘 아버지가 기대하는 당신을 닮은 완전한 사람은 태양의 자식들인 배 열매들처럼 잘 익어 온전하고 원숙한 모습의 사람들입니다. 어떻게? 바로 앞서의 주님의 복음 말씀이 답을 줍니다. 단숨에 읽혀지는 예수님이 말씀이 정답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내 눈에 원수요 박해자이지 하느님 눈에는 다를 수도 있고, 원수와 박해자들에게도 내가 모르는 피치 못할 사연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답은 아가페 사랑과 기도뿐이요 하늘 아버지께 맡겨드리는 것뿐입니다. 이래야 비로소 우리 하늘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하십니다. 결코 값싼 은총이 없듯이 값싼 하늘 아버지의 자녀도 없음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모두에게 차별 없이 공평무사公平無私, 대자대비大慈大悲하신 하늘 아버지를 닮으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통한 아버지의 우리에 대한 기대 수준은 이렇듯 높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믿음, 희망,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하늘 아버지의 우리에 대한 믿음, 희망, 사랑도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입니다. 하느님이 우리의 자랑이듯 우리 역시 하느님의 자랑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자각이 철저할 때 아합이나 이제벨 같은 괴물의 출현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폭포수 같은 말씀도 우리의 일체의 변명이나 핑계를 봉쇄합니다.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그것은 세리들도 한다.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너희가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그런 것은 다른 민족 사람들도 한다.”
마치 취미가 같은 동호회처럼 우리의 유유상종 끼리끼리의 이기적 폐쇄적 사랑을 참으로 부끄럽게 합니다. 이웃 모두에게 차별 없이, 경계 없이 활짝 열려 있는 생명을 주는 사랑, 자유롭게 하는 사랑 바로 이타적 아가페 사랑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주님 사랑을 닮아가는 우리의 성화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그리고 주님은 마지막 최종 평생과제를 제시합니다.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5,48).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