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점점점 추워 월동하는 꽃을 제외하고
하전서예실 안으로 모든 꽃을 들여 놓았다.
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꽃을 통해 나는 모든 시름을 잊는다.
글씨가 잘 써지지 않아도
제자가 부정적인 말을 할 때에도
제자가 열심히 글씨를 쓰고자 하지 않을 때에도
서실의 운영이 어려울 때에도
꽃을 보면 다 잊는다.
꽃을 보고 있을 때에는 지나가던 동네 어른께서
꽃에 구멍이 뚫어지겠다고 하신다.
청소를 하고 있으면
바닦에서 미끄러지겠다고도 하신다. ㅎㅎㅎㅎ
어떤 이웃집 어른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내게 애인이 있다고 하셨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씀이기에
여쭈어 본 적이 있다.
꽃이 나의 애인이라고 하셨다.
그런가!
나는 집에 갈 때에도 그냥 가지 않는다.
가면서 고개 돌려 꽃을 바라보면서 갔다가 왔다가
색다른 꽃을 심어 놓을 때면 궁금한 마음에
일찍 서실에 나오기도 한다.
때론 말을 걸기도 하고
쓰다듬기도
하나하나 닦아 주기도 한다.
언제까지 나와 함께 갈지 모른다.
하지만 건강이 허락되는 한은
나와 함께 갈 것이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예쁘고 고마운 꽃들이다.
한 겨울에 어느 분은
"내년에도 예쁜 꽃을 보여 줄 거지요?"
하고 내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리고 항상 화단이 정갈하단다.
꽃을 좋아하는 이는 나만이 아니다.
모두가 감사한 이웃이고 고마운 세상이다.
2018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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