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150 내 뇌의 주인은 누구인가? 당신의 뇌를 ‘정의(定義)’하라
휴헌 간호윤 ・ 2026. 4. 2. 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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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 50 - 한겨레:온
유가와 환율이 치솟는다. 하다못해 국내는 쓰레기봉투까지 뉴스에 오르내린다.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일으킨 중동 전선의 자극적인 보도와 불확실한 미래가 우리의 연상회로를 잠식하고 있는 이때, 잠시나마 그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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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150
내 뇌의 주인은 누구인가? 당신의 뇌를 ‘정의(定義)’하라
유가와 환율이 치솟는다. 하다못해 국내는 쓰레기봉투까지 뉴스에 오르내린다.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일으킨 중동 전선의 자극적인 보도와 불확실한 미래가 우리의 연상회로를 잠식하고 있는 이때, 잠시나마 그 혼란스러운 소음에서 벗어나 내면의 주권(主權)을 회복하고자 이 글을 쓴다. 외부의 전쟁보다 더 시급한 것은, 내 안의 뇌가 외부의 공포에 의해 규정(정의)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켜내는 일이다.
우리는 흔히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말을 한다. 다이어트를 결심하지만 손은 이미 야식을 찾고, 일찍 자려 누웠지만 눈은 스마트폰 화면에 고정되어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슬그머니 책임을 회피한다. “내 뇌가 시키는 걸 어떡해”라고. 마치 뇌가 나를 지배하는 절대 군주이고 나는 그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가련한 신하인 양 자신을 위장하며 방관하는 것이다. 하지만 뇌과학과 인문학의 접경에서 바라본 진실은 사뭇 다르다. 뇌는 사실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거대한 연산 장치일 뿐이기 때문이다.
뇌는 스스로 세계를 직접 인식하지 못한다. 뇌는 두개골이라는 캄캄한 감옥 속에 갇혀 외부 세계를 직접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 오직 우리가 던져주는 ‘언어’와 ‘이미지’라는 실오라기 같은 정보에 의존해 세상을 재구성할 뿐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조지 레이코프가 설파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프레임 이론(Frame Theory)에 따르면, 뇌는 부정 표현을 이해하기에 앞서, 그 단어가 불러오는 ‘이미지’를 먼저 활성화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듣는 순간, 뇌 안에는 이미 커다란 귀와 긴 코를 가진 코끼리 한 마리가 선명하게 들어앉는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코끼리’처럼 눈에 보이는 형체는 금방 떠오르지만, “나는 안 될 거야” 혹은 “실패할 거야” 같은 추상적 언어는 어떠한가? 눈에 보이는 구체적 형상이 없는데도 뇌는 코끼리처럼 즉각적으로 반응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추상적 부정어는 눈에 보이는 코끼리보다 훨씬 더 무섭고 집요하게 우리를 장악한다. 뇌는 추상적 단어를 읽는 순간, 그것을 ‘감정’과 ‘신체 감각’의 이미지로 즉각 번역하기 때문이다. “안 될 거야”라고 중얼거리는 찰나, 뇌는 과거에 무언가 좌절되었을 때 느꼈던 가슴의 답답함, 어깨의 처짐, 서늘한 무력감 같은 신체적 데이터를 소환한다. 비록 눈앞에 코끼리 같은 형체는 보이지 않을지라도, 우리 몸은 이미 ‘패배한 자의 생리적 상태’로 진입한다.
일본의 뇌과학자 이케가야 유지는 그의 저서 『단순한 뇌 복잡한 나』에서 뇌를 가리켜 “지극히 단순한 원리로 움직이는 거대한 착각 장치”라고 설명한다. 뇌는 몸이 움직이는 대로, 혹은 언어가 규정하는 대로 자신의 상태를 착각하여 현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뇌가 나를 ‘이런 사람’이라고 규정하려 들 때, 그 정의(定義,말이나 사물의 뜻을 규정하는 일)를 의심하고 해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뇌를 속여서라도 경영해야 한다. 뇌가 “하기 싫다”고 아우성칠 때, 그것을 나의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내 뇌의 오래된 ‘연상회로’가 부정적인 데이터를 줄줄이 엮어내고 있구나”라고 객관화해야 한다. 바로 현대 뇌과학의 가장 희망적인 발견인 ‘신경가소성(神經可塑性)’이론이다. 즉 뇌의 신경 경로는 경험과 생각, 훈련에 따라 끊임없이 재구성되어, 우리가 어떤 언어와 이미지를 입력하느냐에 따라 뇌의 물리적 구조 자체가 바뀐다는 뜻이다.
이 ‘연상회로’의 해체와 재구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실천적 사례가 세계적인 변화 전략가 토니 로빈스(Tony Robbins)의 에피소드다. 그는 30년 동안 뱀 공포증에 시달린 여성을 단 15분 만에 치유하였다. 그는 뱀이 위험하지 않다는 논리적 설득 대신, 뇌가 뱀이라는 정보를 처리하는 ‘내부 메커니즘’에 직접 개입했다. 뱀을 떠올릴 때의 선명하고 거대한 총천연색 이미지를 뇌 안에서 아주 작고 우스꽝스러운 흑백 사진으로 강제 축소하게 한 뒤, 그 위로 경쾌한 서커스 음악을 덧씌워 순식간에 ‘스위시(Swish, 휙 바꾸기)’하게 만들었다. 이는 뇌의 ‘신경가소성’을 극대화하여 이용한 기법이다. 뇌가 수십 년간 견고하게 다져온 ‘뱀=공포’라는 고속도로를 순식간에 폐쇄하고, ‘뱀=우스꽝스러운 기억’이라는 새로운 신경 경로를 개척한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학생들에게 늘 말한다. 글쓰기는 단순히 종이 위에 글자를 나열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나의 뇌를 어떤 이미지와 감각으로 채울 것인지 결정하는 ‘자기 설계’의 과정이다. “병 주고 약 준다”는 말처럼, 우리가 뇌에 ‘부정적인 정의(병)’를 내린 뒤에야 수습하려 들지 말고, 처음부터 ‘긍정적 정의(약)’를 투여하라고. 당신의 정의(定義)가 바뀌는 순간, 뇌는 그 정의를 현실로 구현하기 시작한다.
간호윤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초빙교수·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