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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윤의 ‘참(站)’26 진 꽃은 또 피지만 꺾인 꽃은 다시 피지 못한다.

작성자간호윤|작성시간23.11.11|조회수66 목록 댓글 0

간호윤의 ‘참(站)’26 진 꽃은 또 피지만 꺾인 꽃은 다시 피지 못한다.

진 꽃은 또 피지만 꺾인 꽃은 다시 피지 못한다.

간호윤. 인천신문 편집위원

 

“어려운 서민들을 두툼하게 지원해주는 쪽으로 예산을 좀 재배치를 시키면 ‘내년 선거 때 보자, 아주 탄핵시킨다’ 이런 얘기까지 나온다. 그래서 제가 ‘하려면 하십시오. 그렇지만 여기에는 써야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 나라 대통령이 서울 마포구 한 북카페에서 주재한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모두 발언에서 건전재정 기조에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한 말이란다.

이 나라 헌법상 지위가 대통령이란 자의 말이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더욱이 어려운 서민들을 두툼하게 지원해주는 쪽으로 예산을 좀 재배치하는 데 누가 ‘탄핵’ 운운한단 말인가. 실상 이 정부는 내년 서민주거 예산과 고용유지 지원금, 일자리안정 기금 등 잘 드러나지 않는 예산을 전액 또는 대폭 삭감했다. 장애인과 저소득층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도 줄이려 한다. 도대체 한 나라 대통령으로서 국가 예산을 아는지 모르는지조차 모르겠다. 혹, 강서구 보궐 선거 뒤, 제 발 저려 한 말이 아니가싶다.

‘탄핵(彈劾)’은 대통령, 국무 위원, 법관 등의 고위 공무원이 저지른 위법 행위에 대하여 국회에서 소추(訴追,특정 사건의 재판을 요구하거나 탄핵을 발의하는 일)하여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해보았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렸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을 확정했다. 이 정부의 폭정에 대항하여 지난 4일 오후 5시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 겸 11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제63차’라 한다. 이 정도면 이미 현 정부의 실정을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탄핵’이란 말이 멀리 있지 않은 듯하다.

조선왕권 사회에서도 2번의 탄핵이 있었다. 인조반정과 중종반정이다. 중종반정은 1506년 연산군을 몰아내고 이복동생인 진성대군(晉城大君:중종)을 왕으로 추대한 사건이고 인조반정은 1623년 서인이 광해군을 몰아내고 능양군 종(綾陽君倧: 인조)을 왕으로 옹립한 정변이다. 이를 ‘반정(反正)’이라 한다. 반정은 ‘본디의 바른 상태로 돌아가게 한다’는 의미이니, 나쁜 임금을 폐하고 새 임금을 대신 세우는 일이다. 이는 부당한 권력에 굴복치 않으려는 백성들의 의지에서 비롯되었다. 중국에서는 이를 ‘선양방벌(禪讓放伐,황위를 다른 이에게 물려주거나 황제를 쳐 바꾸는 일)이라 했다. 역성혁명(易姓革命)을 인정한 사상이다.

야당은 언론과 검찰로 헌법질서를 교란하는 수장인 이동관과 한동훈 탄핵을 논의한다. 이런 경우를 선조들은 ‘핵주(劾奏)’라 하였다. 핵주는 ‘관리의 죄를 탄핵하여 임금이나 상관에게 아뢴다’는 뜻이다. 여당은 “탄핵 중독 금단현상”이라지만, 『조선왕조실록』에 탄핵을 치면 무려 4000여 항목에 이르는 기사가 뜬다. 그만큼 탄핵이 많았다는 뜻이다. 탄핵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법률로도 명백히 규정된 국민들의 권리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65조’는 이 탄핵을 명시하고 있으며 제헌헌법에서부터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명문화 되어있다.

안타까운 것은 ‘탄핵’이든, ‘핵주’이든, ‘반정’이든, ‘선양방벌’이든, 이런 말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현재 국민들의 삶이 피폐한 절망의 시대를 산다는 뜻이다. 1960~70년 대 엄혹했던 박정희 시절 이발소와 버스에 걸려있던 시 구절이 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푸쉬킨의 시이다.

그러나 우울한 날을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는 게 아니다. 슬퍼하거나 노해야 세상은 바뀌고 내일의 희망을 품는다. 국민들이 탄핵을 말하는 것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희망이 없으면 꺾인 꽃이다. 진 꽃은 또 피지만 꺾인 꽃은 다시 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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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incheonnewspaper.com/news/articleView.html?idxno=21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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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언론#탄핵#촛불문화재#헌법재판소#핵주#반정#선양방벌#희망#절망 태그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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