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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31. 인정(仁政), 천하는 천하 사람들의 천하이다

작성자간호윤|작성시간23.12.15|조회수17 목록 댓글 0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31. 인정(仁政), 천하는 천하 사람들의 것이다

 

http://www.incheonnewspaper.com/news/articleView.html?idxno=212047

 

인정(仁政), 천하는 천하 사람들의 천하이다

 

간호윤. 인천신문 논설위원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고 곧 천하 사람의 천하입니다. 천하와 이로움을 함께하는 자는 천하를 얻으나 천하의 이로움을 독점하는 자는 천하를 잃습니다. 하늘에는 계절이 있고, 땅에는 재화가 있습니다. 이 모두 천하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인정(仁政,어진 정치)입니다.” 낚시꾼 강태공(姜太公)이 주나라 문왕(文王)에게 하는 말로 「육도삼략」 '문도'에 보인다.

이 말을 듣고 문왕은 “우리의 태공이 당신을 기다린 지 오랩니다.”하였다. 태공은 ‘조상이 기다리던 사람’이란 의미로 태공망(太公望)이다. 문왕은 즉시 태공을 태공망이라 칭하고 스승으로 추대하였다. 태공은 뒤에 문왕의 아들인 무왕(武王)을 도와서 은[상]나라 주왕을 멸하고 천하를 태평성대로 이끌었다. 이 태공이 바로 강태공이라 불리는 여상(呂尙)이다.

이때 강태공이 문왕을 기다리며 강가에 드리운 낚시 갈고리에는 미늘이 없었다. 곧은 낚시였다. ‘강태공의 곧은 낚시질’이란 큰 뜻을 품고 때가 오기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 나라 어딘가에는 저런 인재가 있다. 미늘에 꿰어 물고기를 잡는 낚시꾼이 아닌 곧은 낚시로 큰 뜻을 품고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강태공들 말이다.

정부에서 소폭 개각을 한다하는데 반응들이 시원찮다. 그 나물에 그 밥이요, 도토리 키재기다. 하나같이 검사 출신이거나 전 정부 관료, 혹은 구시대적 사고를 지닌 깜냥도 안 되는 인사들이다. ‘치득부서 혁원추(鴟得腐鼠 嚇鵷鶵,썩은 쥐 얻은 올빼미가 원추새를 보고 겁먹다)’라는 「장자」 '추수' 편 이야기가 떠오르는 이유다. 소인들은 관직이나 부귀공명을 귀중히 여기지만 군자는 이를 ‘썩은 쥐’처럼 하찮게 여긴다는 이야기다.

혜자(惠子)가 양(梁)나라 재상이 되고 장자(莊子)가 그를 만나러 가며 일어난 일이다. 혜자의 측근이 이를 알고 혜자에게 고했다. “장자가 오면 분명히 그대의 재상 자리를 탐할 것이오.” 이를 들은 혜자가 장자를 잡으려 사흘 밤낮 나라 안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자 장자가 혜자를 찾아가서는 이 ‘썩은 쥐[부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장자가 들려 준 이야기는 이렇다.

“남방에 있는 ‘원추(鵷雛,봉황의 일종)’가 북해로 날아가는데, 이 새는 오동나무가 아니면 쉬지도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도 않으며, 단술 같은 샘물이 아니면 마시지도 않지요. 이때 ‘치(鴟,올빼미)’가 ‘부서(腐鼠,썩은 쥐)’를 물고 있다가 유유히 날아가는 원추를 보고는 제가 가지고 있는 썩은 쥐를 빼앗길까봐 꿱! 소리를 질렀다오.”

개각 운운은 이렇고. 저 위의 강태공과 무왕이 멸망시킨 은나라 왕이 바로 주색을 즐기고 가혹한 형벌로 백성들의 원망을 산 폭정과 폭군의 대명사인 주왕(紂王)이다. 그는 충간을 하는 신하 비간(比干)을 “성인은 심장에 구멍이 일곱 개 있다던데 어디 보자.”며 배를 갈라 죽였다. 또 죄 없는 재상 구후(九侯)와 악후(鄂侯)를 죽이고, 서백(西伯, 후일 주나라 문왕)까지 가두자 제후들이 곳곳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이 주왕의 여인이 바로 탄불 위 기름칠한 구리기둥에 죄인을 매달리게 하고는 떨어져 타죽는 것을 보고 웃었다는 달기(妲己)이다.

강태공의 말은 이렇게 이어진다. “인지소재 천하귀지(仁之所在 天下歸之, 인정이 있는 곳이라야만 천하의 마음이 돌아가는 것입니다.)” ‘인정’이란, 즉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닌, 천하 사람의 천하일 때 이루어진다. 바쁜 경영인들을 불러 병풍처럼 세워놓은 ‘떡볶이 먹빵’, ‘땡윤 뉴스’, ‘호화로운 빈손 해외 나들이’, ‘검찰 독재’, ‘정적 죽이기’,…에는 인정이 없다. 「맹자」 '이루 상'에 “진실로 인정에 뜻을 두지 않는다면, 종신토록 근심하고 치욕을 받으며 마침내 죽음의 길로 떨어진다(苟不志於仁 終身憂辱 以陷於死亡).”는 서슬 퍼런 경계를 새겨보아야 한다. 아울러 ' 천하는 천하 사람의 것'이라는 말은 우리 각자가 곧 이 나라의 주인이란 말이다. 내가 주인 노릇을 제대로 했나 곰곰히 생각해 본다.한 해를 돌아보는 섣달 열나흘, 때 아닌 겨울비는 온종일 추적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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