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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후이관과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

작성자간호윤|작성시간23.06.14|조회수54 목록 댓글 0

목후이관과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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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후이관과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 - 인천신문

“대통령이 싸움 거는 공영방송 쟁탈전-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 뒤-‘MB 방송장악 맨’ 이동관 내정설” 급기야는 공영방송까지 종속화하려 든다. 오늘날 뒤틀린 방송구조를 만든 자의 귀환을 예고하는 신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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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후이관과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

“대통령이 싸움 거는 공영방송 쟁탈전-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 뒤-‘MB 방송장악 맨’ 이동관 내정설” 급기야는 공영방송까지 종속화하려 든다. 오늘날 뒤틀린 방송구조를 만든 자의 귀환을 예고하는 신문기사이다. 검찰로도 모자라 이제는 언론까지 음험하고 흉악한 손길을 뻗친다.

‘목후이관(沐猴而冠)’이란 말이 있다. '사기' 제7 '항우본기'에 나온다. “원숭이를 목욕시켜 관을 씌웠다”는 뜻으로 생각과 행동이 미련하고 어리석을 때 비유로 끌어다 쓴다. 항우는 진(秦:관중)나라 수도 함양을 모두 불태우고 자만에 빠졌다.

이 성공을 고향에서 뽐내기도 할 겸 초(楚)나라 팽성으로 천도를 서둘렀다. 항우는 이렇게 말한다. “부귀해지고 나서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다면 비단옷을 입고 밤에 돌아다니는 것과 같으니 누가 알아주겠는가.” 여기서 나온 말이 ‘금의야행(錦衣夜行)’이다.

하지만 관중(關中,관의 중앙)은 진나라 도성인 함양 일대의 분지로 동쪽에는 함곡관, 남쪽에는 무관, 북쪽에는 숙관, 서남쪽에는 산관이 있고 진나라가 그 가운데에 있으므로 ‘관중’이라 칭한 천혜의 요지로 패업의 땅이었다. 천하의 왕이 되려는 자가 관중을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설자(說者)가 “사람들이 말하기를 초나라 원숭이를 목욕시켜 갓을 씌워 놓은 꼴이라더니, 과연 그렇군!(人言楚人沐猴而冠耳 果然)”하며 항우를 조롱하였다. 원숭이를 목후(沐猴), 혹은 미후(獼猴)라 한다. 원숭이 성정이 변덕 심하고 조급한 어리석음에서 비유한 말이다.

항우가 이 말을 듣고는 성내어 설자를 삶아 죽인다. 설자는 문헌에 따라 한생(韓生), 혹은 채생(蔡生)이라 한다. 하지만 항우의 어리석은 금의야행은 결국 유방에게 해하(垓下)에서 사면초가(四面楚歌)로 최후를 맞는다.

윤석열 정부의 하는 행동이 꼭 저렇다. 위정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임이다. 국가에서 방송을 장악하여 언론을 통제하려는 행동은 쿠데타로나 있을 법한 독재국가의 행태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민주의식을 너무 낮잡아보면 안 된다.

우리 근대 역사는 폭압의 역사이다. 일본제국주의를 지났지만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를 혹독하게 겪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를 모두 이겨내고 민주주의로 승화시킨 국민들이다.

2023년, 이 땅에서 다시 ‘윤석열 정권 독재’라는 말이 분분하다. 저 시절 ‘폭압의 역사’를 환기시키는 것은 국민들로 하여금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을 불러일으키는 어리석은 짓이다. 제 아무리 정권이 감때사납기로서니 수굿이 받아들일 국민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웃음과 망각의 책'은 암울한 체코를 배경으로 하였다. 저 시절 저 나라 이야기가 이 시절 이 나라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 중의 한 문장이다. “권력에 대한 인간의 투쟁은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이다.”(1부, 잃어버린 편지들)

다시 한 번 ‘우리가 과거를 망각한 게 아닌가?’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는 것은, 제 스스로 초나라 원숭이가 되는 꼴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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