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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의 계절에 쓴, 능라도 수박고(考)

작성자간호윤|작성시간23.06.20|조회수24 목록 댓글 0

수박의 계절에 쓴, 능라도 수박고(考)

http://www.incheonnewspaper.com/news/articleView.html?idxno=208636

수박의 계절에 쓴, 능라도 수박고(考)

 

 

가히 ‘수박’의 계절이다. 요즈음 윤석열 정부의 행태는 도저히 민주정부라 하기 어렵다. 군국주의 유물인 ‘땡전 뉴스’가 부활하고 ‘국기에 대한 맹서’도 나올 판이다.

이 난국에 어이없고 기막힌 것은 일부 야당 국회의원들의 작태이다. 국민들이 야당을 하라했더니 말귀를 못 알아들었나보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자청하여 창귀가 호랑이 심부름하듯, 적극 이 정권을 도와주니 못 할 것도 없을 듯하다.

여기저기서 ‘저들이 차기 총선에 탈락할까봐 하는 짓’이라고 수군덕거린다. 이들을 ‘수박’이라 칭한다는데, ‘민주당 혁신위원장 9시간 만에 사퇴’라는 승전보도 울렸다. 마치 여름철 만난 수박처럼 그 기세가 자못 호기롭다.

정권에게는 말 한 마디 못하면서 자당 공격하는 것은 ‘연희궁 까마귀 골수박 파 먹듯’ 집요하다. 연희궁은 연산군이 놀던 곳이요, 골수박은 해골 같은 수박 찌꺼기다. 연희궁에서 쏟아져 나온 수박 찌꺼기 먹는 까마귀를 보고 빗대어 이른 말이다.('연산군일기'를 보면 연산군은 수박을 꽤 좋아하였다. 중국에서 수박 수입하라는 기록이 여러 차례 보인다.)

‘수박은 쪼개서 먹어 봐야 안다’는 속담이 있다. 딱 맞다. 겉과 속이 이토록 다를 줄 몰랐다. ‘수박!’ 누가 별칭을 지었는지 모르나 참 잘도 지었다. 그래 ‘수박 겉 핥기’로나마 ‘수박고’를 적어본다.

우리나라 수박은 허균(許筠)이 지은 '도문대작(屠門大嚼)'에 그 유래가 보인다. 도문대작은 중국 위나라 조식의 〈여오계중서〉에 “푸줏간을 지나며 입맛을 쩝쩝 크게 다신다. 비록 고기를 얻지 못했어도 기분만은 즐겁다.(過屠門而大嚼 雖不得肉 貴且快意)”라는 글에서 끌어왔다.

1611년, 지금의 익산시 함열로 유배 간 허균이 보잘 것 없는 음식만 먹게 되자, 전에 먹던 좋은 음식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은 기록이 〈도문대작〉이다. 팔도의 진미를 소개하고 품평한 특이한 저서인데, 그 중 수박이 당당히 한 자리했다.

허균은 수박을 이렇게 적어 놓았다. “서과[西瓜,수박]: 고려 때 홍다구가 처음 개성에다 심었다.….” 홍다구(洪茶丘,1244~1291)의 조부는 홍대순, 아버지는 홍복원으로 3대에 걸친 매국노 집안이다. 홍다구 조상은 대대로 인주(麟州, 오늘날 평안북도 의주군)를 관할하던 수령이었다.

1218년 몽고의 침입 때 홍대순은 자진하여 그들에게 협력하였다. 홍복원은 한술 더 떠 몽고의 앞잡이가 되어 조국인 고려를 침공하였으며 후일 반란을 일으켰으나 패해 원나라로 도망쳤다. 홍복원은 고려 사람들을 꽤나 못살게 굴었기에 ‘주인을 무는 개[養犬反噬其主,기르는 개가 도리어 주인을 물다]’라 하였다. 홍다구는 몽고에서 태어났다. 자라서는 원나라 중심 세력으로 고려에 들어와 김방경을 모함하는 등 조국을 무시로 괴롭혔다.

이 홍다구가 처음 수박 심은 곳이 개성이었다. 수박은 세월이 흐르며 전국으로 퍼졌고 ‘수박 겉 핥기’, ‘수박은 속을 봐야 알고 사람은 지내봐야 안다, ‘수박 흥정, ‘선 수박의 꼭지를 도렸다: 그냥 둘 것을 손대서 못 쓰게 만들었다는 말’ 따위 속담까지 생겨났다.

그 중, ‘능라도 수박 같다’는 속담이 있다. 맛없는 음식을 이른다. 수박은 당도로 맛을 가늠한다. 그런데 능라도는 평양 대동강 한가운데 위치한 섬이다. 장마철이 되면 섬 전체가 물에 잠긴다. 당연히 수분을 너무 빨아들여 당도가 떨어져 맛이 없다.

6월 중순인데도 한낮 더위가 30도에 육박한다. 분명 수박의 계절이 왔다. ‘되는 집에는 가지 나무에 수박이 열린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야당의 일부 ‘수박 의원’들 행태를 보자니, 올 여름 수박 맛은 영 ‘능라도 수박’이 될까 적이 염려된다.

글 쓰는 도중, 민주당 혁신위원장을 새로 임명했다는 기사가 뜬다. 모쪼록 옥상옥인 ‘대의원제’부터 없앴으면 한다. 야당이 살아야 나라가 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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