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incheonnewspaper.com/news/articleView.html?idxno=217458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72 72. 유종지미·권불십년·화무십일홍, 그리고 철면피 공화국
“저런 놈들이 철면피지요.” 동생뻘 되는 이가 몹시 화가 나 한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단잔(單盞)인 추석 차례를 집안 어른 우환으로 지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오가며 인사차 들리는 친척들을 마다할 수는 없다. 술자리가 벌어지고 이런저런 말이 냅다 정치로 들어가니 폭염보다 더한 말들이 쏟아진다.
추석 연휴를 시작한 게 엊그제 같았는데 그렇게 끝났다. 출생에서 죽음이란 사람의 일생만이 아니다. 모든 시작은 반드시 끝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 그 끝이 중요하여 끝을 잘 마무리해 보자는 ‘유종지미(有終之美)’라는 성어도 있다.
추석 맞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는 대구 경북조차 처참한 수준이다. 70%가 넘는 국민이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모든 게 ‘연휴 끝’처럼 끝이 있다. ‘대통령 퇴임 후 거주할 사저’ 운운하는 것을 보니, 윤석열 대통령의 5년 임기도 과반을 넘어섰나 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십 년 가는 권세 없고 그 붉은 꽃도 열흘이면 비쩍 말라버린다.
그런데 이 사저 비용이 또 시끄럽다. 대통령 퇴임 후 경호시설 신축에 3년 동안 약 140억 원의 사업비가 소요된단다.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사업비 규모가 2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단독주택 형태로 사저를 준비하기 위해 서울에서 차량으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강원도나 경기 양평, 가평 등 지역을 물색하여 그렇단다.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2027년 5월 9일 이후 거주하게 될 사저 인근에 경호시설을 신축 비용으로 건물 보상비 10억 원, 실시 설계비 1억 100만 원, 2026년도에 119억 880만 원, 완공 및 입주에 들어가는 2027년도엔 8억 2300만 원이 편성될 예정이다. 내년도 예산안 11억 6900만 원까지 합치면 총 139억 8000만 원이 된다.(출처: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
여기에 ‘의료 대란’ 추석 즈음, 대통령 부인이 강변 순찰에 나서 직접 공무원들에게 일장 훈시를 하였다. 검찰은 하라는 수사는 안 하고 애꿎은 사람들만 괴롭히고 신(新) 친일파가 설쳐대니 의식 좀 있는 언론은 그야말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을 보도한다. 그러니 동생뻘 되는 이의 ‘철면피’ 운운도 일리 있다. ‘철면피’는 쇠로 만든 낯가죽으로 흔히 염치없고 뻔뻔스러운 사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철면피의 유래는 오대(五代) 때 왕인유(王仁裕)가 지은 『개원천보유사(開元天寶遺事)』 와 송나라 손광헌(孫光憲)의 『북몽쇄언(北夢瑣言)』 등에 보인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송나라 때 왕광원(王光源)이란 자가 있었다.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인 것은 분명한데 출세욕이 너무 지나쳤다. 어느 날 권력자가 잔치를 벌였다. 거나하게 취한 권력자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말채찍을 집어 들고 소리쳤다. “누가 이 채찍으로 한번 맞아 볼 텐가?” 왕광원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 앞에 엎드렸다. 권력자는 채찍을 휘둘렀다. 왕광원은 그 채찍을 맞으면서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듣기 좋은 말로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었다.
이를 본 사람들이 “부끄럽지 않냐?” 묻자 왕광원은 “그 사람에게 잘 보여 손해 볼 것 없잖나.”하더란다. 그래 사람들이 “참안후여갑(慚顔厚如甲, 부끄러운 얼굴 두껍기가 쇠와 같아) 부지불치(不知羞恥, 부끄러움을 알지 못한다)”라 하였다는 데서 ‘철면피’가 유래하였다. 물론 맞은 왕광원만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아니다. 권세를 이용하여 죄 없는 이에게 말채찍을 휘두른 저 권력자 또한 철면피임에 분명하다.
오늘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그들을 추종하는 이들과 체코 순방길에 올랐다. “원전 수주 확정 세일즈 외교 전개”라며. 이러다 진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닌, “대한민국은 철면피 공화국”이란 법문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나라 사람들은 ‘유종지미’고 ‘권불십년’이고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을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