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수필 분과

이태녀 수필가 가온문학 등단작품 올립니다

작성자황정순|작성시간19.03.10|조회수50 목록 댓글 4

남편과 이불

이태녀

 

아픈 무릎을 치료받기 위해 정형외과를 찾았다. 물리치료를 받으며 가만히 누워있다 보니 남편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부지런한 남편은 오랫동안 새벽에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조기축구 동우회에 나가 공을 차면서 건강을 자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 일이 바빠지자 축구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정년퇴직을 하고 60대 이상으로 구성된 축구 동우회에 가입 하게 되어 공을 차다보니 마음이 옛날 같지 않았다. 헛발질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다 보니 무리가 오게 되었다. 정형외과를 찾았다. 퇴행관절이라며 수술하는 방법 밖에 없단다. 그 후 할 수 없이 수술을 했으나 지금도 가끔씩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무료하기도 해서, 집에서 쉴 수가 없다고 지금은 상가 건물 관리소장으로 근무 하고 있다.

우리가 요즘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는 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을 때가 더 많다. 노후 준비를 충분히 못했기에 남편은 퇴직 후 고희를 지난 나이에 무릎이 아픈데도 직장을 다니고 있고 열심히 살고 있다. 때론 쉬고 싶다고 한다. 책임감이 강해 연휴가 끼여 며칠 쉬게 되면 한 번씩 출근해 건물을 살피고 온다. 계약에는 없지만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무릎 외에는 건강한 사람이다. 한참 괜찮은가 했더니 요즈음 들어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기고 있다. 나이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내년 2월이면 재계약이 만료되는데 이젠 그만 쉬어야겠다고 말을 하는 모습이 쓸쓸해 보여 마음이 아프다. 이기적인 나는 내 생각만하고 그가 가끔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면서도 이제 그만 다니고 집에 있으라고 말을 하지 못했다.

 

결혼해 나가 살고 있는 아들도 아버지 힘들어 다니지 말고 쉬어야겠다고 말하면 선뜻 그만 다니셔요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자식이 어찌 부모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계절은 어느새 겨울을 재촉하며 아침저녁으로 옷깃을 여미게 하고 밤기운이 차갑게 느껴지고 있다.

문득 남편의 이불이 생각이 났다. 예민한 사람이어서 잠자리에서 유난히 뒤척거리는 나를 배려한다며 작은방 싱글 침대에서 수면을 취하고 있다. 더블 킹사이즈 침대에서 혼자 뒹굴며 며느리가 시집올 때 해온 포근포근한 목화솜 이불을 덮고 자고 있는 내가 늘 마음이 불편했었다. 딸이 2년 전에 재래시장에서 이불 하나를 사왔다.

몸이 붙지 않고 포근하지 않아 밀려나네

하며 타박을 했다. 별 것 아닌데도 그동안 왜 좋은 것으로 바꿔주지 못하고 있었는지 내 자신이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병원 문을 나서면서 백화점을 향하는 버스를 탔다.

현대백화점 7층에 올라가니 입구에 저렴하게 파는 이불이 있었지만 좀 더 좋은 것으로 사기 위해 이곳저곳 매장을 두리번거렸다.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마음에 꼭 드는 것을 발견했다. 꼼꼼하고 까다로운 사람이기에 하찮은 것이라도 세심히 살펴보고 사야 한다.

밝은 색을 좋아하는 남편에게 어울리는 진한 노란 색에 잔잔한 꽃무늬 이불이 내 눈에 들어왔다. 군데군데 누비였고 덮으면 포근히 감싸주어 엄마 품처럼 따뜻할 것 같았다. , 이거다 하는 생각을 하며 좋아할 남편 얼굴이 떠올라 미소를 지었다.

 

감정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다. 저렴한 것도 있지만 좋은 것으로 산다고 했더니 점원이 하는 말이 나를 감동하게 만들었다.

이제까지 살아계신 것 감사하지 않아요?”

그래서 좋은 것을 사야 한다고 무심코 한 말을 그 순간은 지나치고 말았지만 점원이 포장해주는 이불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갑자기 마음이 서글퍼졌다. 내 곁에 오래오래 살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남편을 사랑한다는 것은 마음뿐 겉으로 표현하지 못한 것에 가슴이 저려온다.

 

돌아오는 내내 발걸음이 가벼웠다. 순간 좀 더 일찍 남편의 이불을 샀더라면 좋았을 것을 후회가 밀려온다. 평소에 차분하지 못한 나를 꼼꼼하게 챙겨주는 자상한 그이에게 올 겨울은 새 이불처럼 포근하게 다가가고 싶다. 그가 내 곁에 있어 행복하고 고맙다.

 

 

-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우형숙 | 작성시간 19.03.10 언제 등단하신 겁니까? 축하해요~
  • 작성자이태녀 | 작성시간 19.03.15 감사합니다 우형숙지부장님
  • 작성자최명선 | 작성시간 19.03.16 축하드리고 환영합니다. 계속 좋은글 기대됩니다.
  • 작성자최미아 | 작성시간 19.04.05 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진노랑 꽃무늬이불이 방안도 선생님 마음도 훤하게 해 드렸을 거 같네요.
    늦었지만 등단 축하드립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