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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의 눈 / 이순정

작성자우형숙|작성시간20.08.27|조회수19 목록 댓글 0

목어의 눈 / 이순정


밤이슬 내려앉는 냄새가 난다

발꿈치 까실하게 일어난 살들을 사포로 민다

허구한 날 스타킹 잡아먹던 놈들이 눈가루 되어 떨어진다

고집스레 입던 쥐색 옷들을 벗어 던지고

머리 누르던 가채마저 내려놓고 하늘을 본다

카시오페아와 북두칠성사이 방황하던 북극성 빛을 품어

가부키 하얀 덧칠을 지워 버린다

수많은 몸짓들이 판치는 경극 무대를 뒤로 하고

나는 나로 돌아가야 한다

어둠을 쪼개고 일어서는 바다가 보고 싶다

 

화장을 고친다

옷장 문을 열고 색색의 천들로 몸에 감는다

햇살 닮은 액세서리 귀에 달고 삐딱 구두 신고 거리를 나선다

뒤통수 끌어당기던 질퍽거림 한판승으로 밀어내고

발목 잡는 미련덩이 두 발로 걷어찬다

투둑 떨어지는 소리 시원스레 들려온다

오로라 치장한 거리가 흔들리고 있다

쇼윈도에 걸린 기분 좋은 옷들

엉덩이 따라 씰룩실룩 바람도 실룩씰룩 뒤를 따른다

 

이정표가 없다

바다를 향해난 기다란 길이 꿈틀거린다

만주벌판 가르던 말울음소리가 피돌기를 타고 구석구석 헤집고 있다

화려한 깃털을 달고 활시위를 떠난 바람처럼 달려야 한다

어둠의 끝을 부르는 새벽이 열리고 있다

잠들지 않는 목어의 눈

잃어버린 땅을 찾아 달리는 다물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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