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겨진 말
유언이라 할 수도 없는 말이 있다
변호사나 성공한 자식이 받아 적기에는
너무 뜨거운 말이 있다
듣는 이를 텅 비워버리는 말이 있다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당부가 아니라
고통스런 현재를 아주 힘겹게 전해주는 말
그러나 살아갈 사람들의 미래를
예언해주는 말
20년 전기공이 합선시킨 7,000볼트짜리 말
화물트럭 운전기사가 브레이크를 필사적으로
밟던 5톤이 훨씬 넘어서는 말
해고된 노동자가 30년간 흐느끼며
삭혀온 말
지금 그런 말들이 흘러넘치고 있다
심오한 침묵마저 깨뜨리는 말들이
우리를 휘감고 있다
제 몸을 시커먼 잿더미로 만들어야
겨우 할 수 있는 말이 있다
유언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비통한 말
길거리에서 쫓겨난 공장 밖에서
밀어도 열리지 않는 벽 앞에서
마지막으로 남겨진 말이 있다
-황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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