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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기나는글(2)

마지막 남겨진 말

작성자구정리|작성시간24.07.11|조회수8 목록 댓글 0

마지막 남겨진 말

 

유언이라 할 수도 없는 말이 있다

변호사나 성공한 자식이 받아 적기에는

너무 뜨거운 말이 있다

 

듣는 이를 텅 비워버리는 말이 있다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당부가 아니라

고통스런 현재를 아주 힘겹게 전해주는 말

 

그러나 살아갈 사람들의 미래를

예언해주는 말

 

20년 전기공이 합선시킨 7,000볼트짜리 말

 

화물트럭 운전기사가 브레이크를 필사적으로

밟던 5톤이 훨씬 넘어서는 말

 

해고된 노동자가 30년간 흐느끼며

삭혀온 말

 

지금 그런 말들이 흘러넘치고 있다

심오한 침묵마저 깨뜨리는 말들이

우리를 휘감고 있다

 

제 몸을 시커먼 잿더미로 만들어야

겨우 할 수 있는 말이 있다

 

유언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비통한 말

 

길거리에서 쫓겨난 공장 밖에서

밀어도 열리지 않는 벽 앞에서

마지막으로 남겨진 말이 있다

 

-황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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