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악재의 봄
서울을 벗어난 김삿갓은 발길을 毋岳재로 돌렸다.
坡州, 長湍 등지를 거처 고려500년의 망국지한이 서려있는 松都(개성)로 가보려는 것이었다.
무악재에 올라서니 넓은 산야가 한눈에 내려다 보여 우울하던 가슴이 탁 트여오는 것만 같았다.
때는 봄인지라 산에는 군데군데 진달래꽃이 만발해 있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초가집 울타리에
노랗게 피어난 것은 개나리꽃이 분명하리라.
어느새 버들가지는 실실이 늘어져 있었다.
봄 성에는 가는 곳마다 꽃잎 날리고
한식 봄바람에 버들가지가 휘늘어졌네.
春城無處不飛花
寒食東風御柳斜
옛 시의 한 구절을 읊조리며 멀고 가까운 곳에 있는 꽃들을 구경하고 있노라니
또다시 봄을 읊은 于良史의 시가 머리에 떠오른다.
봄 산에는 좋은 일이 하도 많아
즐기느라 밤이 와도 돌아갈 줄 모르네.
물을 옴켜 뜨니 달이 손 안에 있고
꽃을 희롱하니 옷에 향기가 진동하네.
春山多勝事
賞玩夜忘歸
掬水月在手
弄花香滿衣
얼마나 멋들어진 자연과의 동화인가.
옛날 사람들은 그와 같은 풍류가 있었고 운치가 있었다.
그러나 서울사람들에게는 배타적이고 이해타산만이 있을 뿐, 운치가 없지 않던가.
그래서 김삿갓은 서울이 싫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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