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병들어 요양원 가면□ / 나이 들고 병들어 누우니 잘난 자나 못난 자나 너나 할것 없이 남의 손 빌려 하루를 살더이다. ^ 그래도 살아 있어 남의 손에 끼니를 이어가며 똥 오줌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구려. ^ 당당하던 그 기세 허망하고 허망하구려. 내 형제 내 식구가 최고인양 남을 업신여기지 마시구려. ^ 내 형제 내 식구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바로 그 남이 어쩌면 이토록 고맙게 웃는 얼굴로 날 이렇게 잘도 돌보아 주더이다. ^ 아들 낳으면 일촌이요, 사춘기가 되니 남남이고, 대학가면 사촌이고, 군대 가면 손님이요, 군대 다녀오면 팔촌이더이다. 장가가면 사돈 되고, 이민가니 해외동포 되더이다. ^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이고, 딸만 둘이면 은메달인데. 딸하나 아들 하나면 동메달이 되고, 아들 둘이면 목메달이라 하더이다. ^ 장가간 아들은 희미한 옛 그림자 되고 며느리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요 딸은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구려 ^ 자식들 모두 출가시켜 놓으니 아들은 큰 도둑이요, 며느리는 좀도둑이요, 딸은 예쁜 도둑이더이다. ^ 인생 다 끝나가는 이 노모의 푸념이 한스러울 뿐이구려. 뭐가 그리 살아가는 것이 바쁜지 나 살기에 바빠서 이렇게 아둥바둥 하는건지. (모셔온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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