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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기나는글(1)

한 사람을 사랑했네 / 이정하.

작성자아상 사무사|작성시간22.05.30|조회수11 목록 댓글 0

한 사람을 사랑했네 / 이정하.

한 사람을 사랑했네 / 이정하 사랑을 얻고 나는 오래도록 슬펐다. 사랑을 얻는다는 건 너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아니었으므로. 너를 체념하고 보내는 것이었으므로. 너를 얻어도, 혹은 너를 잃어도 사라지지 않는 슬픔 같은 것. 아아 나는 당신이 떠나는 길을 막지 못했네. 미치도록 한 사람을 사랑했고, 그 슬픔에 빠져 나는 세상 다 살았네. 세상살이 이제 그만 접고 싶었네.

한 사람을 사랑했네 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내 길보다 자꾸만 다른 길을 기웃거리고 있었네. 함께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은 내 인생 전체를 삼키고도 남게 했던 사람. 만났던 날보다 더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던 사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함께 죽어도 좋다 생각한 사람. 세상의 환희와 종말을 동시에 예감케 했던 한 사람을 사랑했네.

부르면 슬픔으로 다가올 이름. 내게 가장 큰 희망이었다가 가장 큰 아픔으로 저무는 사람.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기에 붙잡지도 못했고 붙잡지 못했기에 보낼 수도 없던 사람. 이미 끝났다 생각하면서도 길을 가다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은 사람.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날이면 문득 전화를 걸고 싶어지는 한 사람을 사랑했네. 떠난 이후에는 차마 지울 수 없는 이름. 다 지웠다 하면서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눈빛. 내 죽기 전에는 결코 잊지 못할 한 사람을 사랑했네.

그 흔한 약속도 없이 헤어졌지만 아직도 내 안에 남아 뜨거운 노래로 불려지고 있는 사람. 이 땅 위에 함께 숨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마냥 행복한 사람이여. 나는 당신을 사랑했네. 세상에 태어나 단 한 사람 당신을 사랑했네. 한 사람을 사랑했네 한번 떠난 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네. 강물이 흐르고 있지만 내 발목을 적시던 그때의 물이 아니듯, 바람이 줄곧 불고 있지만 내 옷깃을 스치던 그때의 바람이 아니듯 한번 떠난 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네.

네가 내 앞에 서 있지만 그때의 너는 이미 아니다. 내 가슴을 적시던 너는 없다. 네가 보는 나도 그때의 내가 아니다. 그때의 너와 난 이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한번 떠난 것은 절대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아아,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 그 부질없음이여. 한 사람을 사랑했네 오늘 또 그의 집 앞을 서성거리고 말았다. 나는 그를 잊었는데 내 발걸음은..., 그를 잊지 않았나 보다.

한 사람을 사랑했네 차라리 잊어야 하리라,할 때 당신은 또 내게 오십니다. 한동안 힘들고 외로워도 더 이상 찾지 않으리라, 할 때 당신은 또 이미 저만치 오십니다. 어쩌란 말입니까 그대여, 잊고자 할 때 그대는 내게 더 가득 쌓이는 것을 그대 깊숙이 내 안에 있어 이제는 꺼낼 수도 없는 그대를 <좋은글 중에서> < 메일에서 옮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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