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사람을 천하게 만드는가
물 아래 그림자 지니
다리 위에 중이 간다
저 중아 게 있거라
너 가는 데 물어보자
막대로 흰구름 가리키며
돌아 아니보고 가노메라.
송강 정철의 시조인데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다리 밑으로 흐르는 물에 그림자가 어리어 다리 위를 쳐다보니 한 스님이 지나가고 있다.
대사, 잠깐 물어보세. 어디로 가는 길인가? 스님은 지팡이를 들어 흰구름을 가리키며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가던 길을 스적스적 지나간다. 운수납자(雲水衲子)의 기품을
지닌 모습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6AF64B538ED83115)
‘막대로 흰구름 가리키며 돌아 아니보고 가노메라’라는 표현은 이 시조의 백미다.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배척하던 조선시대에 스님들은 유생 관료들에 의해 말할 수 없는
박해를 받았다.
그 당시 스님들은 칠천(七賤)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다.
종, 기생, 악공과 광대, 가죽신을 만드는 갖바치, 고을의 아전, 관아에서 심부름하는
하인과 함께 천한 계급으로 다루어졌다.
그래서 스님들한테는 하대를 했다. ‘저 중아 게 있거라 너 가는데 물어보자’라고 한 것도
이런 상황에서 나온 표현이다. 심지어 스님들에게는 도성(都城 - 서울) 출입이 법으로
금지돼 있었다.
![](https://m1.daumcdn.net/cfile225/image/15204D1B4B50FDED471F74)
이와 같은 악법이 사라진 것은 한말 일본스님들에 의해서였다 .
일본스님들은 남의 나라 도성을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는데 정작 본국의 스님들은
자기네 나라 도성을 출입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당국에 시정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보호를 받던 고려시대보다도 갖은 천대와 박해를 받던 조선시대에
뛰어난 수행자들이 많이 출현했다는 사실은 오늘의 수행자들에게 가르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동서양의 종교역사를 통해서 볼 때, 종교는 정치권력을 등에 업을 때가 가장 반종교적으로
타락했고, 체제로부터 박해를 받을 때가 가장 순수하게 제 기능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https://m1.daumcdn.net/cfile287/image/25603B3D520AAC5622CB3D)
불타 석가모니는 <숫타니파타>에서 ‘천한 사람’에 대해 이와 같이 말한다.
“얼마 안되는 물건을 탐내어 사람을 죽이고 그 물건을 약탈하는 사람.
증인으로 불려 나갔을 때 자신의 이익이나 남을 위해서 거짓으로 증언하는 사람.
가진 재산이 넉넉하면서도 늙고 병든 부모를 섬기지 않는 사람.
남의 집에 갔을 때는 융숭한 대접을 받았으면서 그쪽에서 손님으로 왔을 때 예의로써
보답하지 않는 사람
![](https://t1.daumcdn.net/cfile/cafe/22408E47538ED82731)
사실은 성자[깨달은 사람]도 아니면서 성자라고 자칭하는 사람, 그는 전 우주의 도둑이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가장 천한 사람이다.
날 때부터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귀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그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도 되고 귀한 사람도 되는 것이다.”
-法 頂 스님-=<받은메일 공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