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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기나는글(1)

바람이부는 까닭은.

작성자아상 사무사|작성시간23.06.07|조회수17 목록 댓글 0



바람이부는 까닭은.


바람이부는 까닭은

미루나무 한 구루 때문이다
미루나무 이파리 수천만장이
제몸을 뒤집었다 엎었다 하기때문이다
세상을 흔들고 싶거든
자기 자신을 먼저 흔들줄 알아야 한다고..

간격
숲을 멀리서 바라볼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어있으면 도저히 안되는,
기어이 벌어져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다

먼산
저물 녘
그대가 나를 부르면
나는 부를수록 멀어지는 서쪽 산이 되지요 그대가 나를 감싸는 노을로 오리라 믿으면서요 하고 싶은 말을 가슴에 숨기고 그대의 먼 산이 되지요.



그리운 당신 오신다니
어제도 나는 강가에 나가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이 오시려나 하고요
보고 싶어도
보고싶다는 말은 가슴으로 눌러두고 당신 계시는쪽 하늘만 바라보며 혼자 울었습니다. 강물도 제 울음소리를 들키지 않고 강가에 물자국만 남겨놓고 흘러갔습니다.

당신하고 떨어져 있는 동안
강둑에 철마다 꽃이 피었다가 져도
나는 이별 때문에 서러워하지 않았습니다.
꽃진 자리에 어김없이 도란도란 열매가 맺히는 것을 해마다 나는 지켜보고 있었거던요



이별은 풀잎끝에 앉았다가 가는 물잠자리의 날개처럼 가벼운것임을. 당신을 기다리며 알았습니다. 물에 비친 산그림자 속에서 들려오던


뻐꾸기 소리가 당신이었던가요 내 발끝을
마구 간질이던 그 잔물결들이 당신이었던가요
온종일 햇볕을 끌어안고 뒹굴다가 몸이 따끈따끈해진 그 많은 조약돌들이 아아, 바로 당신이었던가요.

당신을 사랑했으나
나는 한번도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고
오늘은 강가에 나가 쌀을 씻으며 당신을 기다립니다.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그대를 위하여
그대를 만난 엊그제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내 쓸쓸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개울물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던 까닭은 세상에 지은 죄가 많은 탓입니다.

그렇지만 마음 속 죄는
잊어버릴수록 깊이 스며들고
떠올릴수록 멀어져 간다는 것을
그대를 만나고 나서야 조금씩 알 것 같습니다
그대를 위하여
내가 가진 것 중 숨길 것은 영원히 숨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대로 하여
아픈 가슴을 겪지 못한 사람은
아픈 세상을 어루만질 수 없음을 배웠기에 내 가진 부끄러움도 슬픔도 그대를 위한 일이라면 모두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그대를 만나고부터
그대가 나를 생각하는 그리움의 한 두 배쯤
마음 속에 바람이 불고
가슴이 아팠지만
그대를 위하여 내가 주어야 할 것을 생각하며 나는 내내 행복하였습니다

= 좋은글 중에서 = <보내온 메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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