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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기나는글(1)

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 꾸며 ...

작성자아상 사무사|작성시간23.08.27|조회수109 목록 댓글 0


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 꾸며 ...




지란지교를 꿈 꾸며 ..​​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 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은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 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은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친구와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도 없고 수 수 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는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쳐 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 해 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으면 된다.



우리는 흰 눈 속
참대 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 아첨 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중시 하지도​ 부러워 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 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우리가 항상 지혜롭진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며​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진 않다 해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름답게 지니리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 없이
남의 성공을 얘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되​ 미친 듯이 몰두하게 되길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도 같아서​ 요란한 빛깔과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우리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은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서로 격려 하리라​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창문을 열다가​ 까닭 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면​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손이 작고 어리어도​
서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 주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이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니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 유 안 진 = <보내온메일 옮김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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