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반드시 필연이라 말하고 싶어
아지랑이 피어오르던 어느 봄날
새 학기가 시작될 때
단발머리 곱게 빗은 보조개가 예쁜 소녀에 첫인사
저는 멀리 광주에서 아버지를 따라
이곳으로 전학을 오게 된 김선희라고 합니다
너를 만난 그날부터 나에겐 그리움 하나가 생겨
내 가슴 깊숙이 네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나의 가슴은 핑크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어
아마도 나에 생활 전부가 너였는지도 몰라
플라타너스 그늘에 놓인 자주색 가방에
가슴 떨린 서투른 글씨로 깨알같이 빼곡히 적힌
수많은 그리움을 곱게 담아 자줏빛 가방에 넣었던 거야
삶의 인연이 맺어준 아름다운 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혼자만의 사랑으로 간직할 수 있는 소중한 사람
행복을 노래할 때 어김없이 비치는 그리운 얼굴
늘 그리움 속에 비친 그 사람은 바로 너였어
보고 싶다 말하기 전에 보고 싶은 사람
소식조차 모르고 만날 수 없어도 사진 하나 놓고
행복해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너였어
늘 너를 보며 가는 세월마저 잊고 싶었고
네가 보고 싶으면 꿈을 꾸면 나타나는
혼자만의 간직한 아름다운 사랑으로 행복할 수 있었어
흰 눈 펑펑 내리던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너에 마음이 담기고 너에 손길이 스친
빨간 털실로 한 올 한 올 곱게 짠
털목도리를 걸어주며
하루에 네 생각 한 시간만 하라던 그 말이
강산이 네 번을 바뀌어도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어
아세아 극장에서 김밥을 먹고 오뎅국을 마시며
긴 겨울밤 통행금지에 쫓겨 방범대에게 붙잡힐까
판자촌 골목에 숨어 나의 입술을 훔쳐간
너에 달콤한 입맞춤은
나에겐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는 아름다운 보석이야
단잠에서 깨어난 새벽이면
지금도 아름다운 주마등으로 스치는
아름다운 너에 잔재를
가슴에 묻고 살기엔 가슴이 너무 아프다
네가 그리움으로 밀려오는 밤이면 보고 싶어
잠을 설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
숙명적인 만남에 늘 그리움으로 채우는 시간
혼자 애태우는 시간이 아픔이 밀려와
베갯머리 적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
그러나 너로 말미암아 아픔도 행복이고
그리움도 행복이라고 말하고 싶어
아픔까지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그리움
새벽이슬에 숨어버린 아름다운 이름 하나
가슴에 빨갛게 피멍이 들어도
행복으로 남는 그리운 이름 하나
이 시간도 애타게 불러보지만
대답없는 부름은 쓸쓸한 갈색 추억으로 남는구나
긴 기다림 긴 그리움 긴 아픔 언제 끝날까
멀리 있어도 손짓하면 올 것 같은 아름다운 너
멀리 있어도 소리치면 달려올 것 같은 너이기에
잊을 수도 지울 수도 없는
너를 향한 아름다운 장밋빛 순정인가 봐
지금도 우체부 집배원을 보면
네가 정성 드려 보낸 켜켜이 묵은
추억의 핑크빛 편지가 늦게나마 오지 않을까
기다리는 마음에 가슴이 뛰고
우체부 뒷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넋을 잃고 바라보다 고개를 떨구고 만단다
아마도 너는 내 인생에 영혼까지 지배할 사랑인가 봐
기쁠 때도 너 슬플 때도 너
행복할 때도 너의 모습이 샛별처럼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참사랑을 가르쳐준 스승이기 때문일 거야
선희야!
나의 가슴에 뜨거운 피가 흐르다 멈추는 순간까지
지구의 종말이 오는 날까지
너는 나에게 영원한 행복을 전하는 행복전령사야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은 너에 이름을 외우며 살게
네가 가꾸어 놓은 첫사랑언덕 꽃밭에는
사시사철 핑크빛 그리움이 피어나
촉촉한 이슬을 먹고 살아가는 나는
지금도 어느 하늘 아래서 살고 있을
소식조차 알 수 없는 너에 소식을 바람에 물으며
너 때문에 지금도 행복하다고 너에게 꼭 말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