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업가정신연구센터장인공지능(AI)의 물결이 거세다. AI 시대에 경쟁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기업의 생산방식과 ‘DNA(Digital·Network·AI)’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기업의 생산방식이 충돌한다. 자본주의와 산업화라는 현대 경제 발전의 뼈대는 기업 조직의 탄생과 성장이었다. 기업 형태의 조직이 개인들의 합의에 따르는 막대한 거래비용을 극복할 수 있었기에 수많은 현대적 제품과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AI가 급속 발전함에 따라 전통적 생산방식은 DNA를 기반으로 기업의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을 자동화하는 ‘AI 공장’을 따라가지 못한다. 거의 모든 산업에서 빅데이터를 원료로 삼은 AI 알고리즘이 고객 가치의 창출·포착·전달의 전 과정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 「 산업에 AI 생산방식 활용하지만 기업활동 여전히 법적 제약 많아 ‘1인 창조기업법’ 조속히 손봐야」 일러스트=김지윤예컨대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핀테크(FinTech) 계열사인 앤트금융을 보자. 100년 역사의 미국 은행 BoA가 20여만 명의 직원으로 6700만 명의 고객에게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보다 앤트금융이 훨씬 다양한 서비스를 고작 수천 명의 인력으로 14억 명의 고객에게 공급한다. 스웨덴 기반의 핀테크 유니콘인 클라나에 따르면 챗GPT 알고리즘이 직원 700명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고, 향후 전 세계 직원의 10%를 해고할 예정이라 한다. AI 시대로 급속 전환함에 따라 거의 모든 산업에서 일자리가 대규모로 사라질 거란 우려가 팽배한다. 물론, AI가 인간의 생산성을 증강해줌으로써 기업의 매출 증가에 이바지할 수도 있다. 결국 어느 힘이 더 강할지가 관건이다. 산업혁명 초기에 기계를 파괴하던 ‘러다이트(Ruddite) 운동’이 벌어졌고,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엔 ‘적기 조례(Red Flag Act)’로 저항했다. 하지만 결국엔 과학·기술 혁신의 도도한 물결에 휩쓸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AI 시대에도 혁신에 앞선 기업이나 개인이 새로운 주역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가 더 커질 것이다. 이처럼 도전적 과제가 즐비한 한국경제 상황에서 AI가 노동 생산성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산업과 기업 활동의 여러 제약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AI의 도움을 받는 스타트업의 활약이 개방형 혁신의 원천이 되도록 ‘1인 창조기업(Solopreneur) 육성에 관한 법률’의 획기적 개정이 시급하다. 1인창조기업법은 AI 시대를 예상이나 한 듯 2011년에 제정했다. 창의성과 전문성을 갖춘 국민의 1인 창조기업 설립을 촉진하고 그 성장 기반을 조성해 1인 창조기업을 육성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입법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어떤 국가에서도 생각하지 못할 때 선제적으로 마련한 1인창조기업법이 AI 시대를 헤쳐갈 국민의 효과적인 디딤돌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예컨대, 현행법은 제2조 제1항에서 지원 제외 업종을 너무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1인 창조기업을 주식회사로 설립할 경우 지분 투자 유치의 장점에도 회사 기관의 설치와 운용, 회계, 합병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과도한 경영 부담을 지게 될 것이 우려된다. 아울러 AI 서비스 활용 활성화를 위한 각종 DNA 인프라 조성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다. 현장에서 창업을 진흥하는 전담기관의 역량 확충 대비책도 부족하다. 30여 년 전 인터넷 시대가 도래했을 때 정보탐색 비용 절감을 통해 세상에 없던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거대 기술 기업들이 나타났다. AI 시대에는 AI 기술 덕분에 의사결정 비용 절감으로 새로운 유형의 혁신적 기업이 등장할 것이다. AI를 잘 활용할 수 있다면 AI 시대에는 큰 조직이 아닌 개인도 거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에서는 AI 덕분에 연간 매출 2500만 달러 이상의 1인 창조기업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한다. 1인 창조기업을 활성화해 한국의 기업가정신이 실종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젊고 창의적인 사업가가 많이 배출돼야 한다. 이들이 AI 시대의 파고를 뛰어넘고, 저출산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공공기관의 선제적 조치가 시급하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영태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업가정신연구센터장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s://v.daum.net/v/202407170023474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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