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
秋分은 24절기 중 열여섯째 절기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로 양력으로 9월22일경입니다.
이날을 기준으로 밤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며 가을도 그만큼 깊어갑니다.
(철종실록)10년(1859년) 기록처럼 추분 날 종 치는 일조차 중도의 균형 감각을 바탕에 깔고 있음을 알 수 있어, 더도 덜도 치우침이 없는 날이 추분이므로 그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곳에 덕(德)이 있다는 뜻의 중용과 일맥상통하는 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추분엔 향에 대한 의미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추분의 들녘에 서면 벼가 익어가며 구수한 냄새가 나는데 그 냄새를 한자 말로 '향(香)'이라고 합니다.
'벼 화(禾)' 자와 '날 일(日)' 자가 합해진 글자로, 한여름 뜨거운 해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벼는 그 안에 진한 향기를 잉태합니다.
이처럼 사람도 내면에 치열한 내공을 쌓아갈 때 진한 향기가 진동할 것 같습니다.
또, 들판의 익어가는 수수와 조, 벼 들은 뜨거운 햇볕, 천둥과 큰비의 나날을 견뎌 저마다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내공을 쌓은 사람이 머리가 무거워져 고개를 숙이는 것과 벼가 수많은 비바람의 세월을 견뎌 머리를 수그리는 것은 같은 이치가 아닐까요?
이렇게 추분은 중용과 내면의 향기와 겸손을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때입니다.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므로 비로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이무렵의 시절음식(時節飮食)으로는 버섯요리를 대표적으로 꼽습니다.
추분 즈음이면 논밭의 곡식을 거두어들이고, 목화를 따고 고추도 따서 말리는 등 잡다한 가을걷이를 하고, 또 호박고지, 박고지, 깻잎, 호박순, 고구마순도 이맘때 거두어들여 산채로 말려 묵은 나물로 겨울철을 위해 비축했습니다.
또 추분에 부는 바람이 건조하면 다음 해에 풍년이 든다고 보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