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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꼴찌의 말씀(왕언니의 응원으로 끝까지 완주했던 양옥씨 이야기)

작성자문남숙|작성시간10.08.18|조회수181 목록 댓글 0

꼴찌의말씀

 글쓴이 : 강양옥 (175.120.39.178)
 

 

제목: 꼴찌의 후기-그게 뛴 거냐 걸은 거지

 웬수같은 남편이 신청해 주었지만 나에게 풀코스는 처음부터 무리였다. 10km도 간신히 뛰는 나의 능력을 알고 있으면서 마누라 죽이기인지  진짜 건강을 위해서 권하는 건지 알쏭달쏭하지만 서울마라톤에서 주최하는 대회이기에 참가하고 싶었다. 최소한 목마름으로 고생하거나 배고프지는 않는 대회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동안 남편이 꾸준히 반달과 혹서기 대회에 참가하면서 자원봉사자들에게 보내는 감사와 존경과 부러움의 말들을 자주 들었다. 메이저 대회를 비롯하여 수많은 마라톤 대회를 구경했지만 서울마라톤 대회처럼 자원봉사자들의 다양하고 즐거운 헌신은 참으로 전무한 것 같다. 특히 회장님의 위엄은 우리 부부의 미래의 자화상이다.

날씨는 비도 안 오고 덜 덥긴 했지만 그래도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의 8월 하고도 15일이다. 과천 서울대공원의 바깥을 두 바퀴 뛰는데 죽을 맛이다. 근데 산으로 올라가는 줄 알았더니 또 안쪽을 뛰고 있다. 한 바퀴는 억지로 쫓아갔는데 두 번째는 혼자 가다보니 길을 잘못 내려왔다. 중간에 밟아야 할 고무판을 안 밟았으니 실격이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 씩씩거리며 안경도 벗고 이제 어찌할 것인가, 산으로 갈 것인가, 그만둘 것인가 갈등하며 걷다 보니 저 앞에서 뛰는 듯 걷는 듯 움직이는 물체가 보인다. 존경스러운 마음에 반갑게 인사를 드리니 6학년 7반이시란다. 열 번째 풀 도전이라는 우아한 카리스마의 오 여사. 울며 겨자 먹기로 꼴찌의 철학을 들으며 계속 같이 뛰기 시작.

드디어 산길에 올랐다. 다섯 바퀴를 돌아야 한다. ‘죄송하지만 저는 한 바퀴만 돌고 그만 할래요.’ 하니 오 여사께서 ‘아직도 젊은이가 무슨 소리냐’며 야단이시다. ‘젊다니요? 저도 5학년 4반인데!’하니, ‘정말 힘들면 천천히 뛰다가, 심한 언덕에서는 땅만 보고 구부린 자세로 보폭을 적게 해서 뛰다가, 그래도 안 되면 걷다가 라도 끝까지 가보자’고 요령을 일러 주신다. 아울러 일본, 미국, 독일 마라톤 경험담을 얘기해 주시며 꼴찌의 철학은 계속되고 춘마에서도 만나자는 약속까지. 한바퀴 돌며 물, 바나나 먹고, 두 바퀴 돌며 콜라, 김밥 ,수박 먹고, 세 바퀴와 네 바퀴 돌며 떡, 메론, 방울토마토, 게토레이, 얼음 조각  그리고 회장님이 특별히 남겨 두셨다가 챙겨 주시는 커피 아이스크림까지 먹고는 미안해서라도 열심히 뛰어야 할 텐데 찬물 세례와 폭포입수로 양말과 신발까지 젖은 상황. 이미 남들은 다 끝난 시각에 우리 둘은 한 바퀴를 더 뛰어야하는데 우리들 때문에 남아 계시는 자봉님들의 한결같은 말씀! ‘기다리고 있을 테니 천천히 다녀오세요!!’아름다운 그분들의 격려와 정성 덕분에 우리는 부끄럽지만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다. 골인하고 칩 반납하고 기념품 받고 사진 찍고 열무 비빔밥에 미역 오이냉국을 먹으며, 절대로 칭찬할 줄 모르는 웬수같은 남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7시간에 그나마 실격, 그게 뛴 거냐, 걸은 거지! 남들이 욕한다! 그렇다, 최선을 다 하지 않은 것 인정한다. 그러나 다음엔 더 잘 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가져 본다. 다시 한 번 자봉님들과 오여사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다음 대회엔 나도 즐거운 자봉으로 참석하여 보답하고 싶다. 실격+꼴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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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국 10-08-18 12:19
 124.♡.132.115 답변 삭제  
끝까지 완주한 당신는 진정한 자기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 하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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