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하지욕(胯下之辱)
◎글자풀이: 사타구니 과(胯 kuà), 아래 하(下 xià), 갈 지(之 zhī), 욕 욕(辱 rǔ).
◎뜻풀이: 사람의 가랑이밑을 빠져 나가는 치욕.
◎출전: 한(漢) 사마천(司馬遷)『사기•회음후열전(史記•會陰侯列傳)』
◎유래:
역사상 유명한 군사천재인 한신(韓信)은 어릴 때 집안이 째지게 가난하였으나 자신이 이후에는 천하를 호령하는 장군이 될 것이라 확신하였다. 하여 그는 집을 나설 때마다 장검을 허리에 차고 나가군 했다. 비록 그의 검술이 군사재능과는 비할바가 아니었으나 검을 차는 것이 이미 그의 습관으로 굳어졌다.
어느 한번은 현지의 무뢰한이 한신을 가로 막았다. 그는 팔짱을 끼고 두 다리를 쩍 벌리고 서서 무지막지한 어조로 한신에게 말했다. “보아하니 너는 키도 크고 검도 차고 있는데 나와 검술을 비겨 볼 생각이 있느냐?”
한신은 불필요한 시비를 피할 요량으로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검술을 잘 모르니 비길 필요가 없을 것이요. 당신이 이긴 걸로 합시다. 오늘은 내가 다른 일이 있으니 길을 비켜 주시오.”
그러나 그 무뢰한은 전혀 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말했다. “너는 검술을 잘 모른다고 하지만 그 검으로 사람을 죽일수는 있겠지? 내가 가만히 서 있을테니 그 검으로 나를 죽여 보아라.”
한신은 이 무뢰한이 일부러 싸움을 걸어오는 것임을 알았으나 화를 참고 말했다.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이고 원한도 없는데 왜 내가 당신을 죽인단 말이요?”
무뢰한은 한신이 계속 피하자 더욱 기고만장해서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보아하니 너는 키만 컸지 담은 콩알만하여 사람을 죽일 담도 없구나. 그럼 내 바지가랭이 사이로 기어 나가 보아라. 아니면 오늘 끝장을 보아야 할것이다.”
일이 이 지경이 되니 많은 구경군들이 모여 들었다. 한신이 검자루에 손을 얹고는 무뢰한을 쏘아보며 크게 성을 내려 하다가 사람을 죽이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하니 잃는 것이 더 많음을 생각하고는 참기로 했다. 한신은 여러 사람들의 조롱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분노를 가까스로 참아내며 그 무뢰한의 가랭이 사이로 기어 나가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일시의 치욕을 참아 결국은 천추의 대업을 이룬 한신은 포부가 크고 도량이 넓은 인물이었으니 어찌 한낱 시정잡배와 같을 수 있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