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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조폭과 사우나

작성자윈드|작성시간13.12.04|조회수402 목록 댓글 9

 

    

우리 회사근처에 아주 크고 제법 시설 좋은 24시간 사우나가 하나 있다. 주간 입욕료는 6,000원이다.

티켓으로 10장을 구입하면 45,000원에 판매한다. 한꺼번에 구입하면 낱개로 사는 것보다 15,000원이 싸니

당연히 10장씩 구입하게 된다.

 

10여년전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직접 사업을 하다 보니 물건을 살 때나 뭔가를 대가로 돈을 지불할 때면

감각적으로 일단 그 가격이 비싼 건지 또는 달리 싸게 사는 방법은 없는지 따져보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좌우간 어쩌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주 가끔 전날 폭음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그런 다음날에는 어김없이

외부에 업무 차 나가는 척 하면서 술로 찌든 몸을 달래줄 겸 대낮에 사우나로 직행한다.

가끔 사우나는 나에게 한낮에 잠시 쉴 수 있는 안성맞춤 피난처다.

 

혹시 우리 회사 직원들이 대낮에 사우나에라도 갈 요량이라면 거의 용납지 않을 거다.

원래 인간이란 자기 자신에게만은 한없이 관대한 편이니까...

내 회사가 있는 성수동 근처엔 비교적 월 임대료가 싸다 싶은 대형 오피스텔이 여러 개 있다.

 

이중 하나 1층에 대형사우나가 붙어 있다.

이곳 오피스텔에서 합숙하는 듯 한 건장한 체격의 20, 30대 조폭? 들도 나와 같이 주로 낮 오후시간대에

이곳 사우나를 수시로 이용한다. 업무의 성격상 밤일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어쩌거나 원치 않게 이들과 대낮 사우나에서 조우한다. 내가 이들이 조폭이라고 거의 확실히 추측하는 건

우람한 체격과 또는 가슴과 앞배가 두툼하게 튀어 나온 일본 스노씨름 선수같은 모습도 그렇지만 이들이

하나같이 등과 팔 전체에 새긴 문신을 보면 틀림없이 조폭이라고 단정해 버린다.

 

또한 중간보스 쯤 정도의 조폭에게 부하 조폭이 목욕탕에서 발가벗고도 연신 머리를 조아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부터 잠시 얘기하고 싶은 건 이들의 목욕문화에 대한 거다.

 

내 상식으론 누군가 탕 안에 들어가기 전엔 대충 샤워로 더러워진 몸을 씻고 들어가는 게 기본적인 ‘에티켓’

일거다. 밖에서 뭔 일을 한지는 몰라도 탈의실에서 옷을 홀랑 벗어 버리곤 씻지도 않는 몸으론 탕 안으로

잽싸게 들어온다. 그리곤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압적인 시선으로 상대방을 압도한다.

 

나이로 보면 한참 나보다 어리고 막내동생이나 자식정도 밖에 안 될 정도지만 원래 내가 어릴 때부터 폭력

앞에 겁 많고 소심한 성격인지라 말 한마디 못하고 못마땅해 하는 눈길하나 주지 못한다.

 

만일 싫어하는 기색이라도 눈치 채고 나에게 우람한 체격으로 시비를 걸어온다면 그야말로

‘고양이 앞에 쥐’ 격이다. 서울에서도 제법 시설이 좋은 편인 이곳 사우나를 자주 찾는 이유 중의 또 하나는

이곳의 ‘자수정사우나’ 와 ‘비취사우나’가 일품이기 때문이다.

 

사우나 벽에 붙어있는 안내서를 읽어 보니 자수정과 비취에서 방출되는 원적외선 사우나는 피부 깊숙이 들어

있는 노폐물을 방출시키는 효과는 물론 위장병, 신경통, 당뇨, 생리불순, 불임, 냉증, 관절염, 소화불량, 변비

등에도 큰 효능이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만병통치는 못되더라도 최소한 백병통치는 됨직하다.

전날 정신없이 마셔 댄 숙취를 깨고 피로도 풀 겸 조용히 증기사우나를 즐기고 있는 사이에 도저히 가까이

하기가 겁나는 조폭? 2명이 뒤따라 들어온다.

 

이중 좀 더 건장한 40대 초반의 남자는 뒤의 목부터 등 전체에 그려져 있는 커다란 용모양의 문신이 분명

두목급이다. 뭔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옆사람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제법 큰소리로 떠들어 댄다.

난 또 슬며시 그 자리를 떠나서는 샤워로 땀을 씻어내곤 냉탕으로 들어간다.

 

원래 내가 사우나에서 좋아하는 과정중의 하나가 증기열사우나와 냉탕을 교대로 번갈아 들락거리는 것이다.

그런 데 아뿔싸 조금 전에 비취사우나에서 잠시 함께 했던 그 조폭2명이 약속이나 한 듯이 사우나 도중 흘린

피부 노폐물로 뒤범벅되어 있는 땀을 씻어내지도 않고 또다시 어린애들 여름풀장에 들어오듯 냉탕으로 텀벙

텀벙 들어오니 대책이 없다.

 

분명 전면 벽에는 “땀을 씼은 후에 탕에 들어가라” 는 게시문이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이다.

진짜로 막무가내다. 결국 이날도 나는 오염된 냉탕입욕을 거의 포기하야만 했다.

 

좀 빗나간 얘기지만 내 고등학교 동기 중에도 예전에 내 고향의 조폭 두목출신이 있다.

지금도 조폭 OB로서 깍듯이 형님대우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다. 그 앞에서 우리의 순한 동창친구들은

습관적으로 말 한마디라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소위 알아서 긴다.

 

요즘엔 그가 가끔 동창회 모임에도 얼굴을 들이 댄다. 키가 좀 헌칠하고 아직 등치도 있는 그는 예전보다

머리숱이 좀 적어는 졌지만 역시 얼굴은 조폭출신답게 우락부락 형이며 목소리도 걸걸하다. 그런데 이 친구

우리들 앞에선 의식적으로 조폭티를 전혀 내지 않는다.

 

신사티를 내는 양 기본예의도 무척 바르다. 그러고 보니 조폭이라고 다 ‘무데뽀’ 는 아닌 듯 싶다.

여기에 비해 우리 회사 근처 사우나 조폭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무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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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트레비스 | 작성시간 13.12.04 그렇군요~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미지 | 작성시간 13.12.04 저는 울 동네 목욕탕에서 비슷한 일을 경험 했지요~땀 범벅이 된 한덩치 하시는
    나이드신 아주머니께서 씻지도 않으시고, 냉탕으로 풍~덩~그분 한 번 쳐다보고,한 마디도 몬하고~
    같이 온 칭구에게 궁시렁 궁시렁~완전 개념 상실~맞죠~공중도덕&질서는 잘 지켜야합니다~^^
  • 작성자신사임당 | 작성시간 13.12.04 까마귀 검다고 속 조차 검을 소냐.
    생긴게 험상 궂다고 조폭이기 이전에 똑같은 사람이거늘 아무데서나 무례한 행동을 하지는 않겠지요 .
    옛날 모래시계 연속극에 나오는 최 xx 는 깡패 역할을 얼마나 리얼하게 잘하든지
    초등 학생 들에게 장래 무엇이 되고 싶나 조사 하니 이담에 커서 깡패가 되고 싶다고 했다는...
    누구를 막론하고 공동 생활에 서의 예의와 도덕은 스스로 생활화 되어야 할진데.
    기본 예의도 무시한채 자기들의 체신을 떨어뜨리는 무지한 행동을 했었네요.
  • 작성자낭주 | 작성시간 13.12.05 문신은 혐오감을 주니 법으로 막았으면 ~
    사람의 격을 떨어뜨리는 자들~
  • 작성자라아라 | 작성시간 13.12.05 차암
    문신이 조타고 하는사람과
    문신이 거슬리는 사람
    행실머리만 좀 좋으면 봐주겠는데 공중도덕 매너 꽝인 건암것 도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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