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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추석 선물 단상(斷想)

작성자부천이선생|작성시간23.09.26|조회수138 목록 댓글 1

추석 선물 단상(斷想)

 

 

직업이 글쓰고 글쓰기 가르치기이다 보니

스승의 날은 물론이거니와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나 연말년시에는

많지는 않지만 종종 제자들로부터 선물을 받는다.

고등학교 교사 시절 제자들부터

대학 혹은 대학원 강의를 하며 인연을 맺은, 이제는 교사, 교수가 된 제자들,

그리고 문화센터나 창작교실에서 내 강의를 수강한 수강생들까지 다양하다.

때로는 인연을 맺고 있는 출판사나 동년배 지인 그리고 친구들로부터도 선물을 받는다.

선물뿐만이 아니다.

카톡이나 문자 메세지로 인사를 전해오는 제자나 후학들도 꽤 된다.

 

그런데 아직 내가 젊어서일까.

선물을 받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다.

내가 먼저 인사를 드려야 할 분들이 많기에도 그럴 것이지만

제자나 수강생들로부터 받는 명절 선물은

<내게 이런 걸 뭐!> 하는 생각과 함께 참 쑥쓰러울 때도 있다.

 

금년 추석에도 마찬가지이다.

벌써 여러 개의 선물을 받았는데

그 중에 나로 하여금, 감사함보다 엉뚱한 생각을 하게 만든 선물이 있다.

 

지난 22일 사회복지사가 전해준 선물은 이렇다.

 

포장된 비닐 주머니 속 송편은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았다.

이것도 정성이다.

만수무강하시라는 인사까지 받았다.

노인네도 아닌데 벌써 나라에서 이렇게 신경을 써 준다.

 

사실 만 65세를 넘기며 주민센터로부터 이런 편지를 받았다.

 

전화를 해서 신분을 밝히고 물어봤더니 부천시청 노인복지 담장 직원이 대뜸 하는 말,

 

<'독거노인'이시네요.>

 

가족관계등록부를 확인하면 내게도 분명 가족이 있는데

주민등록 상으로는 1인 가구이니 '혼자사는 노인'이라는 게다.

말끝마다 '어르신'이란 호칭을 붙인다.

일주에 몇 차례 전화로 안부 확인하고 복지사가 방문을 하는 프로그램이란다.

 

아니,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100세 시대에 만 65세 넘은 것이 뭔 노인이라고.

종종 안부 전화하는 딸이 있고, 내가 인사 드려야 할 어머니가 계시니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그게 벌써 여러 해 전의 일이다.

 

그러니 등록된 독거노인들에게 저렇게 송편을 보낸 것이다.

그저 나라에 '고맙습니다' 하고 먹으면 될 것을 밴댕이소갈딱지인 나는 생각에 잠겼다.

나이 먹었다고 무조건 이렇게 송편을 보내도 되는지,

나처럼 가족이 있음에도 혼자 사는 모든 노인을 다 배려한다면

국민 세금이 어마어마하게 소요될 터인데~~

그냥 혼잣말로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고만 했다.

그리고는 이내 참으로 나 자신이 쑥쓰러워졌다.

추석이라고 나라에서 송편 선물을 받는 '어르신'이 되어 버렸다.

 

제자와 문학 후배로부터 과일과 한과 세트도 받았는데, 유독 눈길을 끄는 선물상자.

 

보낸 사람이 '이영자'란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그런 이름은 없는데~~~

혹 잘못 배달된 것인지 모르겠으나 분명 수취인에 내 이름과 주소는 정확했다.

 

발신자 전화번호가 있기에 전화를 했다.

부천의 이병렬이라 했더니 대뜸, 누군가에게 하는 말인지,

'그거 ○○가 보낸 거네.'라 한다

 ○○ 님이 아니고 그냥 이름만 달랑 ○○가 보낸 것이란다.

나 들으라는 게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과 스피커폰 열어놓고 대화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자신들은 생산자이고 신청받은 대로 주소와 이름 적어 보낸 것이란다.

이런, 그렇다면 생산자 이름이 아니라 신청한 사람 이름을 적어야지~~~!

게다가 마치 친구 이름 부르듯이 ○○가 보냈단다.

이름을 들으니 알 만한 사람이고 내게 선물을 보낸 사람과 아주 친한 생산자가 분명했다.

 

뜯어보니 이렇다.

 

혼자서 저걸 언제 다 먹으라고.

이런 경우 이웃과 나누는 게 좋다.

마침 잘 알고 지내는 옆집이 있어 그자리에서 반을 뚝 떼어 가져다 줬다.

선물받은 배를 나도 선물을 했다.

하긴 반이 남은 것 먹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리라.

 

아하, 예전에는 백화점에서 선물 주문을 받아 우송해 주는 것을 경험했는데,

이제는 과일의 경우 직접 과수원에 전화하여 누구누구에게 보내달라고 하면

생산자인 농민이 저렇게 보내준다는 것.

마트나 백화점 같은 중간상이나 유통업자를 통하지 않고

직접 생산자에게 연락해도 선물을 할 수 있다는 것.

기왕 선물을 보내는 것, 결제한 사람 이름도 밝혀주면 좋았을 것을~~~.

 

전화로 물어 선물을 보낸 분에게 연락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아 우선 문자로 인사를 전했지만,

덕분에 새로운 선물 전달 방식을 알게 되었다.

참, 편한 세상이다, 돈만 있다면~~~!

 

추서 선물 받았으면 그저 '고맙습니다'하고 받으면 될 것을

그걸 하나하나 따져 묻고 생각하고~~~

참 복잡하게 산다고 하겠지만

어쩌면 행복한 내 삶이 고마와서이기도 하다.

 

나를 생각해주는 내 주변의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행복한 것이 아니겠는가.

나라로부터 송편도 받고

생산자를 통해 과수원 것을 직접 받기도 하고,

이번 추석은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간다.

 

선생님, 선배, 친지, 후학, 동창 그리고 나를 알고 있는 모든 지인들,

풍성한 한가위 맞으시기를~~~!

 

추석이라고 선물 보내주는 나레에 살고 있고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나는 참 행복한 놈이다.

 

— 어제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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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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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운선 | 작성시간 23.09.27 65세시면 노인 아니지요 그리고 혼자 사신다고 다 독거 노인 아니지요
    자식들이 나가서 살면 혼자 사시는 분도 많거든요

    이젠 자식과 안 살겠다 하는 것은 부모들이니까요
    선물 받으셔서 행복하시겠어요 ㅎㅎ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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