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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감꽃을 추억하며..(1)

작성자가을이오면|작성시간23.11.24|조회수244 목록 댓글 18

뒤뜰에는

화단이 있고 장독대가 있고
감나무와 포도나무가 자랐다.

화단에는

난초와 모란과 작약이
꽃을 피웠고..뻐꾸기 울고..
그리고 모내기가 시작되고..

그때쯤이면

화단옆 감나무에서
감꽃이 떨어졌다.

햇살에 반사되어 빛나던 감잎..
그 잎 사이를 비켜 감꽃은 떨어지고..
소박한 감꽃이 떨어지던 장독 위에는

숭어알과

소금에 절인 민어가 말려지던

뒤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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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꽃을 추억하며..      ( 수필 수상  2019 . 12 . 15 )

 

중학교 전후기 낙방하던 해..

나는 머리 속이 캄캄해지도록 놀고 또 놀았다.

 

요즘처럼

북풍한설 추운 겨울에는

동네 4-5년 선배들 틈에서 화투장을 돌렸고..

비록 그곳이 어른들 집 비운 안방이 아니더래도

양지바른 집 모퉁이든 잔디 매끄럽고 햇볕 따사로운 봉분 주변이든

나는 가리지 않고 두장 보기에 정신이 매몰되었다..승부의 세계 아니던가!

 

그러다

살구꽃 피고

복숭아꽃 아름답던

봄의 향연은.. 훌쩍 건너뛰고

 

감꽃 피던 오뉴월경

나는 인근 레이다 기지 미군부대를 방문

견문 넓히는 행운의 기회를 잡기도 했는데..

 

웬걸..

운없게도 미군부대 주변 불량 청소년들에게

사로잡혀 곤욕을 치루는 난감한 위기상황에 봉착..

하지만 정신 가다듬고..내생애 가장 굴욕적인 30여리 도주극을 펼치게 되는데..

당시 12살에 불과했던 내가 덩치 크고 나이도 서너살 많아 보이는 불량 청소년 이십여명에게

어떻게 잡히지않고 도망쳐 살아 남을 수 있었는지...

 

 

끈질기게 추격해 오는 불량배들..

젖먹던 힘 다해 달아나는 12살 소년..

결국 나는 힘이 부쳐 옆길로 새게되고..

그리고 어느 초라한집 마당 옆 감나무 위로 올라갔고..

이랬던 일들이 어제 일처럼 오늘도 생생하다.

 

그날..

쫓아오던 불량배들은 나를 못본듯 그냥 지나쳤고..

감나무에 매미처럼 달라 붙었던 나는 시간이 한참 지난후

감나무에서 내려오게 되는데 이런 젠장..감나무 가지가 우지직 부러지니

내몸은 그저 나무 아래로 고꾸러져 떨어지고..정갱이와 무릎이 많이 찢어져 출혈이 되고...

 

마침 그집 아주머니에게 발견되어

약은 아니더래도 헝겁으로 상처를 감쌀 수 있었고..

감자 몇개로 허기도 달래고.. 또 두어살 많은 그집 딸의 친절로 긴장의 시간도 극복하고..

감꽃 목걸이까지 선물(?)받아 겸연쩍은 시간도 만나고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귀가하겠다는 나를 만류하는 아주머니..

불량배들  다시 만날 수 있으니 오늘은 그냥 여기서 자고가라는 만류에

마지못해 비좁은 방에서 모녀와 나란히 눕게되고.. 어쩌다 잠이 들었는데

 

꿈이었던가?

나를 추격해오던 불량배들에게 내 손목 붙잡히고

놀라 눈 뜨게 되니..그러나 그것은 개꿈이었는데..

진정 내 손 잡은 자는 옆에 누었던 소녀의 손이었던 것이었다.

 

그런 현실이 불편하여

소녀에게 아무래도 집에 가야겟다 말하고 하직을 고하니

하늘에는 다행인지 달도 밝고 별도 총총하고..별똥별도 떨어지고..

 

 

시골길,,

얼마를 걸었을까

낯선 밤길 기억을 더듬어 천신만고...

우여곡절 끝에 우리동네와 만나는 큰 길 당도하니..

길 입구에는 기다림이 서 있었다.

 

길고 긴 기다림에

석상이 되어버린 어머니셨다!

 

 

 

*

사계 순환과정에서

식물은 꽃이 필때가 가장 아름다와 보입니다.

 

감꽃은 새로 자란 감나무 가지의

잎겨드랑이에 오뉴월 담황색으로  피지요.

색채로는 소박하고 단순한듯 하면서도 느낌으로는 맑고 은은합니다.

이점은 감잎 단풍이 알록달록 화려하고 아름다운거와 대조를 이루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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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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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가을이오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1.26 사실은
    한가해질 훗날 자전적 소설 하나 써볼까 해서
    메모해논 내용인데..첨삭해서 다듬은 후에라도 내놓았다면
    그래도 그럴싸한 내용인데..성의 부족인지
    내용이 너무 밋밋하고 무미건조합니다.

    반건조 말린 민어를 겨울에 민어 젓국으로 먹으면 참 좋지요.
    어린시절에는 그 맛을 잘 몰랐는데..지금 생각해보니 그맛 진정 별미 같습니다.
    정작 먹어봤던 그때는 별무신통이었는데 지금 먹어보지도 않고 별미라는 말 억지 같습니다만..
    말도 안되는 말 같은데..ㅎ..사실 이랍니다.

    저장되었던 그 당시의 맛이
    지금 생각으로는 다른 평가를 할 수도 있구나~저도 놀라는 새로운 발견이네요..ㅎㅎ

    민어 젓국은 만나기 힘든 세월이 되었지만..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우럭젓국도 있으니
    기회되면 한번 드셔보시길 권합니다
  • 작성자산사나이9 | 작성시간 23.11.25 할아버지가 심은 감나무가
    큰집에 있었드랬지요
    세월이 흘러 ᆢ
    고목이 되어버린 감나무의
    추억들이 ᆢ
    많이 떠오릅니다
  • 답댓글 작성자가을이오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1.26 예..
    그렇지요..
    나무 하나하나에도
    할아버지가 생각나고
    어머니가 생각나고..친구들이 생각나는
    진정한 노신사 산사나이님의 계절이 되었습니다.

    추억 속에서 아름다운 꿈 꾸시기 바랍니다.
  • 작성자우린. | 작성시간 23.11.25 불량배 소년들에게 쫒기는 긴박한 상황과
    감나무 집 모녀의 온정의 시간, 그리고 해가 저물어도 귀가하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시던 가을이오면 님의 어머님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가을이오면님의 12세 소년시절의 감나무와 감꽃에 대한 추억담을 대하니
    현재 저의 옆집의 감나무에 대한 저의 그간의 단상과 비교가 되는 군요.
    감나무 가지가 제가 사는 집 담너머로 휘영청 늘어지고,
    나무에 감들이 영글어질때까지는 삭막한 도시 분위기에 좋았지요.
    그런데, 감잎들이 가을녘에 낙엽이 되어 우수수 떨어져 마당으로
    또는 제가 사는 집 대문 앞길에 쌓여 날릴때면 그거 쓸어담느라고,
    짜증이 나기 일쑤더군요.
    가을이오면 님의 감꽃 이야기를 들으니 정작 감꽃은 제가 못본 듯 그건 아쉽네요.
    예정대로라면 내년에 재개발로 다들 이주해야 할 상황이
    되면 옆집 감나무도 이제 더이상 볼일이 없을테고.

    행복한 오후 시간들 되세요..
  • 답댓글 작성자가을이오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1.26 부산으로 들었는데..
    단독주택에 사시나 봅니다.
    저는 부산하면 떠오르는게 23살때 친구들과 남해안 여행하며
    최종 목적지 부산에서 동아대 여학생들과 미팅했던 기억이 떠오르고
    40여년전 형이 남천동 삼익아파트 살아서 방문했던 기억도 있고..
    그렇지요..낙엽 처리하는게 보통일은 아니지요..

    우린님 이야기 들으니
    박인환님의 세월이가면이란 시..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
    이 대목도 생각나고...이효석님의 유명한 수필 "낙엽을 태우며" 도 생각나고

    담넘어 감가지가 넘어왔다는 말씀에는
    오성과 한음이야기..그거 아시죠? ...오성이 감을 따먹으려 하인을 불렀는데
    그 감나무 가지가 옆집 권율 대감 집으로 넘어가 딸 수 없다 해서.. 오성이 권율 집을 방문..
    권율의 방 창호지를 손으로 뚫어 손을 넣고 권율에게 "대감, 이 손이 누구 손입니까?"..ㅎ

    늦은 밤이라 제가 잔말이 많았나 봅니다.
    댓글 몇번 주고받다보니 어느새 친근감으로 편안해졌습니다.
    모쪼록 좋은꿈 꾸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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