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시간 전만 하더라도
아낌없이 주는 나무 어쩌고 하면서
립서비스를 있는 대로 하던 손녀.
세상에나 무서워라
험악한 얼굴로 동생을 노려본다.
기가 죽어 울고 있는 동생.
사연인 즉슨,
언니의 돈이 없어졌다.
나도 조금 전에 본 것 같은데.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고 지목받은 동생은 연신 고개를 내젓는다.
"너의 소지품을 수색해 봐야겠어."
화가 치밀어 오른 언니가
거절하는 동생과 몸싸움을 벌인다.
억울하다고 우는 동생과
범인이라고 확정짓는 언니와의 전쟁이 좀처럼 끝날 것같지가 않다.
"이 집안에 동생만 있는 게 아니잖아."
그제서야 자매가 대립을 풀고
나와 로이(고양이)를 쳐다본다.
아무리 그래도 범인이 할머니일까
싶었는지 로이한테로 간다.
"로이야, 잠시 심문좀 할게.
너 혹시 3시 반쯤에 어디에 있었니?"
눈만 껌뻑거리는 로이.
"자수하면 용서해 줄게.
너가 가져갔니?"
묵비권을 행사하는 로이.
더는 건질 게 없는지
이번엔 눈치를 보더니
이상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할머니 죄송하지만 잠시 심문좀 할게요.
세 시반에 어디에서 무얼하셨지요?"
"그 시간에 너의 돈을 만지고 있었지."
장난기가 발동해서 이렇게 말했더니 자매가 마주보면서
이상한 미소를 짓는다.
드디어 범인을 잡았다는 회심의 미소.
"그 돈 어디에 두셨어요?"
"과자 사먹었지."
"할머니가 밖에 나간 적도 없는데요.
거짓말 하신 거죠?"
그래서 이 도난사건은 미제사건으로 마무리지었다.
아마도 돈에 발이 달렸거나
요즘 자주 출몰하는 개미들의 단체소행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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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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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베리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12.03 그나저나
파주나 탈출하시오. -
작성자달항아리 작성시간 23.12.03 잘 나가다가 왜 분위기 반전? ㅎㅎ
자랑만 계속 하셔도 되는데 베리님 겸손하셔서 사건 사고도 써주시넹 ㅋㅋㅋ
아이들 키우면서 흔히 있는 일이지요.
다음엔 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기다릴 테니 쭈욱~~ 써주세요. ^^ -
답댓글 작성자베리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12.03 어른스럽다가도 다시
천진무구형으로 돌아가는 손녀들이
여간 사랑스런게 아니네요.
늘 고운 댓글 감사요. -
작성자자연이다2 작성시간 23.12.03 손녀 재있게 사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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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베리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12.03 네, 늘 감사하며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