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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5월 11일 금요일 ㅡ실수 그리고 어머니의 생

작성자늘 평화|작성시간24.05.11|조회수451 목록 댓글 73

1.
요즘 실수를 많이 한다
세면대 잘못 스쳐 온수가 나오는줄도 모르고 그대로 새벽에 나가 장장 15시간이나 흘렀다
물소리를 듣지 못한탓 이전에
나의 덜렁거림이 원인이다.
다음달 고지서에 관리비는
온수.하수도료가 7만원 추가~~

청주로 내려오지 못하는 입덧하는
서울딸에게 제 딴에 어미노릇 한다고
이거저거 챙겨 기차탄다고 가다
넘어졌는데 다행히
음식가방끈은 안 놓쳤는데
대신 무릎과 발목이 된통 탈이 났다

그외에도 부주의로
정전속에서 지내거나
또는 안 좋은 여러 일을 겪었지만

"이왕 생긴 거 우짜노?
잘 수습하고 담에는
안 그러면 된다 아이가~"

돌아가신 엄마가
늘 하던 말씀 되새기며
같은 실수는 두 번 안하려고 한다

지나간 과거는
때론 거름이 되지만
집착하거나 자책하면
현재의 수레를 녹슬게 할 뿐이니깐~~

2

72세의 키 작은 언니는 다시 호주로 갔다.
귀국해서 10일만 머무르다 갔다
잘 도착했다고 사진을 보내왔는데
그곳은 가을 단풍이 한창이다.

귀국해서는 시차적응하고 갑자기 날리는 황사.꽃가루에 대상포진이 다시 도져서 끙끙
앓느라 나와 소풍도 못 갔다

아마 여권만료시점인 7월 하순
우리 언니는 다시 올 것이고 또 열흘만 있다가 갈 것이다. 하나뿐인 딸이 운영하는 업체가
커져 너무 바빠져서
초.중.고.대 네명의 아이들을 챙겨주려고~~
작년부터 일년 서너번 간다


 
언니는 체질과 성격이 완전 나와 다르다
작은 키.  하얀피부 그리고 건강 체온으로
한 겨울 내복도 안 입고 음식도 육식체질이고
두릅 같은것은 주어도 안 먹는다.
한 군데 못 있고 언변은 탁월하다
 
반면 나는 키가 크고 까무잡잡하고 허약체질
한 여름에도 내복입고 음식도 초식체질이다
대도시 출생이라 산나물을 모르고 살다
뒤 늦게 맛을 알아서 해마다
비싸더라도 챙겨먹는다
돌아다니기보다 한 군데 뿌리내리고
평소에는 조용하기 그지없다
 
언니의 단 하나뿐인 딸과 내 딸은 
둘 다 비슷한 시기에 호주에 유학을 갔다
몇 년 공부 다하고 돌아오기로 했는데
언니의 딸은 운명적 사랑을 만나 거기 눌러 앉고 결혼도 하고 애도 줄줄이 4명이나 낳았다. 
 
내 딸도 공부마치고 눌러 앉으려 했는데
직감적으로 그대로 두면
영영 놓칠것 같고 서로 불행해질것 같아서

내가 호주로 데리러 간다고
비행기표도 끊고 메일을 계속 보냈더니
귀 안 들리고 말 못하는 엄마가 비행기타고
호주에 자기 찾아 올 것 생각하니 
안되겠다 싶어서인지 
마음여린 딸애는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내 집에서 10분 거리
내가 운영하는 연구실에서는
5분거리가까운 곳에 산다.

그래서 손자가 아플때
매일 가서 돌보아 줄 수 있어 좋고
무슨 음식이든지 딸이 좋아하는거 만들어
먹일 수 있어서 좋다

바라볼 수 있을때 언제든 볼 수 있고
같이 밥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다

안 보고 살아도 서로 믿고 사랑하면
된다는것은 세속에 찌든 내게는 안 맞다
한때 청춘일 때는
오만에 잡혀 안 보고 눈 감고
생각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평범한 사람들은
백번의 사랑한다는 말보다
한번 보고 같이 밥 먹는게 더 장땡이다

내가 이혼하고 혼자 살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딸들과 영혼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우리엄마가 그랬다

같이 살지 않아 그리움에 속이 타고
가끔 애장이 끊어지는 아픔속에
간절히 소망했던

세 모녀의 한 식구되기의 소원은
이별한지 6년 후에 이루어졌고
이젠 세 모녀가 아닌 일곱식구가
되어가고 있다.

난 세계문자서예대전을 심사한 작가이고 사람들 가르치는 샘이고 법인대표였고
그리고 또 여러개의 사회적 명예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다 합해도 못 따라올
지금의 자리는

세상에 단 하나인 엄마의 자리와
그리고 손자를 돌봐주는 할머니~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함이다

언니는 딸이 머나먼 호주에 있어
집시처럼 큰 가방들고 계절을 건너뛰며
살아가고 있지만
언니는 행복하고 감사해 한다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도
능력대로 도와줄 수 있어서~~
그래서 언니의 안색은 훤하다

나는 짝없는 외기러기지만
내 의식주 스스로 책임지며 대한민국에서
계절의 모든 순간순간에 감사하고
현재에 집중하며
가족들과 이웃들을 보듬고 산다

서로 달라보이는 삶의 색깔 같지만
자기에게 맞는 길을 선택해서
최선을 하며 살아갸는

결국은
같은 어머니의 길을 가는
여자의 생이다

3

참 많이도 아팠던 손자가
우여곡절끝에 완치는 아니지만
경증으로 내려왔다
최근 폐렴도 앓았지만
드디어 한달 후가 돌이다

내가 더 힘든것은 괜찮으니
울 손주 금자동아 은자동아
도깨비 사랑도 받고
세상모든 초록빛과 별빛도 받아
무럭무럭 커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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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늘 평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11 저도 두 타임하고
    스승의 날 스승님 찾아뵙고
    씽씽 달려 국립공원 숲에서
    두 시간 숲멍 때리고
    온천가서 한시간 열탕 냉탕하고
    이제 집에서 살림 좀 하고
    쉬네요 ㅎ
    오늘도 우리 수퐁모 동지들
    잘 살아낸거지요?
    내일도 잘 살아낼 확률
    90%이상이라 믿어요~^^
    꿀잠 드셔요♡♡♡
  • 작성자정 아 | 작성시간 24.05.11
    너무 너무 바쁜와중
    감기까지 친구하자니
    이제야 카페들여다보며
    후닥 출석만 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늘 평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11 애공 부지런한 정아님께 감기 손님이 찾아 오셨나요?
    꽃가루 알레르기로 기침.비염.인후염 한달간 고생했지요
    따스한 차 자주 먹고
    잠 푹자면 좀 낫더라구요
    얼른 쾌차하시길요 ~^^
  • 작성자운선 | 작성시간 24.05.11 세상에 아기가 벌써 돌이 다가오는 군요 아유 이제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크거라 평화님 참 힘드셨지요
    이젠 그 미소속에서 영원히 할미로 엄마로 장모로 행복하게
    사시길 기도드립니다 너무 행복해 보이십니다 언니는 어찌 저리
    앳띤 모습일까요 늦은 출석합니다 ~
  • 답댓글 작성자늘 평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12 운선님
    이왕 사는거 미소는 잃지
    말아야지요
    기도 넘넘 고맙습니다
    오늘도 평온하시길요
    전 수업보강이 있어 성당대신
    연구실 문열고 주님을
    만나는 대신
    자폐청년이 꽃게 먹고싶어 해서
    밥사주려구요 ㅎ
    이웃을 사랑하고 만나는 자리에 주님이
    출장오시겠지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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