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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5월 15일 출석부 // 선생님..

작성자가을이오면|작성시간24.05.14|조회수290 목록 댓글 28

오늘은 5월 15일

스승의 날입니다.

 

사표(師表)라는 말이 있지요.

학식과 덕행이 높아 모범이 될만한 사람을 말함인데..

우리는 이런 분을 선생님이라고도 합니다.

 

5월 15일은

석가탄신일이기도 하네요..금년이  불기 2568년이랍니다.

 

한편 지난 3월에는 전국 유림에서 공기(孔紀) 2575년

춘기석전을 봉행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서 여러분들이

2494년전 소크라테스가 태어났음을 기억한다면

4대 성현중 세분이 기원전 5세기 전후를 살았다는건데

물론 생몰연대 불분명한 석가모니입니다만..그래도 불기 2568년..

공자보다 몇년 후 태어났다 생각하니..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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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른바 범생이였다.

고교 3년동안 매맞은 기억도 없고 

특별함이 없는지라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도 못했다.

한마디로 무명 무색의 학생..

 

하지만

학비를 제때제때  잘 납입했던 나도

학비 못내는 애들 불러 닥달하는 선생님이 싫어

아침조례에 빠지는 일이 언젠가부터 일상이 되었다.

조례 끝날시간에 맞춰 개구멍으로 등교하는 나..

그리고 슬그머니  출석부로 다가가 사선(/)으로 되어 있는

내 이름난에 출(出)자로 수정하는 일 다반사..

(이런 서류 변조행위는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음)

 

 

그래도 나는 여전히 모범생 이미지..

그럭저럭 예비고사 끝나 아이들은 머리도 기르고

정신적으로 마음도 어느정도 풀어져 있던 11월경..

 

무명 무색의 내가 두건의 사고를 연거푸 만들었다.

하나는 한번도 선생님으로부터 맞은 기억 없는 내가

담임선생님 가슴을 뒷발질로 걷어 찬 사건인데..

 

청소시간..

유리창틀에 올라 유리를 닦는 내뒤로 

누군가 다가와 내 다리를 만지며 장난을 친다. 

그래 돌아보지도 않고 뒷발질했는데..

어이쿠~하며 주저앉은  분은 다름 아닌 담임 선생님..

하지만 선생님은 바로 일어나 되돌아 나가신후 그일에 대해 한말씀 없으셨다.

 

그런 일이 있은 몇일 후..

이번에도 청소시간..평소처럼 아이들은 책걸상 60여개를 뒤로 물리고

층층히 쌓아놓은 후 청소를 해야하는데..졸업을 얼마 안남겨 놓은 때라 그런지 

청소하는 녀석은 없고..떠들며 장난치기 바쁜 상황..

 

이때 우리반 한덩치 하는 유도 유단자 계동이가 내게 장난을 걸어온다.

주변에 있던 애들은 재미 있다는듯 전의를 북돋우며 부채질.."야 야..한번 해봐..되겠냐?..

가을이오면이가 어찌 계동이 적수가 되냐...깔깔깔....."

모범생인 내가 그소리에 없던 힘 솟아 계동이를 밀어버렸고..

계동이는  쌓아놓은 책걸상더미와 충돌..와자장창..책걸상이 무너져 내렸으니..

 

소란에 화난 얼굴 교장선생님 들어오시고 우리는 옆방 교장실로 불려갔다.

 

교장님 화를 내셨을까요?

아니고요..계동이와 나는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침묵할 때

난로 위에 끓고 있던 보리차 주전자를 들고 오신 교장선생님..

우리에게 보리차 한잔씩을 따라주시면서 보리차보다 더 따뜻한 말씀을  주셨다..

"이제 몇일 안남았는데..대입준비 열심히 해야지~~"

 

 

하지만..

나는 전후기 입시에 낙방하고 귀향한다.   

 

 

 

*

고3이 끝나가던 11월말..

저는 사실 선생님인줄 알고 있었지만 반항심에 모르는척 뒷발질을 했고

물론 적개심으로 차지는 않았지만 운없는 선생님 명치를 맞아 주저 앉았는데..

그럼에도  선생님은  다시 일어나 아무 말씀없이 되돌아 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몇일 후에는 심한 장난으로

소란 속에 책걸상등 기물을 파손한 일 있었지만

아침 조회시간마다 그토록 말씀 많던 그런 자잘한 교장선생님 모습 아닌

인자하고 따뜻한 교장선생님 모습을 만나면서 마음이 멍해지기도 했지요.

 

평소와 다른 두분 선생님의 모습에서

제가 느낀 감정의 그릇에는 그냥 To Sir  With Love ..

이런 마음으로 가득 차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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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자연이다2 | 작성시간 24.05.15 네 추억에 스승님~~생각합니다.
    출석해요
  • 작성자현 정 | 작성시간 24.05.15 초파일이자 스승의날이네요.
    지금 독서회 선생님께 감사 카톡
    남겼어요.
    출석하고 갑니다~~
  • 작성자지 인 | 작성시간 24.05.15 부처님 오신날
    축복과 영광이 함께하시길 빕니다

    삶의방 출석 다녀갑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가리나무 | 작성시간 24.05.15 귀엽다고 예뻐해 주신 선생님
    못된 짓 한다고 몽둥이로 때렸는 선생님
    수학 시험지 백지로 냈다고 손바닥 때리신 선생님
    모두 까마득한 옛날이 되었습니다
    스승의 날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 작성자수피 | 작성시간 24.05.15 지금까지 여러 분 선생님들의 이끌어 주심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사람 노릇 제대로 하며 살고있다 전 생각합니다.
    물론 가정 교육이 우선이지만 그에 못잖게 학교 교육도 매우 중요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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