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삶의 이야기

동강에 지다

작성자그산|작성시간24.05.24|조회수274 목록 댓글 34

1994년 여름으로 기억된다.  퇴근시간이 다되었는데 같은과 신입사원 복이가 정선 신동읍

동강변에 있는 고성상수도에서 선배직원 수와 작업하다 감전됐다고 연락을 받았다.  

과선임 직원인 나는 급히 차를 몰고 영월에서  30km 정도 되는 고성상수도에 가보니

복이는 상수도 사무실에 딸린 방에 누워있었다. 함께 있던 수에게 물어봤더니 자신이

교체작업하는데 복이가 뒤에서 보다가 22,900v 특고압손가락이 접촉된것 같다고 말하였다. 

복이는 눈은 감고 있었지만 의식도 있고 간간히 외마디소리를 내었고 오른손으로 22,900v가

들어와 왼발가락으로 전기가 빠져나간것으로 보였다. 복이를 차뒤에 태우고 회사로 가서

영월의료원 응급실에 입원시켰는데 용인에 계시는 부모님과는 연락이 안되었다. 

의료원 응급실에는 당직의사가 없고 간호사들만이 심전도체크하고 주렁주렁 호스를 달았다

잠시후 의료원장이 술먹다 왔는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서 왔다가 잠시 있더니 다시 나갔다

의료원에서는 급히 인근에서 유일한 종합병원인 원주기독병원으로 이송시키라는데

가다가 사망할지도 모르니 보호자가 오기전까지는 이송을 허가할수 없다고 한다

 

당시 지점장은 휴가중이었고 직속상관인 과장은 신임이고 나이가 젊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쩔쩔매기만 하였다. 겨우 새벽녘에 부모님과 연락이 되어 두분이 택시타고 용인에서 영월까지 오셨다

그리고 영월119에 연락하여 원주까지 이송을 요청했더니 관할구역넘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간신히 사정하여 119차량에 동승하고 계속 복이 이마위에 손을 얹고 원주기독병원까지 따라갔다.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겨우 새벽 6시쯤에야 원주기독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여 인공호흡을 시켰지만

얼마안되 사망판정이 내려졌다.  병원에서 복이 어머니는 대성통곡을 하시고 아버지는  눈물만 흘리셨다

그리고 얼마후 본사에서 현장조사를 나왔고 감전현장에 같이 있던 수는 징계를 받았지만

큰징계는 아니어서 얼마간 다니다 사업한다며 사직했다

 

그후 한동안 비만 오면 어머니가 전화하셔서 우리 복이좀 살려달라고 우시면서 말하셨다

군대 갓제대하고 25세의 나이에 우리회사에 입사한 복이는 부모님의 자랑이였을것이고

그슬픔은 평생 잊지 못하셨을거다. 그리고 나도 97년봄 아내의 고향인 충남으로 와서

그때일은 잊고 지내다 동강이야기만 나오면 아픈 기억이 되살아났다. 복이는 사택에서

우리집 바로 아래에 살았고 이제 아장아장걷는 우리딸애를 데리고 잘놀아주는 착한 청년이었고

아내도 많이 슬퍼했었다. 10년전쯤 산악회에서 정선군 신동읍에 있는 백운산에 등산갔는데

그때 백운산 정상에서 보니 동강가에 복이가 사고를 당한 고성상수도가 보여

그의 가여운 영혼을 위해  묵념했다 

 

 

정선 신동읍 백운산에서 내려다 본 동강 - 저아래 강변에 고성상수도가 있었다

 

신동읍 백운산 산행후 영월읍 거운리 어라연까지 래프팅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그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25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동강에서 피지도 못하고
    스러져간 가엾은 영혼 복이에게
    위안이 될것 같습니다
  • 작성자신미주 | 작성시간 24.05.25 그런 슬픈 사연이 있군요.
    전기는 무서워요.
    특히 고압선
  • 답댓글 작성자그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25 반갑습니다
    저는 지금도 전기로 먹고 살고 있지만
    항상 특고압변압기앞에 가면 무섭고
    조심스럽습니다
  • 작성자자연이다2 | 작성시간 24.05.25 아 그럼일~~슬퍼요.
  • 답댓글 작성자그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25 네 더이상 이런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