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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5월 26일 출석부 - 더 이상은 싫어, 무서워..

작성자달항아리|작성시간24.05.26|조회수538 목록 댓글 86

제가요, 며칠 전에 주방 저울을 하나 샀어요.
저는 이 연세에도 인터넷 레시피 찾아 다니는 불량주부라서,
고수가 시키는 그대로 정확한 계랑에 목숨을 걸기 때문에ㅎㅎ 제 주방에 저울은 필수인데
쓰던 저울이 싼 맛에 산 거라서인지 금방 망가져서
그래, 요리는 장비빨이랬어, 이참에 좋은 저울 하나 장만해야지, 마음 먹고
인터넷을 뒤져서 5킬로그램까지 정밀하게 잴 수 있는 튼튼한 저울을 찾아 주문하여 배송을 받았는데..
아, 글쎄 이 저울이 엄청 신박한 거예요.
일단 빈 계량 용기를 올리면 그 용기의 무게가 뜨지요.
이렇게요.

자, 이 용기의 무게는 610그램입니다.
그런데! 용기를 올려둔 채로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표시된 무게가 0이 됩니다.
이렇게요.

뭔 일이 일어난 건지 아시겠죠? ㅎㅎ
이 저울은 똑똑해서 빈 계량 용기의 무게를 기억해놓고 눈금을 초기화시켜서,
저 용기에 식재료를 넣고 무게를 재면 그 내용물의 무게만을 띄우는 거죠.
즉, 610그램 무게의 용기에 양파 200그램을 넣고 잰다면 기존 저울에서는 총무게 810그램이 뜨니까
거기서 용기 무게 610그램을 빼야 양파 무게를 알 수 있는데
이 저울에는 그 귀찮은 계산을 자기가 알아서 끝내고 양파만의 무게인 200그램만 딱! 띄워주는 기능이 있는 거죠.
어때요? 이해되셨죠?
캬! 신박하지 않은가요? 저는 이런 저울 처음 봐서 넘 신기하더라고요.
저만 처음 봤는지, 다들 이미 아시는지는 모르겠는데 ㅎㅎ 아무튼 저는 진짜 신기했어요
가만 있자, 그렇다면..
이 저울도 일종의 인공 지능 아닐까요?
빈 용기 무게 기억 후 초기화, 그 뒤 용기 무게와 거기에 올려놓는 재료의 무게를 합한 뒤 용기 무게는 저울이 알아서 빼고서 재료 무게 표시..
이런 과정이 크게 복잡하지는 않아도 저울이 나름 매번 기억하고 또 스스로 계산을 하여 판단을 하는 것이니
이것도 일종의 인공 지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노라니까..
흠.. 하다 하다 이젠 저울까지 스스로 생각을 하는 세상이 됐네.
도대체 이 AI의 끝은 어디일까? 세상은 드디어 영화에서 숱하게 보아온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향한 문을 이미 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2016년,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피말리는 접전 끝에 5판 중 간신히 1판만 이겼을 때,
바둑을 전혀 모르는 저도 진짜 메가톤급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이세돌 9단은 한 판이라도 이겼지만,
중국의 커제인가 하는 그 양반은 완패를 했다잖아요.
뭐 알파고야 바둑에 특화된 인공지능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 대국으로 인해 느낀 저의 충격은,
올 것이 벌써 바짝 다가오고 있는 건가? 아니 이미 우리의 목덜미를 조이기 시작한 건가? 하는 공포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알파고 이후로 훌쩍 간 시간 동안 AI는 눈부시게 더 더 발전을 거듭했고,
세상은 무섭게 멀미나게 변화하는, 아니 변혁을 일으키는 중입니다.
오래 전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규모 실직에 버금 가는
AI로 인한 전방위적인 실업 사태가 미구에 현실화 될까봐서 저는 걱정입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서 인류가 AI에게 비참하게 지배 당하는, 영화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의 현실화.. 생각도 하기 싫으네요..
무식하고 단순한 저의 바램은 간단합니다.
더 이상의 인공 지능의 진화는 없었으면 합니다.
인간이 아직 AI를 통제할 수 있는 지금, 더 이상의 위험한 진보를 도모하지 않기를..
이거 어디다가 청원해야 하나요? 진짜 달항아리 얼척 없지요? ^^

세상이 좀 더디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앞다투어 신기술의 첨단만을 향하다가 심각한 자승자박에 온 세계가 빠져드는 위험한 미래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한 바램을 품고, 신박한 저울에서 출발한 긴 출석부를 마칩니다.
도대체 저는 왜 항상 글 수다가 긴 걸까요? ㅎㅎ
읽느라고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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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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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달항아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27 당진을 다녀오셨군요.
    저도 서해 대교 넘어서 당진, 홍성, 안면도 등등 가고 싶어지네요. ^^
    리디아님은 아버님과 음식을 해서도 드시고 나가서도 드시고, 적절히 잘 챙겨 드시는 것 같아요.
    우리가 알파고에 놀라고 AI에 경악하고,
    지금 느끼는 이 우려들이 다 기우였다고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리디아님 감사합니다. 평안한 밤 되시어요. ^^
  • 작성자서초 | 작성시간 24.05.26 비오는 저녁 강남역
    혼자 비옷입고
    나들이하고 .돌아와 ~달항아리님 글
    늦게라도 댓글드릴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저울ㅎ 너무 신기해 하시는것 같아요. ㅎㅎㅎ

    더 이상도 있을까요?
    무서운 세상입니다 ㅜ
  • 답댓글 작성자달항아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27 우리 사랑스러운 서초님^^
    비옷 입고 강남 나들이, 좋아요, 신선해요ㅎㅎ
    늦게라도 출석 감사합니다.
    늘 활기차고 밝은 기운을 곳곳에 불어넣으시는 이쁜 서초님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평안한 밤 되시어요. ^^
  • 작성자몽연1 | 작성시간 24.05.27 오늘 아침에도 tv를 보는데
    광고 자막에 AI가 동반 출연됐다는 거에요.
    자세히 보니 어떤게 사람인지 어떤게 AI인지
    햇갈리더라구요.
    자세히 보니 조금 달라보이긴 하더라만
    신기함도 잠시...이러다간...모종의
    위협도 느껴 지더라구요.
    우리의 달님 긴글이 전 마냥 좋던지요.
    확...가깝게 느껴져서.
    복선이 넘 많으면 햇갈려요 ㅎㅎ
    바쁨에 치여 몸 상하지 않길 빌어요~
  • 답댓글 작성자달항아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27 우리 이쁜 몽연님^^
    여기 다녀가신 건 지금 봤네요.
    어여쁜 그대의 다정함, 총명함, 성실함이 중국어방에서 활짝 꽃 피우고 있는 것이 보여서 참 흐뭇해요.
    좋으신 분들이 마음 모아 가꾸시는 꽃밭이 더욱 아름답게 번영하길 진심으로 바래요.
    중궈 노래 두 곡 정도 연습하면서 우리 집에서 우리 몽연님 항상 응원하고 있을게요ㅋㅋ
    마음도 모습도 젊은 그대! 건승하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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