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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술 이야기

작성자늘 평화|작성시간24.06.02|조회수412 목록 댓글 35

저번에 카페분들과 강원도 월정사인근서
점심을 먹는데 내 옆의 분이 반주를
드신다기에 소주잔에 부으려니
밥 그릇을 내민다.

조심조심 반도 안되게 부었더니
더 하라해서 반을 넘게 했는데
답답해서 본인이 적접
밥그릇 가득 소주를 철철 부어 드셨다

나는 화들짝 놀랐다
말로만 듣던 임꺽정같은
호인 주당이신듯하다

임꺽정이 말술이요
장진주사를 지은분도 애주가요
울 아버지도 췌장암선고 받기전까지
하루 1~2병은 기본이셨다
나도 2030때는 좀 마셨는데
위장이 안 좋아져서 이제는 잘 못 먹는다

난 스승님들이 유달리 많은데
한학쪽이나 서예쪽이나 화가쪽이나
대부분 애주가 호주가시다
스승의 날에 드리려고
담금주들을 준비했다

충북와서 우연히 소개로 만난 옛스승님께
드리려고 백하수오나 마가목주
차에 싣고 연락하니 병원이시라고 한다
심각한 건 아니라 금방 하루만에
퇴원하셨다

알아보니 술 드시면 안된다고
병원에서 권고하여
반주도 아예 안하신다고 한다

한때 함께 중국에 여러 번 전시가면서
밤새워 불도 붙는 독한 중국 술 드셔도
안 취하시고 나는 한 두잔에
위가 뒤틀리고 비몽사몽 했던 적이 있다

체류기간동안 밤마다
벌어졌던 이야기판 술판은
내게는 그저 우주의 풍경이었고
해란강 위에 빛나는 별빛이
오히려 선명하다.


어제 옛스승님이 갑자기 지역에서
무슨상 시상식하시는데
사모님이 주말에 아르바이트하시니
시간되는 제자들이 꽃다발 등
준비해서 축하드리기로 했다

아침 8.30분 청주 출발 명동에
11.30분 도착해
전시장오지 못하는 작가들 작품은
택배로 내게 보내라 해서

차에 실은 충청도 경상도 제주도 작가듵
작품들을 내리고
디스플레이하러 온
17명의 점심을 주고

오후 1시 명동 출발
청주 시상식장에 왔다
77세 스승님을 보니
세월에 장사가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내가 스승님 연구실관리하고
학생들 가르칠때인 30대에
스승님이 4050대 였던 그때 만해도
선물로 고급양주와 중국백주들이
얼마나 많이 들어오는지
캐비넷 두개에 가득 넣었다

어느 날 도둑이 들었는데
진귀한 추사와 단원 등등
고서화는 그대로 있고
술만 몽땅 훔쳐간 해프닝도 있다

우리는
무식한 도둑이라 웃었지만
장물꼬리 밟히면 감옥가는데
마시고 없어질 술이니
어쩌면 현실적 똑딩이다

그래도 아직은 건재하셔
우리와 함께 하셔 고마운마음 가득해
같이 식사하자고 내가 제안하여
제주돌하르방 식당가서
맛있게 먹고 결제했다

근데 스승님이 상 받으셨다고
기어이 자기 카드로
하고 내 결제는 취소시키셨다

술 못드시는 스승님께
마가목 백하수오 담금주는 못드리고
대신 햇꿀을 한통 차에 실어 드렸다

술을 그리 좋아하셨는데
애주.호주가라도
세월앞에 장사는 없는게 맞나보다

지금은
못 드시는게 안타깝지만
부디 지금처럼 앞으로도
십년 이십년 ~~.

우리와 늘 함께
문자향서권기 묵향의 길을 오래 오래
함께 가면서
수시로 같이 맛난 밥도 드시고
웃으며 건필하시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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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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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러브러브 | 작성시간 24.06.02 믹스 배론에도 시간여유될때 다녀오세요
    원주교구에서 잴 큰성지
    가을엔 단풍환경 넘넘좋아요ㅡ
  • 답댓글 작성자러브러브 | 작성시간 24.06.02 늘 평화 해미성지도 가봤지요
    배론엔 양업신부님 묘소가있어요
  • 작성자자연이다2 | 작성시간 24.06.03 건강하세요
  • 작성자비온뒤 | 작성시간 24.06.03 스승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제의 정을 이어가시기를...
  • 작성자보슬비 | 작성시간 24.06.03 글이나 그림에
    문외한이다 보니

    사제지간의 정감이
    지란지교 같은 느낌이 흠뿍 듭니다.

    무식쟁이의 눈에는
    맨 마지막 사진에 있는
    통갈치 구이만 보이는군요.ㅎㅎㅎ

    스승에 대한
    님의 열정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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