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방앗간 사장님이 속앓이하느라
피골이 상접 하여 보기에 안쓰러울 지경이다
젊어 부인 잃고 두 아들 키워 큰아들은
사회에 내놨고 둘째 녀석 특전사 제대시켜
서울에 있는 대학에 복학시켜놨더니 못다한
공부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여자를 사귀더니
서울에서 경기도 외곽 처녀 집 오가느라
학교고 뭐고 때려치울 작정으로 휴학하느냐
마느냐 한다고
아비는 중국산 참깨 사다 국산 참깨 눈곱만큼
섞어 진짜 참기름이라고 팔아 아들 복학 등록금
갖다 넣었더니 이 무신 날벼락인지
(알면서 의리로 팔아주는 나다)
아비의 애끓는 심정도 아랑곳없이 처자는
임신을 아들은 휴학을 하고 일을 찾아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방앗간 사장님은 곡기를
끊었다
저번에 깨소금 한 봉지 사러 들렀더니
앞뒤 구분 없이 튀어 나왔던 엉덩이와 아랫배가
거짓말같이 납작해져 있고 고소한 기름 연기에
절어 반들거리던 양 볼이 물에 빤 듯 핼끔 핼쓱
밤마다 횟배 앓는 가난한 여편네처럼 애잔해 보이더라
“왜 그렇게 못쓰게 되었데?
”그렇게 속이 쓰여?
“밥도 못 먹을 정도로?
묻는 말에 대답 없이 참깨만 고르더니
한참 만에 한다는 말이
”이제 알겠어요
“다이어트 젤 쉽게 되는 게 속끓이는 거라는 걸
이건 뭐 먹어도 살이 그냥 쑥쑥 빠지는데 허참!
말은 밝게 하려고 하는데 퀭한 눈 속엔
눈물과 억울함 분노같은 애증이 안개처럼
부옇게 꽉 들어차 있다
둘째가 어떤 자식인지 시장 사람들은
전부터 다 알고말고
나 같은 단골은 그 집을 드나들기
시작하고부터 알게 되었고
처음 온 사람들도 세 번만
드나들면 알 만큼 알게 되니
자식 자랑도 그런 자랑 어디 있으랴
둘째 아들 내 아들 그 넘은
잘생기고 가다시럽고 공부 잘하고
특전사 차출 될 만큼 멋진 신체라요
그 넘이 아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시장 바닥에서 장사하는 아비를
평생 고춧가루 메줏가루 참기름 들기름에
쪄들어 사는 작고 보잘것없는 아비의 좁고
처진 어깨를 쑥쑥 들썩거리게 만들어 주던 그 넘
내 둘째 아들
앞날이 창창한 내 아들
이제 좋은 대학 나와서
또 한 번 아비를 기쁘게 해줄 멋진 아들이
피지도 못하고 꺾이다니
분한 건
그 처자의 아비까지 한통속이라
처자의 아비가 데릴사위 삼으려나
작은 가게를 맡기고자 자동차도 뽑아줬다는
소문에 혼자 가슴을 친다 그깟 것을!
올봄부터 속끓이는 미운 자식
이쁜 자식 또 미운 자식
어째야 포기가 될는지
자식에게 집착하는 건 아비도
어미 못지않다는 걸 방앗간 사장님 푸념
들어 주다 보낸 봄부터 여름으로 접어든
이제사 깨달았네
자식은 부모에게 영원한 애증의 존재
밉고 이쁘고 그러다가 마구 패주고 싶은
원망 덩어리
웬수같은
그래도 놓지 못하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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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감자 햇마늘 햇보리쌀
유월은 땅에서 키운 양식들이
줄줄이 밥상에 오르는 계절
계절에 맞는 음식으로
맛있게 고루 잘 드시어
유월부터 시작되는 더위에 건강 지킵시다~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운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6.04 자식없는 사람은 모르지 자식이 있어도 키우지 않아도 모르는 거고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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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제라 작성시간 24.06.04 어쩌면 이렇게 글을 잘 쓰시는지
아주 반하지 않고는 못 베기겠습니다.ㅋㅋ
방앗간집 아저씨
중국산 참깨에 국산 깨 한주먹 넣어
기름짜는걸 알면서도 단골 하시는 운선님.
둘째 아들은 아비의 속타는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고~~ -
답댓글 작성자운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6.04 제라님 오시는 날 기쁜날~^^
언제나 제기억에 남으신 분 ㅎ 올 여름도 건강히 나시길 바랄거예요 제라님~♡♡♡ -
작성자무악 산 작성시간 24.06.05 이그.그렇습니다..세상이
참깨 수확하여 읍내장 방앗간에 기름짜러
가면서도
기름다 짤때까지 방앗간 문턱에서 눈 크게
뜨고 지켜야지 않그럼 바꿔치기 당한다
하네요.
노년의 행복이란 자식들 속안썩히고 스스로들
잘 살아 가는것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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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운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6.06 어머 무악산님 오랜만이십니다 건강하시죠? 반갑습니다 ㅎ 자주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