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삶의 이야기

위암4기 - 만17년 통과

작성자옐로나이프|작성시간24.06.04|조회수389 목록 댓글 26

2007년 6월4일 발병했으니까 어제부로 딱 17년이 됐네요.

처음에 주치의가 잔여 수명을 1년 정도 봤었는데 꼭 17배를 산 거니, 지금도 장수하기는 하는 건가 봅니다.

처음 6개월은 정말 시간이 안가더군요.

하루가 열흘 같고, 일주일이 한달 같더니...

그 후로는 느릿느릿...그러더니 요즘은 정말 총알보다 더 빨리 시간이 갑니다.

까만 머리의 주치의도 몇가닥 안 남은 머리카락이 백발이 성성.

그 때 제가 만 50살이 되던 때였으니, 중년에서 곧 노년으로 들어갈 나이가 됐네요.

돌이켜 보면 처음 2년여는 무척 힘들었던 시간이였습니다.

항암부작용이 심해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생사에 대한 고민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고통이 많았던 시간이였죠.

그 후로는 오히려 즐거운 시간이 많았던 시기로 여겨집니다.

원래부터 자연을 좋아하던 터라 마음껏 산과 들을 싸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마음에 맞는 환우들과 산행, 여행, 음주가무도 즐거웠습니다.

4년 반까지 두어번 주치의에게 앞날에 대해 슬쩍 물어 보았는데 

그 때마다 살아 있는 동안 항암을 해야한다, 남들보다 오래 살았으니 욕심을 버리시라고만 합니다.

마음을 내려 놓아서인지 생사에 대한 애착도 없이, 언젠가 죽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살고 있었는데

6년4개월이 지났을 때, 갑자기 수술해 보시겠냐고 묻더군요.

물론 좋다고 하고 수술을 했는데 결과는 대단히 양호.

7가지 검사 중 한군데서도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완치라고 합니다.

물론 기쁘기야 기쁘지만...수술은 왜 했나?

지금까지도 궁금한 부분입니다.

언젠가 주치의에게 꼭 물어볼 생각입니다.

수술을 한 후.

암세포가 없기에 더 이상 치료는 없었습니다만, 지금까지 중증환자로 등록되어 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3개월에서 6개월, 다시 3개월로 빽. 또 6개월 3개월을 반복하다가 1년에서 2년.

암수치가 불안정해서 계속 추적검사를 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렇기도 하지만 아마 나이도 큰 차이 없고, 가까운 곳에서 살고, 또 오래 지내다 보니 정이 든 것 아닐까?

내년 예약이 되어 있는데, 그 때 은퇴하는 게 아닐까? 짐작만 해 봅니다.

주치의가 만난 환자 중 가장 오래 된, 본인 말대로 살아 날 홧율리 0.1%도 안되는 환자니까 끝까지 결과를 

지켜 보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요.

아무튼 지난 검사 결과까지는 2.30대보다 더 건강하다.

재발만 안하면 100살까지 살거다라고 그러기는 합니다.

음~ 100살이라.

아직도 30년 넘게 남았구나~

지금도 먹고, 마시고 하는 건 거의 변함이 없습니다.

술도 일주일에 세번 이상 마시고, 음식도 가리는 거 없이 잘 먹고 있습니다.

운동이요?

재작년 8월8일.

비 억수로 오던 날 밤.

비구경 간다고 골짜기에 나갔다가 떨어져 고관절이 적설나서 인공관절 넣었습니다.

그 후로는 예전처럼 잘 못다니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꾸준히 돌아 다니고 있습니다.

거리도, 시간도, 산길도 다 줄였지요.

조금 덜 다니라고 사고가 난걸까...

뭐, 그래도 좋습니다.

100살까지 살 마음은 없지만 , 살아 있는 동안은 가만 있지 않을 겁니다.

아마도 내년에는 더 이상 오지 마라고 할 것 같습니다.

그 때 또 글 올리겠습니다.

그래도 근황이 궁금하신 분은 겔러리 사진방~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옐로나이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06 남들보다 강한 의지력은 아닌데요.
    뭔가 다른 이유가 있기는 있을 겁니다.
  • 작성자자연이다2 | 작성시간 24.06.05 와~~대단하세요. 술 ~~저는 끊어 요.
  • 답댓글 작성자옐로나이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06 아마 4기가 아니면 끊었을 지도 모르겠네요.
    술이 큰 위안이 되기는 했습니다.
  • 작성자승이 | 작성시간 24.06.05 암??? 혹시 오진은 아니었을까요???
    주변의 간혹 그런 오진도 있드라구요
    즉, 암 판정과 동시에 급하다고 수술 날짜까지 잡았는데
    환자 가족들이 서울 병원으로 간다고 ct달라 하니 오진이었다는 ~~

    아뭏든 다행입니다.
    끝까지 건강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 답댓글 작성자옐로나이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06 2000대 초기까지만 해도 오진이 꽤 있었는데요.
    국립암쎈타가 등장하고
    5대 메이저병원에서도 본격적인 암치료를 시작하면서
    오진율은 많이 떨어졌지요.
    그래도 아직도 지방이나 서울이라도 소규모 병원에서는 가끔 오진이 있기는 할 겁니다.
    장비나 경험치 부족은 어쩔 수가 없는 일입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